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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미생 시즌2> 연재 시작하는 윤태호 만화가


만화 <미생>이 나온 이후 '미생'은 바둑용어를 넘어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단어가 됐다. 미생에 붙은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라는 부제는 이 땅의 샐러리맨들을 위로했다. 고층빌딩 숲속에서 내가 앉은 자리가 보잘것 없다고 느껴질 때, 잘난 동료들 사이에서 홀로 뒤처져 방황하고 있을 때, 만화 한 편이 손을 내밀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라는 바둑판에 쓸모없는 돌은 없다고.


<미생>이 돌아온다. 대기업 인턴 사원의 애환을 그린 전편에 이어 이번엔 중소기업이 무대다. 10일부터 다음과 카카오를 통해 연재가 시작되는 웹툰 <미생 시즌2>는 주인공 장그래가 수출업무를 담당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릴 예정이다.


조회수 10억회, 출판만화 200만부 판매 등 <미생>으로 ‘국민만화가'로 등극한 윤태호 작가는 <미생 시즌2> 연재를 앞두고 "주위의 기대가 너무 커 무거운 짐을 진 기분"이라고 했다. 그가 <미생 시즌2>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 또 만화 외길을 걸어온 그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작품을 만드는 비결을 듣기 위해 최근 그의 분당 화실을 찾았다.



- 먼저 <미생>의 속편을 만들게 된 계기를 말해 달라.

"<미생 시즌2>는 <미생> 연재가 중반쯤 지났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어서 결정했다. <미생>이 직장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철학적인 의미를 담은 만화였다면, <미생 시즌2>는 실제로 직장인들이 어떻게 일을 구현하는가에 대한 만화가 될 것이다."


- <미생 시즌2>는 어떤 이야기인가?

"3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선 회사의 수익 창출 방식을 보여주고, 2부에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해외출장 매커니즘, 3부에선 요즘 젊은이들이 선뜻 결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풍속도를 다룰 것이다."


- <미생>의 통찰력 가득한 대사들은 지금도 어록으로 회자된다. 대사는 어떻게 썼나?

"내가 쓴 것도 있고, 직장인들을 취재하러 다닐 때 취재원들이 지나가며 한 이야기를 가져다 쓴 것도 있다. 물론 작품에 써도 되는지 허락받고 썼다. 좋은 대사는 만드는 게 아니라 발견된다. 가장 좋은 대사는 의외로 아주 소박한 문장이다. 나는 별로 꾸미려고 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 것을 보면 그때 그들이 그 대사를 필요로 했던 것 같다."


- 그 대사를 필요로 한 사람들은 <미생>에 공감하고 위로받은 사람들이다.

"내가 감히 누군가를 위로한다기보다는, 독자들이 <미생>의 캐릭터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발견하게 만들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본인들이 찾아내기를 바랐다. 타인의 평가에 주눅들거나 기대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가발전해서 힘내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만화다."



<미생> 직장인 공감 불러일으킨 대사 5선

1. 보이는 것이 보여지기 위해 보이지 않는 영역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2.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3. 스스로 설득되지 않는 기획서를 올리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거죠.

4.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게 된다.

5. 어쩌면 우린 죽을 때까지 문만 열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 성공은 그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 아닌가?



- 지금까지 그린 캐릭터 중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나?

"<미생>의 일중독자 오차장이다. <미생> 후반부에 오차장이 회사 그만두고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유격을 발견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대사는 실제로 내가 느낀 것을 쓴 것이다. 만화를 연재할 땐 일주일에 세 번만 집에 들어갈 정도로 바쁜데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볼 시간이 부족하다.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반갑게 "와!" 하는데 그게 20분을 못 가더라. 자꾸 거리감이 생긴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바쁘게 살고 있는지 회의가 들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오차장을 통해 드러났다."


- 그러고 보니 지금껏 성인 독자들을 위한 만화만 했다. 아이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서라도 어린이용 만화를 그릴 생각은 없나?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 내 만화의 톤이 조금 다운되어 있지 않나. 딱 한 번 해봤는데 대사가 안 나오더라. (웃음)"



-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애쓰는 것은 창작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지불식간에 무언가가 찾아온다. 영감을 얻기 위해 산에 간다거나 하지 않는다. 문하생 때부터 연습할 때 자리를 피하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책상을 회피하는 버릇이 생기면 점점 핑계가 늘어난다.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 상상력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 웹툰의 힘이 놀랍다. 영화·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수출까지 된다.

"1990년대 초반 한국 만화가 200만부씩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반짝 호황기였는데 그때 만화가들과 업계는 호황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웹툰 붐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 30개가 넘게 생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 업체들은 수익을 대부분 19금 성인용 만화에서 얻고 있다. 지금 호황일 때 잘 관리하지 못 하면 만화산업은 다시 한 번 암흑기에 빠질 수 있다. 그게 내가 불안한 지점이다. 밸런스를 유지했으면 한다."


- 윤 작가 본인이 <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뭔가?

"조치훈 선생의 말에서 따온 ‘어차피 바둑, 그래도 바둑' 이 문장을 제일 좋아한다."


- 만화도 그런가? 어차피 만화, 그래도 만화?

"모든 일이 그렇지 않나? 만화도 마찬가지고 회사도 마찬가지일 거다. 직원 한 명 없어져도 회사는 아무 문제 없이 잘 굴러가지 않나? 하지만 (그 속의) 나는 나니까 소중한 거다."


(매일경제신문 11월 6일자 C2면에 실린 기사의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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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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