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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지낸 41일 동안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에 세 번 참가했습니다. 6월 30일 더블린, 7월 7일 런던, 7월 15일 뮌헨에서였습니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퀴어 퍼레이드(Queer Parade)라고도 하는데요. LGBTQ의 권리 향상을 촉진하기 위한 축제입니다. LGBTQ는 동성애자(Lesbian, 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성적 정체성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Queer 혹은 Questioning) 등을 한꺼번에 지칭하는 단어로 널리 쓰입니다.



런던 행사는 미리 알고 있었기에 기대하고 있었지만, 더블린과 뮌헨의 경우에는 제가 방문한 그날 마침 시내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어서 찾아갔습니다.


규모를 비교해 보면 런던이 아무래도 제일 컸습니다. 파크 스퀘어부터 트라팔가 광장까지 동선도 길었고요. 5시간 동안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어림짐작으로 100만명 이상이 모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멋진 드랙퀸들, 헤비메탈러 Pride Punx, 삼바춤을 추는 언니들이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신 스틸러였고요. 아마존, 구글, 비자 같은 많은 기업들도 버스에 직원을 태우고 행진에 동참했습니다. 심지어 우체국, 적십자 같은 기관들에 교사연대, 노조 등도 동성애 지지 푯말을 들고 나왔습니다. 디즈니는 미키마우스에 무지개 모양을 넣어서 나눠줬고, 페이스북은 ‘#beYoutiful’이라는 해쉬태그를 내걸었고, JP모건 같은 금융기업도 무지갯빛 팔찌를 돌리며 행진에 동참했어요. 잉글랜드는 2014년부터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정도로 LGBTQ에 열려 있는 곳이니까요.



더블린의 퍼레이드도 런던 못지 않았습니다. 런던에는 퍼레이드와 관중 사이에 펜스를 쳐놓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더블린에는 펜스가 없어서 다함께 즐기는 느낌이 있었어요. 런던보다 적은 2시간 동안 열렸지만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오히려 런던보다 더 화려하고 멋졌습니다. 아무렴 노는 데 있어서 아일랜드인들은 뒤처지지 않지요. 낮부터 새벽까지 언제든 펍에서 술잔을 부딪히며 누구든 사귈 수 있는 곳이 더블린이잖아요. 아일랜드 역시 2015년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죠.


뮌헨의 경우에는 규모는 작았지만 시내 중심가인 마리엔 광장에서 신나는 댄스 파티가 열려 즐겁게 놀았습니다.


런던, 더블린, 뮌헨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사진을 차례대로 올려보겠습니다.



런던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2018


옥스포드 서커스

사랑에는 성별이 없어요.

아스날에는 '게이구너스'라는 LGBT 서포터즈가 있네요.

페이스북이 나눠준 #beYOUtiful 깃발

사랑은 인간의 권리라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말합니다.

교회가 당신에게 한 행동이 미안해.

우체국도 동참했고요.

범상치 않은 Pride Punx. 이들은 이날 펑크메탈을 신나게 연주했습니다.

ebay의 조금 촌스러운 트럭.

파일럿 동성애자 단체도 있고요.

이젠 거리에서 키스하는 동성 커플들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성조기에 레인보우 깃발을 합성했네요.

보고 있나 트럼프?

디즈니는 미키마우스에 무지개를 씌웠네요.

영국 국영방송 BBC도 나왔습니다.

국가보건서비스(NHS)도 엄지 척!

진정한 사랑은 이해에서 나온다. 진지한 문구도 보이네요.

거리에는 쓰레기가 한가득.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어쩔 수 없나요?

뭔가 아슬아슬한 느낌

삼바춤을 추는 아디다스의 멋진 언니

저도 이들 틈에 끼어들어 봤습니다.

잘했다 얘!



더블린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2018


LGBT 교사 그룹의 행진입니다.

교회 앞을 지나가는 퍼레이드. 의미가 남달라 보이네요.

IrishLife도 프라이드에 코끼리열차 같은 걸 보냈어요.

행진하는 사람들이 끝도 없이 몰려와요.

페이팔도 프라이드

더운데 콜라 받으세요!

아, 씐나!

카리스마는 내게 맡겨

트위터 짹짹이도 왔습니다.

무지개 깃발을 들고 행진을 구경하는 사람들 뒤로 이글거리는 태양.



뮌헨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2018


뮌헨의 수호신 마리아의 탑 앞에 내걸린 무지개 깃발.

예쁘게 그려주세요.

사냥개 가면 쓴 이 친구들은 뭐지?

어맛! 유대교도인 저랑 사진 찍자는 사람 많네요.

마리엔 광장에서 시작된 공연.

장애인도 다 함께 춤을!

에라 모르겠다. 좋은 걸 어떡해!

DJ Tower의 일렉트로닉 뮤직과 함께 클럽으로 변해버린 광장.

사람들이 계속 몰려와요.

날이 저물어가면서 분위기는 더 고조됩니다. 이날 행사는 저녁 10시에 끝났습니다.


한국에서도 7월 14일 퀴어 퍼레이드가 열려 6만여명이 참가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다들 얼굴을 가린 사진이 보도되는 것을 보니 마냥 신나게 즐기기에는 아직 복잡한 충돌들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날 동성애 반대하는 시위도 꽤 크게 벌어졌다고 하지요. 더블린과 런던에서도 동성애 반대 푯말을 보긴 했습니다만 아주 극소수여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뮌헨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 볼프강과 한국과 독일의 퀴어 퍼레이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에 따르면 뮌헨에서도 이 행사가 평화롭게 열린 것은 4~5년 정도에 불과하고 그 전에는 찬반을 놓고 수많은 토론이 있었다고 합니다. 토론을 통해 문화를 바꾸어가는 독일 사회의 건강한 모습 중 하나가 바로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변화로 나타난 거죠. 한국도 무조건 자기 주장만 하지 말고 토론이라도 해보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자든 여자든, 성을 바꿨든 말았든,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잘 살겠다는데 왜들 오지랖인지 모르겠습니다.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처음 열린 것은 1970년 6월 28일 미국 뉴욕에서라고 합니다. 1969년 미국 경찰이 동성애자 아지트였던 술집 ‘스톤월’을 급습한 것에 대해 동성애자들이 반발하며 일어난 시위를 ‘스톤월 항쟁’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이죠. 이후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에서도 열렸고요. 1971년에는 보스턴, 댈러스, 밀워키를 비롯해 런던, 파리, 베를린,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국제적인 행사로 커졌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 9월 연세대학교에서 처음 열렸고, 2015년부터 매년 6~7월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유창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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