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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영화 중 나만의 영화 베스트 10을 꼽았습니다. 결산을 해보니 올해 170편의 영화를 봤군요. 매년 선정할 때마다 하는 말인데, 잘 만든 영화와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대개 겹치지만 조금씩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테이크 쉘터> <마스터> <지슬> 같은 영화는 참 잘 만든 영화지만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그대신 <남자사용설명서> <카운슬러> <뒷담화> 같은 영화는 왠지 특별한 이유 없이도 마음에 드는 영화입니다. 상징적인 1위 선정을 놓고 <화이>와 <라이프 오브 파이>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둘 중 어느 영화를 볼 때 더 심장이 뛰었는가 하는 측면에서 <화이>를 선택했습니다.



1.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아버지를 죽여야 어른이 됩니다. 착한 아버지든 나쁜 아버지든 상관 없죠. 아니, 착한 아버지일수록 먼저 죽여야죠. 다층적으로 해석 가능한 강렬한 한국영화가 등장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2. 라이프 오브 파이


원래 이안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영화를 숨막히도록 너무 잘 만들기 때문에요. 그런데 이 영화는 잘 만든 것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훔쳤습니다. 나를 긴장하게 하는 리차드 파커와 망망대해의 별빛.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3. 홀리 모터스


참 기묘하게도 계속해서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에 관한 노스탤지어도 있고 방아쇠를 당길 만큼 충격도 있어요. 캐릭터 자체가 신선하고 또 그 표정이나 움직임이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4. 더 헌트


'오인 스릴러'라고 장르를 만들어봤는데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이 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아주 차분하게 풀어낸 감수성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5. 카운슬러


결코 잘 만든 영화도 아니고 그다지 잘 쓴 각본도 아닌데 장면의 인장이 이렇게 깊게 남을 수 없습니다. 리들리 스콧은 힘빼고 코넬 맥카시의 대사를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습니다.


6. 그래비티


그동안 우주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은 많았지만 우주의 고독을 체험하게한 영화는 없었습니다. 롱테이크를 카메라의 온오프가 아닌 촬영된 이미지의 조작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그렇게 만들어낸 롱테이크가 영화에 몰입하도록 돕습니다. 분명히 영화사에 남을 새로운 영화입니다.


7. 러스트 앤 본


후천적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 중에 이토록 쿨한 영화가 있었나요? 섣부른 치유가 아닌 교감이 만들어낸 사랑을 조용히 설득하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8. 남자사용설명서


초반 30분은 기존의 한국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던 장면들의 연속입니다. 이원석 감독은 올해 어떤 신인감독보다 돋보였습니다. 좀더 밀어부쳤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9.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원 씬 원 시퀀스의 강렬함과 폭풍 수다는 타란티노의 장기입니다.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사건으로 서사가 해결됩니다. 거기에 스타일까지 여전하니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장고가 해방된 후 처음 입는 블루 수트 만큼이나 쿨한 영화입니다.


10.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과거 갱스터 영화에 대한 향수를 채워주는 수작입니다.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 같은 두 아들의 만남. 공허하고 낭만적인 느낌과 음악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영화들


감시자들

고령화가족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더 테러 라이브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명왕성

뫼비우스

무게

미스터 고

미스터 노바디

블루 재스민

설국열차

셰임

스토커

신세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티스트 봉만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플라워

일대종사

잉투기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

짚의 방패

컨저링

테이크 쉘터

패션, 위험한 열정



기대보다 실망했던 영화들


더 퍼지

맨 오브 스틸

문라이즈 킹덤

베를린

분노의 윤리학

블링 링

사이드 이펙트

투 마더스

컴플라이언스

코스모폴리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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