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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주연인 영화에서 기자는 주로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을 합니다. 기자가 조연일 때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알리는 역할을 하죠. 영화의 탄생 이래 영화가 다뤄온 주요 테마는 사랑이니만큼 잘 생긴 기자가 사랑에 빠지는 영화도 있습니다. 기자가 등장하는 영화들 중 인상적인 영화들 25편을 뽑아봤습니다. 순위는 무순입니다.
1. 슈퍼맨 (1978)
첫 영화로 왜 슈퍼맨을 꼽았을까요? 기자는 때로 슈퍼맨 같기도 하고 때론 클락처럼 어리숙해보이기도 합니다. 어릴적 본 <슈퍼맨>에서 클락 켄트는 '데일리 플래닛'이라는 신문사에서 일했습니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끼고 어리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가 사건이 터지면 팬티를 갈아입고 슈퍼맨으로 변신했죠. 영화 속 기자는 위장 직업이고 생활인일 뿐이었지만 이상하게 제 기억 속에 가장 인상적인 기자로 남았습니다.
2. 네트워크 (1976)
<슈퍼맨>에서 기자의 역할이 가십 같은 거였다면 <네트워크>에서는 시청률 경쟁하는 앵커가 등장합니다. UBS 저녁 뉴스를 진행하는 나이든 앵커가 시청률이 저조해 프로그램이 폐지 위기에 몰리자 생방송에서 자살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다른 미디어들까지 취재경쟁이 벌어지는데 영화는 자비없이 그 경쟁의 끝을 보여줍니다.
3. 브로드캐스트 뉴스 (1987)
이번엔 가볍게 가보죠. 기자들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한 방송국의 여자 기자(홀리 헌터)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가 주요 플롯입니다. 영화는 TV 방송제작 과정을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이유로 당시에 호평을 받았습니다. 오래전에 봐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알버트 브룩스가 홀리 헌터에게 아주 힘들게 사랑을 고백했는데 그녀가 거절하자 미련없이 짐 싸들고 떠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4. 대통령의 음모 (1976)
본격적으로 '기자정신'을 다룬 영화로 들어가 볼까요?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포드)와 칼 번스타인(더스틴 호프먼)은 워터게이트 특종을 터뜨린 유명한 기자들이죠. 알란 J. 파큘라 감독의 이 영화는 그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정치 스릴러입니다.
5.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2009)
옛날 기자만 기자냐? 아니죠. 요즘엔 온라인 시대잖아요. 온라인 신참기자 레이첼 맥아담스와 옛날 취재방식만을 고수하는 신문기자 러셀 크로우가 티격태격합니다. 그렇다고 로맨틱 코미디는 아닙니다. 스캔들에 휘말린 정치인(벤 애플렉)을 취재하면서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중하게 질문합니다.
6. 시민케인 (1941)
너무 유명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신문 발행인 찰스 포스터의 죽음 이후 그의 일대기를 돌아보는 전기 영화죠. 다시 보면 촬영기법이 더 궁금합니다. 당시에 큰 카메라로 어떻게 계속해서 줌인해서 들어갈 수 있었는지 신기합니다. 미국 언론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7. 모비딕 (2011)
한국영화에서 기자는 주로 조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끔 주연을 맡기도 합니다. <모비딕>의 황정민과 김민희는 선후배 기자들로 로맨스 없이 사건만을 파헤칩니다. 영화는 1990년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 사건을 모티프로 재구성했습니다. '모비딕'은 당시 서울대 앞에 민간사찰을 위해 위장해놓은 카페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신문사 사무실 내부와 윤전시설 장면은 동아일보에서 촬영했다고 알려져 있죠.
