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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였습니다. 독일 기차는 시간은 정확히 지킵니다. 티켓 오피스에서 티켓을 출력해주지 않고, 기차 안에 USB 꽂는 곳도 없고, 고속철 중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한다는 것만 빼고는 완벽합니다. 흠, 별로 완벽한 게 아닌 건가요?


뮌헨 역에 도착한 ICE


뮌헨의 대중교통도 베를린과 다르지 않네요. 기차역에서 소시지로 허기진 배를 채운 뒤 일일권을 끊고 U반을 타고 중앙역에서 4정거장 떨어진 숙소로 갔습니다.


안젤리카의 집

3층 침실

피아노와 천체망원경이 있는 3층 거실

옥상 창문

1층의 정원

자전거들이 놓인 동네 풍경


안젤리카는 정말 다정한 호스트였습니다. 그때까지 기차 티켓 때문에 짜증이 남아 있었는데 안젤리카를 만난 뒤 정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녀는 제가 쓰게 될 3층을 안내해줬는데요. 거기엔 침실, 화장실에 작은 거실까지 있었습니다. 완벽히 독립된 집 안의 또다른 집이었어요.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왔고, 거실엔 피아노와 천체망원경도 있었습니다. 1층으로 내려오니 정원도 있더라고요. 안젤리카는 친절하게 뮌헨에서 갈만한 곳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저는 안젤리카에게 사진을 찍자고 말했는데요. 그녀는 남편이 오면 같이 찍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남편 볼프강은 이날 예상보다 늦어서 저는 먼저 숙소를 나왔습니다. 이날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어서 저는 시내 펍에 가서 경기를 보고 싶었거든요. 안젤리카에게 인사를 하고 뮌헨에서 가장 번화한 마리엔광장으로 갔습니다.



마침 마리엔광장에는 게이레즈비언 축제가 한창이더라고요. 간이 무대에선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더블린과 런던에서 엄청난 퍼레이드를 봤기에 그다지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잠시 서서 공연을 즐겼습니다.


마리엔 광장 가는 센들링어 거리

마리엔 광장의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 공연

얼굴을 어떻게 없앤 거죠?

뮌헨 시내

마리엔 광장에 몰려든 터키인들


베를린에서와 달리 뮌헨에서는 곧잘 비가 오는 것 같았습니다. 안젤리카는 우산을 빌려줄테니 가져가라고 했는데 저는 괜찮다고 하고 그냥 왔는데요. 하늘을 보니 정말 비가 올 것 같았어요. 런던에서도 한 번도 비를 맞아본 적이 없는데 뮌헨에서 비를 맞게 되는 걸까요? 저는 일단 어디라도 들어가서 비를 피하면서 월드컵을 보고 싶었습니다.


오후 5시 결승전 시간이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관광지 근처 술집은 사람이 꽉 찼네요. 한적한 카페가 한 곳 있었지만 저는 이왕이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어요.


호프브로이하우스

호프브로이하우스

호프브로이하우스 메뉴

맥주 1리터는 마셔야

이것이 뮌헨 흑맥주

돼지 뒷다리 학센

부드러운 학센

호프브로이하우스

호프브로이하우스 안에서는 공연도 해요.


뮌헨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맥주집인 호프브로이어하우스에 들어갔습니다. 실내는 무려 3천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그런데 TV가 있는 곳은 한 곳밖에 없네요. 저는 TV가 기둥 사이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흑맥주(hofbrau dunkel)와 돼지 다리찜(Haxe)을 시켰습니다. 학센은 정말 맛있네요.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습니다.


결승전은 골이 많이 나는 경기였습니다. 유럽 사람들은 프랑스인들을 빼고는 다들 크로아티아를 응원했습니다. 이유는, 강자보다는 약자를 응원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도 하고요. 또 역사적으로 약소국인 크로아티아가 19세기에 프랑스 나폴레옹에게 배신당해 식민지가 된 적 있기에 동정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죠. 당시 크로아티아는 러시아 침입에 대항해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나폴레옹은 러시아를 물리친 뒤 크로아티아마저 정복해버렸습니다.


오! 이런 오!

버스 안에도 티켓 판매기계가 있어요.

센들링어 거리

뮌헨 시내의 꽃장식 건물

커다란 실로폰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해요.


