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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이 개봉 1주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에 이어 ‘우주영화 흥행 3연타’를 기록하고 있다. <마션>은 제작 초기부터 한 ‘과학덕후’가 블로그에 쓴 글을 영화로 만든 사례로 주목받더니 개봉(미국 10월 2일, 한국 10월 8일)을 앞둔 9월 29일엔 영화 제작을 전격 지원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액체 상태의 소금물이 흐른다는 중대발표를 하며 홍보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와 달리 <마션>은 가볍고 유쾌한 터치로 우주를 그린 오락영화다. <캐스트 어웨이>처럼 외딴 곳에 고립된 남자가 <아폴로 13>처럼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이 여느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원작소설에 담긴 풍부한 과학적 지식이 많이 생략돼 관객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엇갈리기도 한다.


영화 <마션>에 대해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3가지 포인트를 짚어 봤다.



1. 화성 실제 보면 이런 느낌


“창백한 뱀처럼 그림자가 기어나옵니다. 맙소사! 곰처럼 크고 촉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신사숙녀 여러분,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기괴합니다. 눈동자는 검고 뱀처럼 번쩍입니다. V자 모양의 입은 계속 움직이면서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오손 웰즈의 라디오 드라마 <우주전쟁>(1938)의 나레이션 일부다. 당시 방송을 듣던 미국인들은 정말로 화성의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한 줄 알고 패닉에 빠져 피난을 떠나거나 경찰서를 찾아갔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남아 있다.


이 드라마는 H.G. 웰스가 1897년에 쓴 동명의 소설을 방송용으로 각색한 것으로 이 소설은 1953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만 해도 화성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던 탓에 붉은 행성인 화성은 지구인들에게 공포의 대상 그 자체였다.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는 지식이 쌓이면서 사라져갔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의 화성탐사선 매리너호와 바이킹호, 패스파인더호, 그리고 소련의 마스호 등이 화성궤도에 진입해 사진을 전송해옴으로써 미지의 행성에 대한 오해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붉은 땅은 괴물이 살기 때문이 아니라 철분이 강한 황무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외계 생명체는 아직까지 흔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에서도 화성은 무시무시한 외계인이 사는 곳이 아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로켓맨>(1997), <미션 투 마스>(2000)에선 유인 우주선이 화성으로 떠났고, <토탈 리콜>(1990)에선 화성 대기에 공기를 주입해 인류를 이주시키는 대범한 계획이 등장했으며, 존 카펜터 감독의 '화성의 유령들'(2001)에선 22세기 화성이 지구의 식민지로 그려졌다. 팀 버튼 감독은 과거 화성에 대한 두려움을 코믹하게 비튼 패러디 영화 <화성침공>(1996)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 <마션>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막연한 상상을 넘어 인간이 화성에서 생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1인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처럼 삼시세끼를 스스로 해결하며 나혼자 산다. 그 결과, 지금까지 공포의 단계, 호기심 단계를 넘어 영화 속 화성은 또 다른 지구처럼 친숙해 보인다. 요르단의 와디럼 사막에서 촬영해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한 화성의 풍경은 별이 뜨는 밤엔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화성 관련 영화는 70편 가량이다. 언젠가 지구가 아니라 화성에서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는 시대가 온다면, 위에 언급한 영화들과 더불어 <애보트와 코스텔로 화성에 가다>(1953), <화성의 침입자들>(1953),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1964), <화성엔 여자가 필요해>(1967), <화성인 마틴>(1999) 등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2. 화성의 로빈슨 크루소


몇 년 전 한 민간회사가 모집한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20만명이 몰렸다는 뉴스가 해외토픽으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프로젝트 자체의 현실성 문제와 별개로 왕복 티켓이 아닌 편도 티켓이었는데도 지구를 떠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나 많다는 것이 화제가 됐다. 최근 20만명 중 후보군이 100명으로 압축됐다고 하니 언젠가 최종 선발될 이들은 최초의 화성인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화성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게 될까? 영화 <마션>의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그 예시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약 1년 6개월 동안 화성에 혼자 살면서 생물학자로써의 특기를 살려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한다. 하이드라진에서 수소를 추출하고,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분리한 뒤 이를 화학적으로 결합해 물을 만든다. 또 화성의 흙을 갈아 감자를 심는다.


감자는 생명력이 강한 작물이어서 오래 전부터 빈민들의 생존을 위한 주식 역할을 했다. 노동을 마치고 묵묵히 감자로 식사하는 사람들의 어두운 표정은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 <마션>에선 감자만 먹고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마크를 볼 수 있다. 절대적인 고립감 속에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 대신 그는 혼자놀기의 달인이 되어 동료의 음악 취향을 흉보거나 옛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다른 할리우드 영화들과 달리 그의 가족이 등장하지 않는 것 역시 그가 지구로 돌아가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과학자인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고, 또 다음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에게 좌절할 틈을 주지 않는다.


마크의 행동은 그와 비슷하게 외딴 곳에 홀로 고립된 인간이 등장하는 작품들인 대니얼 디포의 고전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와 이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캐스트 어웨이>(2000), 우주를 배경으로 한 <그래비티>(2013) 속 주인공들을 떠오르게 한다. 로빈슨 크루소가 28년만에 영국으로 돌아간 비결도,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서 4년을 보낸 페덱스 직원이 섬을 탈출한 비결도, <그래비티>에서 우주에 고립된 여성이 지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마션>의 마크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도전정신에 있었다.



