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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하지 않는 것부터 살펴보자. 영화는 혈연이 우선인지 6년 간 기른 정이 우선인지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다가올 두려운 미래를 무턱대고 과장하지 않는다. 병원과의 소송이나 경제적인 부분, 간호사의 심리 등 주변상황을 부각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소재는 바뀐 두 아이지만, 이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아버지가 아이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첫 장면에서 케이타는 사립학교 면접장에서 거짓말을 한다. 가족 캠핑을 가서 아빠와 연날리기를 한 것이 가장 즐거웠던 기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케이타는 그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기억을 왜곡시키면서까지 아빠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아이를 그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료타의 목표지향적인 성격은 그의 불행한 어린시절 때문임을 영화는 숨기지 않는다. 그 역시 친엄마를 찾아 가출한 적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 속의 또다른 아빠 유다이(릴리 프랭키)처럼 아이들과 매일 놀아주는 이상적인 아버지는 현실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새 아빠에 적응하지 못하던 류세이가 총싸움을 하자며 방문을 빼꼼 열었을 때, 료타는 긴장하며 한편으로 안도했을 것이다. 혹시나 아빠가 무서워서 문을 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을 것이다. 처음엔 서툴고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첫 웃음이 터지고 둘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 남자는 아버지가 된다.
영화에서 아빠가 아이와 교감을 이루는 매개체는 사진과 피아노다. 료타는 카메라의 사진을 넘겨보다 케이타가 자신을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 속에 자신을 찍어준 아이의 흔적이 보였던 것이다. 카메라 속 사진이 사랑의 증거가 되고, 아이의 능력의 한계를 보여준다고만 생각했던 피아노는 어느새 아이와 아빠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캠핑 가서 연날리기는 하지 못 했어도 아빠와 함께 피아노를 쳤던 기억은 아이에게도 오래 남을 것이다.
직장생활에 바쁜 남자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는 그동안 많았는데 이 영화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주제를 강요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글렌 굴드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처럼 차분하게 설득해낸다. 건축가가 설계도면을 그리고 모델링을 하는 단계를 거쳐 건물을 차곡차곡 짓는 것처럼, 료타는 두 아이와의 관계를 하나씩 처음부터 새로 지어가야 할 것이다. 매미의 유충이 17년 간 땅 속에서 언젠가 날아오를 날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료타가 케이타와 류헤이를 기다려야 할 시간도 기약이 없을 만큼 길 지 모른다. 그래서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다. 누구도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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