프랑스가 첫 골을 넣을 땐 조용하더니 크로아티아가 동점골을 넣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전반전은 팽팽했으나 VAR로 페널티킥이 허용되며 균형이 깨진 이후 후반전엔 프랑스의 독주로 바뀌었습니다. 일방적인 경기가 되자 술집에도 긴장감이 사라졌습니다. 제 옆에 앉아서 크로아티아를 응원하던 청년들은 패색이 짙어지자 일찍 자리를 떴습니다. 프랑스의 우승이 확정된 뒤 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경기 도중 비가 한바탕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젠 그쳤나 봅니다. 바닥은 축축하지만 공기는 상쾌합니다. 마리엔광장에는 여전히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밴드가 신나는 댄스음악을 연주하자 다들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프랑스 국기를 든 프랑스인들도 월드컵 우승을 자축하며 여기 합류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무대 앞에서 신나게 휠체어를 돌립니다. 마침 일요일이기도 하고, 월드컵이 끝난 날이기도 하고, 또 프라이드 퍼레이드 날이니까요. 나이, 성별, 장애 관계없이 모두 모여서 음악에 맞춰 뮌헨의 수호신 마리아의 탑이 지켜보는 가운데 춤을 춥니다. 광장에는 LGBTQ 참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화려한 옷을 입은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같이 사진 찍으려고 하고요. 저도 물론 줄 서서 찍었습니다.


공연이 한창인 마리엔 광장

해 저무는 광장에서 공연 보는 사람들

이제부터는 댄스 타임!

사진 찍기 바빠요.

프랑스가 월드컵 우승했어요!

교회 앞 광장에선 테크노 파티

저도 여기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페롤 스프리츠는 항상 진리

일렉트로닉 댄스 파티는 10시까지 이어집니다.

안전 요원들도 대기하고 있네요.


마리엔광장 공연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을 안고 걸어가는데 멀지 않은 곳에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는 또다른 광장이 보이네요.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이곳은 아예 클럽입니다. DJ Tower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절반쯤은 뒤로 물러나 맥주를 마시고 있고, 앞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정말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파티가 끝날 때까지 있었습니다. 아페롤 스피리츠 한 잔을 주문해 마시며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아페롤 스피리츠에 얼음을 띄워 마시면 금세 아름다운 세상이 됩니다.


야외에서 술을 마시면서 영국과 독일을 또 비교하게 되는데요. 영국 펍에선 술을 시킬 때 파인트잔에 대한 보증금을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2파운드를 가져가요. 나중에 잔을 돌려주면 2파운드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잔을 깨거나 가져가면 2파운드를 받을 수 없죠. 꼼꼼한 독일 스타일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요?



파티는 오후 10시에 끝났습니다. 아쉬웠지만 야외공연이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요. 사람들은 DJ를 향해 음악을 틀어달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DJ는 자비 없이 칼같이 끝냈습니다. 잘 생긴 남자가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돌립니다. 11시부터는 자기네들 클럽으로 오라는 거네요. DJ로 누가 나온다는 문구가 꼭 있어요. 런던의 톰도 클럽에 가기 전에 DJ가 누군지부터 본다고 했는데요. DJ 실력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거겠죠.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DJ 마틴 게릭스가 공연을 맡은 것이 화제가 된 적 있었죠? 한국에서는 도대체 누구냐 말이 많았는데 아마도 기획한 사람은 유럽의 클럽 문화를 폐막식에 접목하고 싶었나 봅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오늘도 아이스크림


저는 광장을 나와 지하철 역을 향해 걸었습니다. 아직 문 연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서 콘으로 투스쿱을 사먹었습니다. 밤에 먹는 아이스크림도 참 맛있네요.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다음날 아침,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면서 잠에서 깼습니다. 9시 40분쯤 집을 나와 교통카드 일일권을 다시 사고, U반을 탑니다. 테레지엔슈트라세역에 내렸어요. 베를린의 미술관들의 섬처럼 이곳 역시 미술관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중 노이에 피나코텍에 갔습니다.


노이에 피나코텍 앞 조형물

노이에 피나코텍

노이에 피나코텍 내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 풍경'

구스타프 클림트의 ‘Margaret stonborough-wittgenstein’ (1905)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직' (1895)


노이에 피나코텍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미술관입니다. 고흐의 ‘해바라기’와 ‘아를 풍경’, 클림트의 ‘뮤직’도 여기 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그림 몇 점을 발견해서 적어보겠습니다.