8. 밀레니엄 (2011)
스티그 라르손의 베스트셀러를 스웨덴에서 3부작으로 영화화했고 그중 첫 편은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기자 출신인 스티그 라르손은 주인공 미카엘을 기자로 설정했는데요. '밀레니엄'은 그가 발행하는 잡지의 이름입니다. 미카엘은 부패 정치인의 스캔들을 폭로해 유명해지지만 보도준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형을 선고받게 되고 그 장면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스웨덴판의 미카엘은 더 강한 여자주인공에게 휘둘리는 남자인데 반해, 미국판의 미카엘은 다른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처럼 주체적인 남자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9. 킬링필드 (1984)
캄보디아 킬링필드 현장에 파견된 뉴욕타임즈 특파원 시드니 셴버그(샘 워터스톤)와 그를 돕는 캄보디아인 통역관 디스 프란(행 응고르)의 목숨을 건 취재기. 국내에서도 개봉 당시에 큰 화제를 모았었기에 많은 분들이 추억의 영화로 기억하실 듯합니다. 서구의 시선으로 본 캄보디아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크메르 루주의 참상을 전세계로 알리는데 공을 세운 영화기도 했죠.
10. 인사이더 (1999)
CBS 방송국 PD가 필립모리스에서 미심쩍은 이유로 해고된 내부고발자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방송이 나가지 못하도록 회유와 협박을 합니다. 결국 법정까지 가는 논란 끝에 담배회사는 CBS 이사회까지 흔들어 방송이 나가지 못하도록 막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들을 막는 자가 누구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알 파치노와 러셀 크로가 PD와 내부고발자로 열연하고 있습니다.
11. 굿나인 앤 굿럭 (2005)
<인사이더>에서 언론의 자유가 경제적인 이유로 막혔다면, <굿나잇 앤 굿럭>에서는 정치가 언론의 자유를 막습니다. 조지 클루니의 두 번째 감독 작품으로 라디오 뉴스 스튜디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소품입니다. 배경은 매카시즘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1950년대 초반. CBS 뉴스 앵커 에드워드 머로와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는 매카시즘에 정면으로 맞서는 방송을 내보냅니다. "굿나인 앤 굿럭"은 머로가 즐겨 하던 클로징 멘트였죠. 단순한 플롯에서 오는 긴박감으로 호평받았던 영화입니다.
12. 인터뷰 (2007)
정치부 기자 스티브 부세미가 콧대 높은 여배우 시에나 밀러를 만나 인터뷰를 합니다. 스티브 부세미는 애초에 연예인 취재 따위는 관심 없었고 기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죠. 정치부에서 물먹고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된 겁니다. B급 공포영화에 출연하던 무명에서 드라마 캐스팅으로 스타가 된 시에나 밀러 역시 약속시간에 늦게 나타날 만큼 인터뷰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자기를 무시하고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기자에게는 화가 납니다. 그런 두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하룻밤 동안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서로 무시하던 남녀가 만나 화해하는 뻔한 스토리라고요? 보다 보면 '인터뷰'가 과연 사람을 어디까지 들여다보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13. 프로스트 vs 닉슨 (2008)
이 영화의 대결구도는 조금 특이합니다. 리처드 닉슨과 데이빗 프로스트 모두 유명인들이지만 이 영화가 소재로 삼은 것은 닉슨은 몰락한 이후, 프로스트는 유명해지기 전입니다. 프로스트는 스타 방송인이 되고 싶어합니다. 반면 닉슨은 대통령에서 사임하고 재기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인터뷰를 사양해오던 닉슨은 프로스트에게만 인터뷰를 허락합니다. 만만한 인터뷰어를 골라 제압하면 이미지메이킹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거물을 만날 때의 두려움이 프로스트의 땀방울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잘 만든 인터뷰 영화입니다.
14.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다른 종류의 기자들로 시선을 돌려볼까요? 패션잡지 기자들은 자신들을 '에디터'라고 부르더군요. 그 단어가 더 세련되어 보이나요? 어쨌든 이 영화의 앤 해서웨이는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뉴욕으로 옵니다. 나름대로 대학에서 편집장 경력도 있었지만 그녀를 받아준 곳은 패션잡지 '런웨이' 뿐이었죠. 전세계에서 팔리는 패션매거진 '보그'를 모델로 한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메릴 스트립의 포스가 압권이었습니다.
