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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하다.” “너무 통쾌하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에 달린 댓글이다. 2017년 1월 연재를 시작한 이래 다음에서 인기 웹툰으로 자리잡은 ‘이태원 클라쓰’는 ‘소신있게 살자’를 좌우명으로 삼은 남자 박새로이가 요식업 재벌 아들의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뒤 재벌가에 맞서 호프집을 창업해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최근 드라마 판권이 팔리며 머지않아 TV에서도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됐다. 매주 화요일 ‘이태원 클라쓰’를 연재 중인 광진 작가를 지난 2월 9일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Youchang


Q. 웹툰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A. 중학교 1학년 때 ‘슬램덩크’를 보고 소름 돋는 걸 처음 경험했어요. 이런 걸 누군가에게 느끼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그때 처음 마음먹었습니다.


Q. ’이태원 클라쓰’는 어떻게 기획했나요?

A.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웹툰 중에는 호프집 소재가 없어서 블루오션이라고 봤어요. 2030 세대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Q. 주인공 박새로이 캐릭터는 어디서 가져왔나요?

A. 호프집 아르바이트할 때 매니저 형 이름에서 따왔어요. ‘소신있게 살자’는 저희 어머니가 지어준 저희집 가훈이에요. 자라면서 어머니가 소신있게 하다 보니 피해당하시는 것을 많이 봤거든요. 멋지면서도 힘들어 보였죠. 그게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Q. 어머니가 웹툰을 보시고 뭐라고 하시나요?

A. 칼 같으세요. 마음에 들면 마음에 든다고 하시고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해주세요.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 ©다음웹툰


Q.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뭔가요?

A. 조이서입니다. 만화의 재미가 조이서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 만화가 진부한 부분이 있는데 그 진부함에서 벗어난 캐릭터죠. 조이서라는 이름은 제 딸 이름에서 따왔는데요. 지금은 소시오패스 설정이지만 원래는 평범한 캐릭터였어요. 평범한 캐릭터로 재미를 유발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소시오패스를 부여했더니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리더라고요. 그 밖의 캐릭터들은 캐릭터마다 키워드 하나를 놓고 만들었어요.


Q. 웹툰은 강렬한 복수극인데 작가를 만나보니 꽤 수줍음이 많으시네요.

A. 작품은 제 성향과는 무관해요. 좋아하는 걸 그리는 거잖아요. 제 성격이 실제로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시원시원한 걸 좋아하니까 그리게 된 것 같습니다.


Q. 영향받은 작품은요?

A. 영화 ‘아이언맨’에서 아이언맨이 기자회견을 열어 질문을 받는 장면이 있어요. 회사에서 만들어준 답변들이 있었는데 아이언맨은 그것을 보더니 휙 날려버리고, 자기가 아이언맨이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장면이에요. 저도 그런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Youchang


Q. 레진코믹스에서 다음 웹툰으로 옮긴 계기가 있나요?

A. 레진에 딱히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레진에서는 성인 만화를 주로 했어요. 성인 만화가 돈이 되잖아요. 그런데 어떤 느낌이 왔어요. 이것만 하면 평생 돈만 좇을 것 같다. 성인만화만 그리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요. 성인만화는 그림체가 중요한데 저는 그림을 잘 못 그리거든요. 저에게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 강점은 그림보다는 기획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가 가미된 소년물을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아니면 못 할 것 같아서 도전했는데 여러 플랫폼에서 까였어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독자들에게 평가 받아보자. 그래서 다음웹툰의 아마추어 게시판부터 시작했어요.


Q. 드라마 판권이 팔렸습니다. 어떻게 제안받았나요?

A. 자세한 과정은 저도 몰라요. 다음웹툰 관계자분이 계약을 잘 해주셨다고만 들었어요.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주셨다고요.


Q. 드라마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A. 좋았어요. 아, 그 전에도 판권 계약은 두 번 있었어요. ‘그녀의 수족관’도 팔렸죠. 그런데 실제 제작은 안 들어갔어요. 판권이 팔리는 것과 실제로 만들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실감은 안 나요.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 ©다음웹툰


Q. 드라마가 제작된다면 주인공 박새로이는 누가 연기하면 좋을까요?

A. 많이들 말씀하시는 유아인 씨나 우도환 씨가 하면 좋겠어요. 사실 박새로이는 백종원의 젊은 시절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든 캐릭터예요. 제 기대만큼 표현이 잘 된 것 같지는 않지만요.