Thomas Lawrence ‘The Two Sons of the 1st Earl of Talbot’ (1793)


Thomas Lawrence ‘The Two Sons of the 1st Earl of Talbot’ (1793)

오누이인줄 알았더니 형제네요. 어둑해진 저녁에 개와 함께 숲길을 걷고 있습니다. 동생은 빨간 옷을 입은 미소년인데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형은 사슴을 가리키면서 캔버스 밖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고, 동생과 개는 관람자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불길하면서 희망도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Gabriel von Max ‘Monkeys as Judges of Art’ (1889)

Gabriel von Max ‘The Anatomist’ (1869)

Gabriel von Max ‘The Ecstatic Virgin Anna Katharina Emmerich’ (1885)


Gabriel von Max

‘Monkeys as Judges of Art’ (1889)

‘The Anatomist’ (1869)

‘The Ecstatic Virgin Anna Katharina Emmerich’ (1885)

가브리엘 폰 막스라는 화가를 잘 몰랐는데 이 세 점의 그림을 보고는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지루한 풍경화와 초상화와 종교 색채 가득한 그림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그는 남들이 그리지 않는 것을 그립니다. 사람이 아닌 원숭이를 그리고, 원숭이들이 예술을 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젊은 여자를 그리는 게 아니라 젊은 여자 시체를 해부하려는 남자의 모습을 그립니다. 십자가 예수상을 다리 위에 놓고 머리를 싸맨 여자의 모습도 의미심장합니다. 제목과 달리 성적으로 해석 가능한 그림입니다. 보면 볼수록 정말 독특합니다.


Ludwig von Hofmann ‘Notturno’ (1897)


Ludwig von Hofmann ‘Notturno’ (1897)

19세기말에 셀카가 있었다면 이 그림이 아닐까요? 화면 앞을 한 여자의 정면 얼굴로 채우고 있는 구도가 지금은 평이하지만 당대 그림 중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Hans von Marees ‘Double portrait of Marees and Lenbach’ (1863)


Hans von Marees ‘Double portrait of Marees and Lenbach’ (1863)

뭉툭한 선을 사용해 몽환적인데 두 남자 표정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둡고 비밀이 있을 것 같고 광기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림 모사하는 화가


노이에 피나코텍에는 마음을 훔치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고대 유물들은 밥먹고 잠자고 신분을 상징하는 등 삶의 기본적인 욕구와 위계질서만 담겨 있어서 흥미를 끌기 힘든 반면, 근현대로 올수록 그림 속에 요동치는 감정이 담긴 경우가 많아 보는 사람의 마음도 흔들립니다. 제가 고대 박물관보다 현대 미술관을 더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Spar Kasse

벽에 그린 기린 그림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전광판

바이올린 버스킹


노이에 피나코텍을 나와 마리엔플라츠로 갔습니다. 전날의 화려한 EDM 퍼포먼스가 있던 광장에는 양복 입은 직장인들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즐길 땐 화끈하게 놀고, 해가 뜨면 다시 일하고…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교회 건물 앞에서 광란의 댄스 파티를 벌이고 다음 날이면 광장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제가 본 독일 사람들은 그렇게 일상을 살고 있었습니다.


슈니첼 맛집 리차르트

리차르트에는 다양한 슈니첼을 팔아요.

리차르트 슈니첼


배가 고팠습니다. 카페에 가려다가 방향을 바꿔 학센 전문점에 갔습니다. 배부르게 다시 한 번 고기를 먹고 싶었어요. 관광객이 많은 식당이어선지 종업원 할머니가 메뉴를 고민하는 저에게 학센과 맥주를 시키라고 말하네요. 저는 웃으면서 그렇게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학센으로 유명한 학슨바우어

오늘은 라거 맥주와 함께 학센입니다.


“Haxn und Bier, Bitte!”


독일어는 고등학생 때 제2 외국어로 배운 게 전부인데 여전히 저에게는 외계어처럼 들립니다. 그래도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도 잘 하더라고요. 스페인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영어를 잘 합니다. 추운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더 근면한 것 같아요.



학센은 푸짐하고 이번에도 맛있었습니다. 맥주를 한 잔 다 비웠더니 살짝 취기가 오르네요. 유럽에서 지낸 6주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마셨던 것 같습니다. 물보다 더 많이 마셨어요. 햇볕이 강해서 갈증이 날 때마다 맥주나 와인 혹은 칵테일을 마셨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 저는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는데요. 유럽에선 스트레스가 없어서인지 술이 엄청 맛있게 느껴졌나 봅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영국 정원의 크리스마스 마켓 식당

여름이라서 한산해요.


식당을 나와 영국정원까지 걸어갔습니다. 엄청나게 넓은 정원이네요. 조금 둘러보다가 트램을 타고 님펜부르크 성으로 갔습니다. 낮고 예쁜 건물이 해자에 반사되는 멋진 성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큰 공원이 나옵니다. 일단 입장권을 구입해 궁 안을 구경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웅장하고 화려한 침실, 식당, 거실 등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님펜부르크 궁전 가는 길

조금 더 가까이

아주 가까이

그림 같은 궁전

제우스가 지켜주고

포세이돈이 대기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젤라또


님펜부르크 성을 둘러본 뒤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걷고 있는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가는 사람들이 보이네요. 저는 왜 아이스크림만 보면 침이 삼켜지는 걸까요. 트램 정류장 근처에 젤라또가 있어서 피스타치오와 망고맛으로 투스쿱을 먹었습니다.


