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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영화의 흐름과 상관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주인공들, 한국에서도 꽤 많은 인기를 얻은 <세 얼간이>, 그리고 '3대 칸'이라 불리는 멋진 중년의 남자 배우들...


인도 영화는 크게 뭄바이 중심의 발리우드와 타밀 중심의 콜리우드, 텔루구 중심의 톨리우드로 나뉜다. 각각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인도 영화는 뮤지컬 장면을 거의 의무적으로 삽입함으로써 언어 장벽을 넘어 관객을 유치하려 한다. 인도에서 영화는 가족 중심의 오락문화로 발달해 진행이 비교적 느리고, 경쾌한 분위기의 전체관람가 작품이 대부분이다.


인도 영화산업의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해마다 흥행수입 신기록을 경신하는 영화들이 탄생한다. 올해도 두 편의 영화 <바지란지 바이잔>과 <바후발리>가 9천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며 역대 흥행 2,3위로 올라섰다. 2009년 <세 얼간이>가 박스오피스를 평정했을 때 6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것에 비하면 1.5배 가량 시장의 규모가 커진 셈이다.



그렇다면 역대 흥행 1위 인도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2014년작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이하 <피케이>)로 <세 얼간이>의 감독과 배우가 다시 뭉쳐 종교를 초월한 사랑을 그린 동화 같은 작품이다. 작년 인도에서 사상 최초로 흥행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화려한 수식어를 등에 업고 지난 3일 한국에서 개봉했는데 입소문을 타며 잔잔하게 순항중이다.


<피케이>의 주인공은 외계인이다. 그는 구름에 가린 우주선을 타고 <터미네이터>처럼 벌거벗은 상태로 지구에 떨어진다. 그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목에 걸고 있던 리모콘을 도둑맞는데 그 리모콘이 없으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리모콘을 찾기 위해 도시로 가서 사람들을 만나지만 사람들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이에 그는 직접 신을 찾아나선다. 영화는 순진무구한 피케이('피케이'는 힌두어로 술취한 사람이라는 뜻)의 아이 같은 질문과 돌발행동을 통해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배척하고 싸우는 인간들의 세태와 전세계서 활개치는 사이비 종교인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힌두교의 발상지인 인도는 국민의 80%가 힌두교도지만,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이 탄생한 곳이기도 해서 다양한 종교가 혼재해 있다. 파키스탄과 종교 분쟁으로 갈라섰지만 이슬람교도 역시 14%나 존재한다. 영화 <피케이>에서 피케이는 여러 종교를 전전하면서 그 종교들이 요구하는 의식을 행하는데, 때론 옆구르기를 하고, 때론 등에 피가 날 때까지 맞는다. 서로 다른 이러한 의식들은 신을 만나기 위한 행동이라지만 피케이는 도대체 신이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는 신에게 리모콘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지만 그 리모콘은 한 사이비 교주에 의해 하늘에서 내려온 계시품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영화는 피케이와 교주의 맞짱토론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종교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는다.


인도에서 거의 금기시되다시피한 소재인 종교를 과감하게 다뤄 쉽고 재미있는 코미디로 만들어낸 솜씨가 일품인 영화다. 인도뿐만 아니라 사이비 종교 문제가 끊이지 않는 한국에서도 곱씹어볼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단, 온가족을 위해 만든 영화이니만큼 설명이 길고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것이 빠른 영화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겠다.



주연을 맡은 아미르 칸은 인도 영화 최고 스타로 일명 '발리우드 3대 칸' 중 한 명이다. '3대 칸'이란 1965년생 동갑내기 중년 남자 배우인 샤룩 칸, 살만 칸, 아미르 칸을 합쳐 부르는 말로, 로맨틱코미디에서 활약하는 샤룩 칸은 '로맨스의 왕'으로 불리고, 주로 액션 영화에서 '배드 가이'로 출연하는 살만 칸은 '인도의 실베스타 스탤론'으로, 드라마와 코미디가 강점인 아미르 칸은 '인도의 톰 행크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아미르 칸은 인도에서 최고 출연료를 받는 배우로 2008년 액션영화 <가지니>가 그해 최고 흥행성적을 낸 이래 2009년 <세 얼간이>로 자신의 기록을 깼고, 이번엔 <피케이>로 다시 한 번 흥행기록을 경신했다.


*발리우드 힌두어 영화 역대 베스트 5

1위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2014) 아미르 칸 주연. 1억1000만달러

2위 바지란지 바이잔 (2015) 살만 칸 주연. 9100만달러

3위 둠 3 (2013) 아미르 칸 주연. 8200만달러

4위 첸나이 익스프레스 (2013) 샤룩 칸 주연. 6400만달러

5위 세 얼간이 (2009) 아미르 칸 주연. 6000만달러



재미있는 것은 영화 <피케이>에 아미르 칸이 젊은 시절 실제로 겪은 사연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피케이는 방송국 여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그 여기자는 첫 장면에서 파키스탄에서 온 남자친구와 헤어진다. 이슬람교도인 남자친구의 종교를 문제 삼은 부모의 반대 때문이다.


아미르 칸 역시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아프가니스탄계 인도인인 아미르 칸의 종교는 이슬람교로 그는 21살때 옆집에 사는 리나라는 여자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힌두교도였던 그녀의 부모는 아미르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완강히 반대했는데 이에 두 사람은 달아나 비밀리에 결혼식을 치렀다. 이후 아미르는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여자의 부모에게 결혼 사실을 알렸다. 다행히 그의 데뷔작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아미르 칸은 장인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은 비록 이혼했지만, 영화 <피케이>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도인 여자와 파키스탄인 남자를 맺어주며 눈물을 흘리는 아미르 칸의 얼굴에 묘한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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