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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카리오(Sicario)라는 단어의 뜻을 알려주며 시작한다. 시카리오의 유래는 예루살렘의 ‘질럿(zealot)’이며, 질럿은 침략자 로마군을 암살하던 자들이었다. 지금 멕시코에서 시카리오는 암살자를 뜻한다.



FBI 요원 케이트(에밀리 블런트)는 아리조나 피닉스에서 작전 중 수십 명을 감금 살해한 범인을 잡는데 성공하지만 폭탄이 터지는 사고로 대원을 잃는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윗선의 사람들이 FBI로 오고, 자신을 국방부 출신이라고 소개한 맷(조쉬 브롤린)은 범인이 멕시코의 거대 카르텔이라며 자신들의 범인 검거 작전에 케이트가 합류해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그녀는 그들과 함께 헬기를 타고 텍사스 엘 파소로 향한다. 그런데 헬기에는 말이 없는 의문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가 타고 있었다.


케이트, 맷, 알레한드로는 텍사스 경찰을 동원해 완전무장을 하고 엘 파소에서 국경을 넘어 멕시코의 출입 통제된 도시 후아레즈로 들어간다. 후아레즈는 매일 총격전이 벌어지고 도로에 시체가 전시되어 있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땅이다. 경찰마저 카르텔에 매수돼 있고 감시할 언론도 없는 무법천지의 땅이다.


맷과 알레한드로는 후아레즈에서 카르텔의 조직원을 잡아와 그를 고문해 보스가 사는 곳을 알아내려 한다. 이 과정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두 사람을 용납할 수 없는 이상주의자 케이트는 그들의 행위를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말하며 갈등 관계에 놓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케이트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조직의 복수를 위해 자원했지만 아무런 정보를 공유받지 못해 대체 왜 합류하라고 했는지 어리둥절한다. 급기야 분노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단지 CIA가 연출한 후아레즈 출신 검사의 사적 복수극의 들러리일 뿐이었음을 알게 된다.


<시카리오>는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영화다. 케이트라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후아레즈의 잔혹함과 CIA의 침투 작전 상황이 생생하게 중계된다. 때론 나이트 비전과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귀에 울리는 묵직한 사운드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한다. 맷과 알레한드로의 배짱 두둑한 행동들을 보고 있으면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지 계속 집중하게 되는 나머지 나중엔 진이 다 빠질 정도다.


<시카리오>를 만든 드니 빌뇌브 감독은 과거 <그을린 사랑>에서도 삶의 최전선에서 파헤쳐지는 충격적인 과거를 이야기와 영상의 환상적인 조합을 통해 만들어낸 적 있다. 이후 만든 <프리즈너스>와 <에너미>는 그저그런 평가를 받았지만 <시카리오>는 그의 장기가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꽃핀 영화다. 그는 최전선에 있을 때 확실히 능력을 발휘한다.



<시카리오>에는 케이트의 시점이 아닌 장면이 딱 네 번 등장한다. 네 번 모두 한 멕시코 소년이 경찰관인 아버지에게 축구하자고 조르는 장면이다. 밤마다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벌어지는 곳, 저마다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권력구도가 하루아침에 흔들리면 주민들은 매일 불안에 떨어야 하는 곳, 지옥이 따로 없는 도시 후아레즈에서도 소년들은 축구를 한다. 축구하던 소년들이 총소리에 섬뜩 놀라 멈춰서는 마지막 장면은 그저 먹먹하기만 하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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