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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초에 캐나다-미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도시는 시애틀이었습니다. 시애틀은 단지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의 로맨틱한 분위기로만 어렴풋이 남아 있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멋진 야경에 SF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도시였습니다. 미국답지 않게 아기자기하고 사람들도 무척 친절합니다.


시애틀은 비가 자주 온다고 하는데 운좋게도 제가 있던 기간에는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3일간 지내면서 도시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박물관을 소개합니다. EMP/SFM이라고 불리는 뮤직&SF 박물관입니다.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에 있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지요.


스페이스 니들은 1962년에 세계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시애틀의 상징입니다. 시애틀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어서 이곳에서는 시애틀의 근사한 야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지요. 야경은 제가 지금까지 다녀 본 어느 도시의 야경보다도 단연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멋있죠? 노을이 질 무렵에 전망대에 올라가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 야경을 촬영했습니다. 10월초 바람이 쌀쌀해서 오래 있기에는 좀 힘이 들더군요.


다음날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에 위치한 EMP/SFM이라 불리는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모양이 참 독특하고 근사합니다. 마치 SF 영화 속에 나오는 한 장면 같습니다.



모노레일이 건물 사이를 통과하면 마치 미래도시 같습니다. 모노레일이 나오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해 아래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노레일 배차간격이 생각보다 길더군요.


자, 이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갈볼까요? EMP/SFM은 두 박물관이 하나의 건물에 함께 들어있는 구조입니다. 어디로 들어가든 두 개의 박물관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연결되어 있고 입장료도 한 번만 내면 됩니다.



저는 EMP를 통해 박물관으로 들어갔습니다. EMP는 Experience Music Project의 약자입니다. 2층까지 솟아오른 거대한 기타탑이 방문객을 맞아줍니다. 또 음악에 맞춰 다양하게 변하는 대형 스크린도 멋집니다.



이곳에서는 시애틀이 낳은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전시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미의 부서진 기타부터 옷, 그가 쓴 편지, 악보 등 그의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고 박물관 내부에는 그의 음악이 계속 흘러서 지미 헨드릭스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해줍니다.


지미 헨드릭스 기념관을 나와 통로로 걸어가면 록음악의 역사를 정리한 전시관도 있습니다. 시애틀이 얼터너티브록이 탄생한 곳이어서인지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에 대한 기록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2층으로 올라가면 사운드랩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정말 재미있는 방입니다. 방문객 스스로 뮤지션이 되어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녹음하고 믹싱, 디제잉까지 할 수 있는 실습 공간입니다.



일렉트릭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신디사이저를 직접 다뤄볼 수 있고 버튼을 누르면 다른 방문객과 함께 잼 연주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보컬 연습을 하는 곳에서는 안내가 나오면서 노래 부르는 것을 코치해주기도 합니다. 보컬은 4곡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저는 그중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을 불렀습니다. 노래 부를때는 문을 꼭 닫고 불러야 민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믹싱과 디제잉도 단순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실습 박물관이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제 음악 박물관을 나와서 SFM으로 가볼까요? SFM은 Science Fiction Museum의 약자입니다.



복도의 느낌부터 심상치가 않죠? SF 영화의 느낌을 살리고 있습니다. 복도 뿐만 아니라 계단에도 색조명과 음향효과를 집어넣어 마치 우주선에 온 것처럼 만들어놓았습니다.



전시 내용은 SF의 역사와 기록, SF 대가들, 그리고 SF 영화 속에 등장했던 주요 캐릭터와 도구들입니다. 쥘 베른느, 달세계 여행, 우르술라 르귄 등 고전부터 최신 영화까지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몹시 흥분될 만한 내용들이 차곡차곡 전시되어 있습니다.



SF 대가들을 모셔놓은 곳입니다. 작가들부터 영화감독, 제작자까지 SF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들의 초상과 싸인이 있습니다. 맨 오른쪽에는 2010년의 후보들이 따로 놓여 있었습니다. 그중 필립 K. 딕의 사진을 따로 찍어보았습니다.



SF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박물관 내부를 보세요. 결코 큰 박물관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면서 관람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마치 세트장 혹은 우주선 같지 않나요? SF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무기, 의상 등 소품들을 전시해놓고 해당 소품이 어떤 영화에 나왔는지 모니터로 영상을 보여주는 등 전시내용 하나하나 놓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스타워즈>의 R2D2, 요다, <터미네이터>의 T600 모형입니다.



<혹성탈출>도 반갑습니다.



보너스로 이것은 뭘까요? 네, 바로 화장실 마크입니다. 화장실 표식도 이렇게 SF스럽습니다. 이런 정성 하나하나가 더 멋진 박물관을 만들어내는 비결이겠지요.


시애틀에 가면 EMP/SFM을 꼭 들려보라고 권해주고 싶네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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