3. 할리우드 구출의 아이콘 맷 데이먼


영화 <마션>은 맷 데이먼이 ‘구출의 아이콘’으로써 화룡점정을 찍은 작품이다. 맷 데이먼은 과거 출연작들을 통해 남들에 의해 구출되는 ‘민폐’ 캐릭터 혹은 스스로를 구하는 자급자족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맷 데이먼이 다른 사람에 의해 구출되는 영화들의 시작은 그의 데뷔작인 <굿 윌 헌팅>(1997)부터였다. 이 영화에서 맷 데이먼은 가난하고 불량스럽지만 머리는 비상한 소년 윌 헌팅을 연기했는데 그는 심리학과 교수 숀 맥과이어(로빈 윌리암스)에 의해 구제받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는 맷 데이먼이 민폐 캐릭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영화다. 그가 연기한 제임스 라이언 일병은 존 밀러 대위(톰 행크스)를 비롯한 군인 8명을 2차대전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일부를 전사하게 만드는데 힘들게 찾아온 이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겠다고 말해 이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


<커리지 언더 파이어>(1996)에서도 걸프전쟁에서 헬기를 타고 구출된 맷 데이먼은 최근에도 <인터스텔라>(2014)에 출연해 짧은 분량이지만 민폐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에서 맷 데이먼은 지구와 닮은 외계 행성에서 자신을 구하러 올 지구인을 기다리며 동면에 들어갔다가 찾아온 사람을 배신하고 먼저 탈출한다.


맷 데이먼이 스스로를 구하는 영화는 주로 액션 스릴러였다. <라운더스>(1998)에서 뛰어난 포커실력을 갖춘 뉴욕 법대생을 연기한 맷 데이먼은 러시아 마피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박 결전을 벌였고, <본 아이덴티티>(2002) 시리즈에선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추격전을 감행했다. 또, <엘리시움>(2013)에선 독약에 오염돼 시한부 인생이 된 자신을 구하기 위해 지구를 떠나 엘리시움으로 향했다.


영화 <마션>에선 ‘구출의 아이콘’으로써 두 가지 맷 데이먼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화성에 홀로 고립된 맷 데이먼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한편, 그를 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지구의 인재들에 의해 구조된다. 이번엔 한두 명이 아니라 전세계가 그를 돕기 위해 나서 온 지구가 힘을 합쳐 구해주니 이쯤 되면 민폐 캐릭터의 최고봉에 등극한 셈이다.


>> <마션>을 통해 본 '헬조선' 서바이벌 가이드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댓글
  • 프로필사진 나현 마션은 재밌을 듯. 메인에 소개되어서 타고왔습니다. 잘 보았습니다만, 스포는 좀 많은 글이네요. 초반에 좀 알려주시지요.
    아직 영화 안 봤는데, 물은 그렇게 만든다는거죠? ㅎ.ㅎ;
    인터스텔라 안 본사람도 이 글보면 김빠질 듯..
    2015.10.16 12:59
  • 프로필사진 Youchang <마션>은 스토리가 많이 알려진 영화라서 스포일러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을 만드는 방식은 이미 원작 소설에 더 자세히 나오거든요. 영화는 그냥 간단하게 보여주기만 할 뿐이죠. <인터스텔라>의 경우 맷 데이먼은 까메오에 불과하니까요. 의견 감사합니다. 2015.10.16 15:59 신고
  • 프로필사진 기대된다 마션 정말 기대되네요 인터스텔라도 너무 재밌게 봤거든요. 4~5번 정도 본듯

    이 글이 스포일러까지는 안되는거같고, 오히려 영화 보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같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2015.10.16 18:40
  • 프로필사진 ㅋㅋㅋㅋㅋ 스포 맞는데도 내 생각이라 상관 없당께! 아몰랑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애애애애애액!!!! 시전하시는 글쓴이 보소... 2015.10.16 20:54
  • 프로필사진 야야 미션투 마스 보다 재밌냐?
    미션투 마스가 더 재밌을거같다
    2015.10.16 23:23
  • 프로필사진 놀라운 마션 봤는데 재미 없습니다. 인터스텔라에 비해 약40점, 그래비티 비해 약 30점 밖에 안됩니다 2015.10.17 08:52
  • 프로필사진 눈바래기 솔직히 마션 그렇게까지는 재미없더라. 조난당하고 몇 분간은 흥미로운데 주인공이 너무 태평하게 적응하니까 지루함.. 2015.10.17 09:35
  • 프로필사진 마숀 엘리시움은 독약에 오염된게 아니라 방사능에 피폭된겁니다. 2015.10.17 11:52
  • 프로필사진 나다 이넘아 스포오지네 쓰레기새끼
    2015.10.17 13:57
  • 프로필사진 우아한 왓챠에 양유창님 보신 영화 별점 좀 업데이트 해주시면 안 될까요?
    팔로우 했는데 꾸준히 업데이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일 글 재밌게 잘 읽고 있어요
    2015.10.18 00:39
  • 프로필사진 Youchang 안녕하세요?
    왓차도 틈나는대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2015.10.18 13:24 신고
  • 프로필사진 영화다시보기 두번볼 생각은 안들지만 그래도 봤을때 엄청 재밌게 봤네요
    의외로 유쾌하게 진행된게 놀라웠고요 ㅋㅋ
    2015.10.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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