Q. ‘이태원 클라쓰’ 첫 회를 올린 뒤 독자 반응을 보면서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요?

A. 남의 작품을 볼 때는 촉이 오는데 제 작품에는 모니터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댓글 보면서 중박 정도 예상했습니다.


Q. 댓글이 연재에 도움이 되나요?

A. 레진코믹스는 댓글이 달리는 시스템이 아니라서 댓글이 고팠었어요. 다음웹툰에선 댓글을 다 봐요. 멘탈적으로 큰 도움이 돼죠. 만화를 그리는 작업은 사실 굉장히 힘들잖아요. 저처럼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에겐 더 힘들어요. 그런데 댓글이 계속 보고 싶어서 휴재를 못하고 있습니다.


Q. 악플은 없나요?

A. 있어요. 밑도 끝도 없는 악플은 안 아파요. 그런데 내가 엉성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정확히 지적해주면 아프죠. 어쨌든 악플도 도움이 많이 돼요.


Q. 댓글 때문에 내용이 바뀌기도 하나요?

A. 그러면 안 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어떤 댓글을 보니 제가 하려고 했던 다음 이야기를 댓글로 먼저 예상해서 이야기하신 거예요. 그래서 조금 바꿨습니다. 프로적이지 못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Youchang


Q. 호프집, 나이트, 클럽 등 밤문화 묘사가 상당합니다.

A. 다른 작가들보다는 밤문화 경험이 더 있는 것 같아요. 만화학과 친구들 중에 학교에서 계속 그림 공부를 한 친구들이 많지만 저는 학교 다니는 중에 등록금을 벌기 위해 호프집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을 많이 했어요. 그림 실력은 달리지만 제가 가진 경험들이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내도 스물네살 때 헬리우스라는 종로 나이트에서 만났어요. 처음 가봤는데 첫 부킹으로 와이프가 온 거예요. 단발에 정말 예뻤어요. 제가 들이대는 성격이 아닌데 그날 노래방도 갔죠. 집도 같은 정릉이더라고요. 그날 이후 계속 만나 결혼하게 됐습니다.


Q. 작품 기획에서 중요한 요소는 뭔가요?

A. 남들이 안 하는 이야기인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나,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인가 이렇게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은 없고요. 제가 그렇게 떠들고 다녀요.


©Youchang


Q. 일주일에 한 회씩 연재 중입니다. 어떤 식으로 작업하나요?

A. 진짜 제대로 작업하시는 분은 시놉시스와 플롯을 끝까지 구성해서 하루는 스토리, 하루는 콘티, 다음 날은 20컷씩 나눠서 일정을 맞추죠. 그런데 저 같은 경우는 구성이 계속 달라져요. 그래서 월요일이 마감이면 그 전주 수요일까지 스토리와 콘티 만들고 선을 그립니다. 어시스턴트가 토요일까지 채색을 완성해 놓으면 월요일에 편집해서 화요일 마감합니다.


Q.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지금이 제일 많이 법니다. 엄청 많아요(웃음).


Q. 액수를 공개하기 힘들면 웹툰작가는 어느 정도 버는지 소개해 주세요.

A. 잘 나가는 사람은 억대로 벌지요. 저는 한참 못 미치고요. 웹툰작가라는 게 굉장히 불안정한 직업이에요. 원고료가 보통 월 160만~240만원 정도인데요. 이 돈으로 어시스턴트도 들여야하니 턱없이 부족하죠.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작품이 끝나면 차기작을 하기 전까지는 또 불안정한 상황이 시작되죠.



Q. 최근 불법 사이트 때문에 수입에 타격을 입고 있지 않나요?

A. 모든 작가님들이 그럴 것 같아요. 저도 그 불법 사이트에 제 작품이 랭킹에 올라가 있는 걸 봤어요.


Q.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땐 어떻게 하나요?

A. 아무것도 안 합니다. 억지로 생각하려고 하지 않아요. 멍때리는 거죠. 일주일에 한 회씩 마감해야 하다보니 계속 카페와 작업실을 오가면서 작업하는데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무조건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합니다.


Q.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나요?

A. 독자에게 좋은 영향 주는 작가이고 싶어요. 제가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저는 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작가이고 싶어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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