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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아영>은 <프란시스 하>를 만든 노아 바움백 감독의 2014년작입니다.

<프랜시스 하>는 욕심 많으면서도 재능은 그저그런 한 소녀의 쓸쓸한 느낌을 흑백 화면에 잘 담아낸 수작이었습니다.

특히 자기 이름을 쓴 종이가 길어서 칸에 들어가지 않자 대충 구겨서 집어넣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죠.



<위아영>에는 감독의 전작에 공감한 스타들이 가세했습니다.

벤 스틸러, 나오미 왓츠, 아담 드라이버,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캐스팅이 화려합니다.


하지만 지난 5월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은 그저 그랬습니다.

영화의 스타일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영화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보니 조금 무거워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점이 한국 관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중년의 부부와 젊은 커플 이야기를 대비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것만 잘 다뤄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었을 텐데 감독은 여기에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한 예술가의 관점,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준 등 다른 이야기를 집어 넣어서 이야기를 부풀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로써는 어느 한 지점에 정확하게 감정이입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영화 <위아영>은 "젊은 사람들에게 문을 열라"는 헨릭 입센 희곡의 한 문장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44세 조쉬(벤 스틸러)와 43세 코넬리아(나오미 와츠) 부부에겐 아이가 없습니다. 아이가 없는 부부가 받는 스트레스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 차이가 없나 봅니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왜 아이를 안 갖니, 아이를 갖는 게 좋다 이런 조언을 듣습니다. 말이 좋아 조언이지 반복되면 스트레스가 되잖아요. 특히 이들 부부와 절친이었던 부부가 뒤늦게 아이를 갖게 되면서 조쉬와 코넬리아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합니다.


그때 25세의 젊은 커플 제이미(아담 드라이버)와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들을 찾아옵니다. (두 배우는 실제로는 이미 30대에 접어들었는데 영화에선 시침 뚝 떼고 20대 중반의 청년을 연기합니다.) 다큐멘터리 감독 지망생인 제이미는 이미 이 분야에서 한 번 성공해본 조쉬를 평소 존경하고 있었다며 찾아온 겁니다. 그렇게 네 사람은 어울립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의 문화를 받아들입니다.



조쉬는 페도라를 쓰고 코넬리아는 힙합을 배웁니다. 함께 환각 파티에 가고 자전거를 탑니다. 안 하던 짓을 하다보니 조쉬는 관절염에 걸려 고생하고 코넬리아는 박자를 못맞춰 헤매지만 나이든 친구들과 아이 타령하며 사는 것보다 이게 훨씬 재미있습니다. 이들은 어느새 젊음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에 들뜹니다.


조쉬와 제이미는 의기투합해서 함께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합니다. 조쉬는 호기롭게 크레딧 따위는 필요없으니 연출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알고 보니 제이미는 조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었습니다. 제이미가 노린 것은 조쉬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의 대가인 코넬리아의 아버지였던 것입니다.


젊은 사람과 친구가 됐다고 믿은 조쉬는 배신감에 치를 떨고 분개합니다. 코넬리아의 아버지의 신임을 얻은 제이미는 더 이상 조쉬를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조쉬는 두 사람이 참석한 파티에 가서 행패를 부리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탄식, 재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평생 믿어온 가치가 부정되는 것에 대한 혼란 등 <위아영>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모든 것이 매끄럽게 맞아 들어가는 영화는 아닙니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래도 한 가지 생각은 곰곰이 해보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할까 하는 것입니다.


자그마한 명성을 얻었지만 삶이 불안한 중년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청춘. 그를 마냥 미워하기엔 그는 누가 보기에도 나보다 재능 있는 청년입니다. 나는 질투하지 않는 척하지만 이미 가슴 깊은 곳에서는 미움이 싹트고 있습니다.


영화는 후반부에 방황하는 중년을 위해 하나의 해법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나이듦을 인정하고 괜한 젊은이 흉내내지 말고 욕먹을 각오하고 당당한 꼰대가 되라는 것입니다. 꼰대가 되데 무작정 질투심을 표출하고 막무가내로 훈계하는 꼰대가 아니라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꼰대가 되라는 것입니다. 나이 들었음에도 제대로 이룬 것 없이 초라해 보이고 자신이 부끄럽더라도 그것은 이미 자신의 삶입니다. 그렇게 보면 '꼰대'는 무작정 부정적인 개념만은 아닙니다. 진정한 꼰대는 자신의 삶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를 가진 자입니다. 스스로 당당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훈계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스타가 된 제이미가 실린 잡지를 보며 조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젊으니까."

​쿨하게 인정하고 조쉬는 자신의 길을 갑니다. 그렇게 나이듦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당신 자신이 되세요. 다른 사람은 이미 그들의 몫이에요. be yourself, everyone else is already taken."

영화 속에서 제이미가 오스카 와일드를 인용해 조쉬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 문장은 영화를 보고 드디어 꼰대가 되기로 결심한 중년들에게도 꼭 필요한 문장 아닐까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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