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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실리콘밸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와 있습니다. 여러분을 인터뷰해서 진짜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한국에 전달하고 싶습니다.”


5년째 휴학중인 대학생 김태용 씨는 모아둔 돈 350만원을 들고 지난 7월 무작정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목표는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을 인터뷰하는 것. 현지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그는 공항에서 급하게 영상 메시지를 만들어 페이스북과 한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는데 저와 정말 맞지 않았어요. 창업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거기 신세계가 있더라고요. 졸업을 미루고 미술 소품, 변형 가능한 가구 등을 아이템으로 몇 차례 창업했는데 성과는 그저 그랬죠. 사업하면서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문득 그곳의 진짜 모습이 궁금했어요. 영상 콘텐츠는 많이 만들어봐서 자신 있었죠.”


무작정 떠날 수 있어서 청춘인 것일까. 무모해 보이는 그의 도전은 네트워크의 위력을 실감하게 해준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고 보니 벌써 메시지가 몇 개 와 있더라고요. 페이스북 친구들이 지인을 추천해줬는데 그중 핀테크 기업 ‘캐피탈 원’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분을 찾아갔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충실한 인터뷰이가 되어 주었다. 그날 밤 김 씨는 인터뷰 영상을 만들었고, 이 영상을 포트폴리오 삼아 여러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인터뷰 대상자를 물색했다.


“42일 동안 40명 이상을 만났어요. 도미노처럼 인터뷰이가 다른 인터뷰이를 소개해줘서 나중에는 제가 선발을 해야 했어요. 그중 스토리가 있는 16명을 영상에 담았죠.”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페이스북 디자이너, 우버 엔지니어, 픽사 촬영감독 등 다양하다. 그는 하루에 1~2회 꼴로 인터뷰하고 그들이 일하는 모습 촬영했다. 돈이 다 떨어지자 그는 계획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9월부터 페이스북과 피키캐스트 등에 ‘리얼밸리’ 페이지를 만들어 자신이 만든 영상을 하나둘씩 공개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독자 수는 2만 명이 넘었고 조회수는 두 달 만에 400만 회를 돌파했다. 우버와 테슬라를 퇴사하고 숙취음료회사 ‘82 Labs’를 창업한 이시선 씨의 스토리는 무려 조회수 100만 회를 기록했다.


태용의 '리얼밸리' 페이스북 페이지


“처음부터 이렇게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어요. 단지 대기업 취업 성공담이 아닌 실리콘밸리의 진짜 직장문화를 잘 전해줘서 고맙다는 멘션을 받을 때 보람을 느껴요.”


그가 만든 영상은 모바일에서 표준이 된 ‘3분 내외’라는 공식을 깬다. 영상 하나가 10분을 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끄는 이유는 확실한 메시지가 있어서다. 김 씨는 인물의 스토리에 그가 하고 있는 실무적인 작업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녹이려고 했다.


“우리는 인공지능·4차 산업혁명 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대개 추상적으로 생각하잖아요. 실리콘밸리에서 실제로 인공지능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직원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그런 노력을 공감해주시는 듯해요.”



대학보다 창업이 더 좋았던 스물여덟 청년 김태용에게 실리콘밸리는 어떤 곳이었을까? 그는 42일 간 실리콘밸리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털어놨다.


“실리콘밸리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철저한 능력주의에 기반해 움직이더라고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 좋은 게 뭐냐’고 인터뷰이에게 물으면 하나같이 ‘동료가 뛰어나서 자괴감이 들 때가 많은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만큼 성장한다’고 해요. 선언하듯 혁신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일상이 항상 새로움을 찾는 과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런 사람들끼리 끊임없이 네트워킹이 이뤄지고요. 이들과 제가 나중에 경쟁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정말 무서운 곳이었어요.”



1인 크리에이터로 인기를 얻은 뒤 영상을 만드는 틈틈이 강연을 다니느라 눈코 뜰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리얼밸리 연재를 마무리하면 국내에서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 시리즈를 진행하려고 해요. 제가 지금 스물여덟살인데 내년까지는 1인 크리에이터로 살려고요. 그 이후는 모르겠어요. 장기 계획을 세우기엔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잖아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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