15. 화양연화 (2000)
<화양연화>의 주인공도 기자냐고요? 네, 양조위가 일하는 곳은 홍콩의 한 신문사입니다. 그는 싱가포르에 출장가기도 하고 마지막엔 캄보디아로 떠나기도 합니다. 짐작컨대 양조위의 직업은 편집기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16. 살바도르 (1985)
이번엔 사진기자입니다. 리처드 보일(제임스 우즈)은 20여 년 동안 전쟁터에서 사진을 찍어온 종군기자입니다. 그가 엘살바도르 내전을 취재하기 위해 또다시 위험한 곳으로 들어갑니다.
17. 올모스트 페이모스 (1999)
음악에 관한 기사를 쓰고 싶은 기자지망생이 있다면 이 영화를 놓치지 마세요. 미국의 유명한 음악잡지 [롤링스톤]에서 1970년대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한 학생이 한 록밴드에 관한 기사를 쓰기로 하고 그 밴드를 따라다니면서 겪는 사건들을 재미있게 담았습니다. 취재는 해야겠는데 록을 하는 형들은 생각 같지 않고 빠순이인줄 알았던 여자와 사랑에 빠집니다.
18. 로마의 휴일 (1953)
이번엔 옛날 기자들을 만나봅시다. 너무나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앤 공주와 사랑에 빠진 행운의 남자 그레고리 펙은 신문기자였습니다. 그는 처음엔 특종을 노리고 그녀에게 접근했지만 결국 기사를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합니다.
19. 어느날 밤에 생긴 일 (1934)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려는 여자와 해고당한 신문기자가 버스 안에서 만납니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집니다. 클라크 게이블이 멋진 신문기자로 등장하는 스크루볼 코미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같은 이야기의 원형입니다.
20. 페이퍼 (1994)
특종경쟁에 시달리는 뉴욕 타블로이드 신문의 사회부 기자 마이클 키튼. 그는 우연히 한 살인사건이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내용과 다르다는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기자 게재를 반대하는 편집국장 글렌 클로즈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1면에 기사를 싣습니다. 시끌벅적한 미국 한 신문사 내부를 잘 그려낸 영화입니다.
21. 25살의 키스 (1999)
잡지기자인 드류 배리모어는 고등학생들을 취재하기 위해 학생으로 위장 침입(!)합니다. 학교 생활에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는데 그곳에서 경쟁지의 기자를 알게 되고 좌충우돌 코미디가 벌어집니다. 드류 배리모어가 아니었으면 보기 힘들었을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22. 사랑의 특종 (1994)
시카고 크로니클의 칼럼니스트(닉 놀테)는 글로브의 신참 여기자(줄리아 로버츠)와 특종을 놓고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뻔하다고요? 네, 로맨틱 코미디에서 직업만 기자로 바꾼 셈인데요. 두 사람이 나이차가 꽤 난다는 점에서도 199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3. 핫 뉴스 (1988)
뉴스 앵커 크리스티(캐서린 터너)와 그녀의 전 남편이자 국장 존(버트 레이놀즈), 그리고 그녀가 휴가지에서 만난 매력남 블레인(크리스토퍼 리브)과의 삼각관계를 그린 영화입니다. "방송국엔 뉴스말고도 다른 것도 있어요. 날씨나 스포츠 같은 거요"가 이 영화의 광고 카피였죠.
24. 헤드 (2011)
자살한 줄기세포 권위자의 머리가 실종되고 사회부 기자가 사건을 파헤칩니다. 전형적인 기자가 등장하는 한국영화고 흥행성적이나 평단의 평가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만 보기 드물게 여기자가 사건을 이끌어가는 스릴러라서 꼽아봤습니다.
25. 섀터드 글래스 (2003)
마지막으로 가짜 기자 이야기로 맺을까 합니다. 1998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 리퍼블릭에서 수년간 수십건의 허위 기사를 쓴 것이 발각돼 해고된 스티븐 글래스(헤이든 크리스천)를 다룬 실화입니다. 특종경쟁의 폐해를 꼬집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특종경쟁보다는 똑같은 기사를 제목만 바꿔 클릭 유도하는 어뷰징이 더 문제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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