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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SBS 독점 중계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특히 물먹은 MBC와 KBS가 올림픽을 축소 보도하면서

세 방송사들에 항의전화도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우선,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불편함은 익숙하지 않다는 것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올림픽 때마다 방송 3사에서 채널 장악하면서 팡파레 울려주고

금메달 땄다 하면 모든 채널에서 온갖 스토리를 편성하던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한편으로는 전파낭비라고 욕을 했으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에는 목을 메고 열광을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올림픽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진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올림픽 메달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또 미디어가 올림픽을 너무 크게 부풀리는 것을 막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 공중파의 올림픽 보도에 대해 한번 살펴볼까요?


SBS뉴스는 올림픽 개막식을 톱뉴스로 장황하게 보도했고

MBC와 KBS는 국제 단신뉴스로 보도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이 공중파 메인 채널에서 국제 단신으로 보도된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아마 최초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올림픽 개막식의 적정한 뉴스밸류는 어느 정도일까요?


또 쇼트트랙의 이정수 선수가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땄을때

SBS뉴스는 몇 꼭지를 할애해 톱뉴스로 보도했고

MBC는 4~5번째 비중있는 기사로 1꼭지 보도했으며

KBS는 이마저도 스포츠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아마 올림픽 금메달이 스포츠 단신으로 보도된 것도 건국 이래 최초일 것입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생각해보죠. 과연 올림픽 금메달의 뉴스밸류는 어느 정도일까요?


모태범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에는

SBS에서 KBS와 MBC에 7분 30초 분량의 영상을 제공하기로 해서

세 방송 모두 금메달이 톱뉴스로 되돌아왔습니다.

MBC는 모태범 선수의 금메달을 톱뉴스로 2꼭지 보도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뉴스밸류가 맞다고 보십니까?

또 올림픽은 어떤 식으로 중계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방식이 가장 적정한 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방송사에서 올림픽을 단독 중계하고,

다른 방송국에서는 주요 뉴스만 간추려서 1~2꼭지 보도하는 방식 말입니다.

이 정도가 전파낭비를 줄이고 채널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이 아닐까요?


(물론 SBS가 독점권을 따낸 방식에 문제가 많습니다만,

순수히 시청자의 권리를 놓고 봤을때 말입니다.)


올림픽 메달이 국위 선양의 상징이고 국격을 드높인다는 생각은

사실상 88올림픽 이후로 유효기간이 지난 개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올림픽은 이제 즐기는 스포츠 축제로

새롭게 자리매김 되어야 합니다.


금메달 땄다고 전국민이 환호하고 메달리스트가 영웅이 되는 것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메달을 따기 위한 선수들의 땀방울은 숭고한 것이지만

오로지 메달을 위해 선수들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금메달을 딴 영웅이 나오게 되면 메달 지상주의는 한없이 부풀려져서

또 자신의 인생을 오직 올림픽 메달에 거는 사람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것은 악순환인 것입니다. 올림픽 정신에도 맞지 않습니다.

메달은 국가가 선수들을 합숙시키고 육성해서 따내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SBS 독점중계는 미디어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 주었습니다.


이번에 돈은 돈대로 쓰고 욕은 욕대로 먹어 득보다 실이 더 많은 SBS가

월드컵에서도 지금과 같은 독점중계 방식을 계속 고집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미디어가 올림픽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좀더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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