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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고 있어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수치심이 거세된 권력자들을 표현하려 했다."


윤태호 작가는 지난 10일 열린 '웹툰 vs 영화 썰전' 관객 시사회에서 웹툰 <내부자들>에 적나라한 성접대 장면을 묘사한 의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장면은 영화 <내부자들>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경영, 백윤식, 김홍파 등 중년 연기자들이 과감하게 노출 연기를 감행했다.


윤 작가는 "흔히들 남성에겐 성기 사이즈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고 하는데 모든 것을 가진 권력자들에겐 그런 컴플렉스마저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권력을 가졌다고 술집 종업원들에게 막대하는 심리를 (그 장면을 통해) 묘사하려 했다"고 밝혔다.



윤 작가의 웹툰 <내부자들>은 <이끼>, <미생>보다 훨씬 직설적으로 현실의 폐부를 찌른 작품이다. 성접대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용역 깡패의 뒷거래 등이 소재다. 현역 정치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연재 당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총선 과정과 선거 결과가 그대로 웹툰에 반영돼 있기도 하다. 현재는 작가의 요청으로 연재됐던 한겨레 사이트에서 내려져 책으로만 볼 수 있다.


윤 작가는 영화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부자들>은 (민감한 소재를 다뤄) 영화화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판권을 전혀 팔 생각이 없어서 (가격을) 세게 불렀는데 제작사에서 덥썩 물었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끌어냈다.


우민호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 이유에 대해 "처음엔 현실 정치적인 것들에 대한 논란이 부담스러웠지만 만화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통렬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작가의 웹툰은 미완성으로 끝을 보지 못했지만 우 감독은 거기에 나름의 해석을 더해 전혀 새로운 영화로 완성했다. 우 감독은 "원작에 없는 낭만과 판타지를 집어넣어 관객들이 극장에서라도 대리만족을 느끼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윤 작가는 웹툰을 완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정치 이슈의 근원을 찾아 추적하는 작업을 하면서 만화를 연재하다보니 어느 순간 나조차도 정치의 소비자일 뿐이라는 자괴감이 들었다"며 "막막한 회의감에 완결의 동력을 잃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또 "사실 팬들 사이에서 내 별명이 '조루작가'"라며 "작품을 만들 때 엔딩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놔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우 감독은 "사실 3시간 40분으로 완성된 영화를 개봉을 위해 2시간 10분 분량으로 재편집했다"며 "캐릭터들의 과거 이야기가 더 있는데 영화 흥행 여부에 따라 제작사에서 3시간 40분짜리 원본을 공개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작가는 "완성된 영화가 기대 이상이어서 영화를 통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됐다"며 "영화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 감독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씹고 싶은 게 많은 영화이길 바란다"면서 "현실이 비루하더라도 관객들이 극장에서만큼은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스크린 씹어먹는 두 배우... <내부자들> 살린 조승우와 이병헌

>> <내부자들> 이 한 장면에서 시작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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