트램을 타고 영국정원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봤습니다. 크리스마스와는 정반대 계절이지만 혹시나 재미있는 게 있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거대한 야외 레스토랑밖에 없더라고요.


다시 S반을 타고 이번엔 축구공으로 표시된 역으로 갔습니다. 바로 알리안츠 아레나가 있는 곳입니다.


픽토그램으로 표시된 지하철 방향

U반에서 내렸더니 멀리 알리안츠 아레나가 보이네요.

알리안츠 아레나

아레나 투어도 있어요.

가까이서 보면 이런 느낌

알리안츠 아레나 아래서 축구하는 사람들

다시 U반역으로 가는 길

U반역은 이렇게 생겼어요.


멀리 우주선 모양의 낯익은 돔구장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은 시즌이 끝나서 기념품 숍만 오픈 중입니다. 저는 ‘FC 바이에른 뮌헨’ 로고가 붙은 아디다스 티셔츠와 추리닝을 샀습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다시 마리엔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독일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고기를 많이 먹었으니 샐러드를 먹기로 했습니다. 아보카도 클래식 샐러드에 그린머신이라는 녹색이 풍부한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건물 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 풍경이었습니다.


아보카도 샐러드와 그린머신 쥬스

노을이 지는 거리

마지막으로 마리엔 광장

마지막으로 마리엔 광장


마리엔광장으로 돌아와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커다란 실로폰으로 비발디의 ‘겨울’을 연주하는 버스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곳곳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일렉트로닉 축제였던 어제와 전혀 달리, 오늘은 클래식의 날이네요. 조용하고 차분합니다.


땅거미가 내려오고 어둠이 도시를 감싸기 시작합니다. 저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숙소로 돌아와 잠들기 위해 맥주 한 병을 마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마신 라거 헬레스 맥주


다음날 아침 일찍 저는 뮌헨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짐을 챙겨 3층에서 내려왔습니다. 6시 30분이었는데 볼프강과 안젤리카 부부가 저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문 앞에 서 있더라고요. 정말 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어젯밤에 메신저로 작별인사를 했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보자는 답장을 보내왔는데 정말로 이렇게 저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 것입니다.



안젤리카는 제가 첫날 사진 찍자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2층 그들의 공간으로 저를 초대하더니 소파에 앉아 함께 셀카를 찍게 해주었습니다.


안젤리카는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볼프강은 공항으로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을 찾아주었습니다. 지하철 중에 하나가 운행을 안 할 거라면서 저보다 더 노심초사하면서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더니 결국 공항으로 바로 가는 동역(Ostbanhof)이 있는 곳까지 저를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조금 있으니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라고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저는 한국에 독일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독일인들은 호기심이 많은 것 같다고 했고 볼프강은 웃었습니다.


안젤리카-볼프강 부부와 함께

안젤리카 부부의 공간은 이렇게 생겼어요.


남한과 북한의 상황에 그들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유럽인들은 다들 남북 정상회담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은 지금 변화하는 역사의 한복판에 있다고 말했고, 볼프강은 독일 역시 통일된 이후 아직까지도 완전한 융합은 안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생활 방식이 정말 다르다고요. 특히 동독 지역에 가면 신나치 극단주의자들이 많다고 하네요.


안젤리카는 제가 런던에 있을 때 비가 안왔다고 하자 제가 선샤인을 몰고 온다며 기뻐했고, 제가 뮌헨을 떠나면 비가 올지 모른다고 농담했습니다.


뮌헨 공항에서 다시 런던으로 돌아갑니다.


안젤리카와 작별의 포옹을 한 뒤 볼프강의 차를 타고 동역으로 갔습니다. 볼프강은 뮌헨에서 태어나 한때는 베를린이나 쾰른 같은 좀 더 큰 도시로 가고 싶었으나 어찌하다 보니 여기 정착했는데 직업상 일년에 두 번 마카오에 간다고 하네요. 저는 언젠가 한국에 오라고 말했고, 그는 연락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티켓 자판기까지 저를 안내했고, 저는 갖고 있던 유로를 탈탈 털어서 티켓을 샀습니다. 이곳에서 볼프강과 포옹하고 헤어졌습니다. 참 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독일 여행을 이들 부부의 배웅을 받으며 마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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