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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Evernote)를 사용하시나요? 에버노트는 모바일과 PC에서 함께 쓸 수 있는 노트 어플이죠. 9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제5회 에버노트 유저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저는 이날 윤태호 작가를 만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는데요.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펼쳐진 강연을 듣고 있으려니 단지 윤태호 작가만 소개할 게 아니라 강연에서 좋았던 내용을 따로 정리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에버노트를 몇 년 동안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가끔 에러가 나서 최근엔 구글 닥스를 더 많이 사용하긴 합니다.) 그러나 사실 에버노트라는 특정 어플의 기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모하는 습관 자체가 콘텐츠 창작자들에게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다양한 어플이 등장하면서 이젠 글,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트가 가능합니다.
이날 행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코엑스 최대 공연장인 오디토리움의 1058개의 좌석이 거의 꽉 찼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더군요. 노트 어플로 자료를 스크랩하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발표자료를 정리하는 일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총 4부로 나누어 진행된 이날 행사에선 각 분야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도 연단에 섰습니다. 대학생, 병원 마케터, 티몬 대표 비서 등 4명이 각각 5분씩 발표했는데 그들은 이 발표를 위해 선발대회를 거쳐 올라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들 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확실히 이제는 말의 시대, 발표의 시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다섯 명의 전문가들이 발표한 내용 중 제가 메모한 것들을 요약해서 풀어놓겠습니다.
왼쪽부터 홍동희, 홍순성, 안영일, 임정욱
에버노트의 장점 (홍순성 퍼블릭 스피킹 앰배서더)
'혜민아빠'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홍순성님은 [프로들의 에버노트]라는 책을 낼 정도로 국내에서 에버노트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분입니다.
그는 에버노트의 개괄을 보여주고 태깅의 유용성을 소개한 뒤 노트하는 장점을 세 가지 포인트로 요약했습니다.
1. 정보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2. 개인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3. 하나의 업무공간이 구현된다.
기억의 유레카, 에버노트 (안영일 DCG CEO)
소셜미디어에 대한 두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이날 상반되는 입장의 두 사람이 나란히 강연을 했습니다. 안영일 CEO는 소셜미디어는 인간을 외로움에서 구원한다고 착각하도록 만든다고 한 반면, 임정욱 센터장은 소셜미디어는 폭넓은 세계관을 갖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거부하는 안영일 CEO는 에버노트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사용합니다. 그는 모든 자료를 이곳에 모으고, 재가공해 자기만의 콘텐츠로 만들어냅니다. 생각이 만들어지는 공장인 셈입니다. 그가 노트 어플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IFTTT로 관심 있는 분야의 뉴스, 자료들을 자동으로 에버노트의 'Hooking' 노트북으로 스크랩한다.
2. Hooking 노트북에서 필요없는 뉴스는 바로 삭제하고 곱씹어볼 정보는 Radar 노트북으로 이동한다.
3. Radar 노트북에서 쓸만한 정보는 Doer 노트북에 태그를 달아 저장한다. Doer 노트북의 자료는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 이용한다.
오마에 겐이치는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그는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의미한 행위라고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라는 거죠.
노트는 시간, 환경, 관계를 리디자인하는 가장 좋은 방식입니다.
소셜미디어로 뉴스와 생각 공유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를 통해 임정욱 센터장과 대화를 나누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라이코스 사장을 역임했던 그는 현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 강연에선 지난 7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온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임정욱 센터장은 하루 일과를 오전 6시에 침대에서 눈을 떠 아이패드로 신문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날그날 흥미로운 기사를 스크랩한 뒤 출근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짤막하게 덧붙여 공유합니다.
그가 소셜미디어로 기사를 공유하면서 얻은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글을 읽고 120자 이내로 요약하는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다.
둘째, 카피라이터로써 글의 요점을 파악해 한줄로 요약하는 제목 달기 훈련이 된다.
셋째, 팔로어(독자)들이 어떤 글을 선호하는지 피드백을 통해 바로 알 수 있다.
넷째, 대중들이 관심 있어하는 이슈를 꾸준히 살펴봄으로써 세계관의 폭이 넓어진다.
다섯째, 전세계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잘 이용하는 팁으로 꾸준함, 일관성, 진솔함, 신중함, 호기심, 오픈마인드, 절제를 꼽았습니다.
조슈아 저컬
생산성 토끼굴에 빠지지 않는 방법 (조슈아 저컬 에버노트 비즈니스 총괄 디렉터)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토끼굴(Rabbit Hole)에 빠져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토끼굴은 상상력을 넓혀주는데 필요하지만 너무 자주 빠지게 되면 정리해 글을 쓸 시간조차 없어지겠죠. 저컬은 에버노트 비즈니스 총괄 디렉터이니만큼 비즈니스에 필요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언을 했습니다. 그는 여러 복잡한 기능들을 익히느라 토끼굴에 빠지지 말고, 노트 어플을 최대한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생산성에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노트를 주로 'to-do list'를 만드는 데 사용합니다. 바쁜 일정에서 해야할 일을 정리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컬은 이를 "타이타닉이 침몰하고 있는데 의자의 위치만 바꾸는 격"이라고 말합니다. 당장 해야할 일이 있는데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정작 우선순위가 뭔지 놓치고 있다는 것이죠. 토끼굴에 빠지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저컬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3단계를 노트 사용법을 제시합니다.
Step 1. 무엇을 할 지 적어라.
Step 2. 디테일에 집중하라.
Step 3. 일을 하라.
셋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Step 3입니다. 적어놓지만 말고 실제로 실행해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 기획 80% (김용석 프레젠테이션 전문가)
사람들은 김용석님에게 어떻게 하면 프레젠테이션을 잘 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그는 좋은 발표를 위해서는 4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논리 -> 맥락 -> 이해 -> 표현'이 바로 프레젠테이션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4개의 관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의뢰받은 프레젠테이션 중 90%가 논리와 맥락 단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발표 내용에 논리가 없고 맥락이 없는데 비주얼이 강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기 위해 파워포인트부터 열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어떤 논리로 어떤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지 시나리오도 정하지 않고 파워포인트부터 만들게 되면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집어담는 것처럼 무의미한 나열만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80%의 힘을 기획에 쏟고, 나머지 20%를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고 발표하는데 쓰라고 말합니다. 이때 기획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기획 과정에서 노트를 사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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