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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들고 사해 바다에 드러누웠다


사해(死海). 죽은 바다라니 이름부터 으스스하다. 이곳은 해발 마이너스 418미터. 그러니까 다른 바다보다 418미터 아래에서부터 바다가 시작된다. 해변에 서면 지구에서 가장 낮은 육지에 서 있는 셈이다.


먼 옛날 아라비아판과 아프리카판의 지각변동으로 인해 바다의 퇴로가 막혀 사해는 거대한 저수지로 남았다. 요르단강을 비롯해 상류에서 내려오는 물이 사해에 합류한 뒤 갈 곳이 없어 증발하는데 그래서 염분이 다른 바다에 비해 5~6배 더 높아 물고기들이 살지 못 한다. 생명체가 없는 바다. 그래서 사해다.


사해는 성경 속 소돔과 고도라가 있던 지역이기도 하다.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의 간청으로 불타는 소돔과 고모라에서 살아남은 롯과 그의 가족이 사해를 건너던 중 롯의 처가 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뒤돌아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 소금기둥은 지금 ‘고르 알 사피’ 지역에 그대로 남아 있다.



사해의 위치는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하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이다. 해변에 서면 바다 멀리 예루살렘이 보이는데 국제법상 누구의 땅도 아닌 예루살렘의 동쪽은 1967년 전까지는 요르단의 영토였다. 현재는 사해를 사이에 두고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국경이 나뉜다.


사해는 지중해성 기후로 일년 내내 햇살이 따뜻하다. 그래서 유럽인들이 즐겨찾는 휴양지다. 사해 여행을 다니면서 꼼꼼히 메모한 것들을 정리했다.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신비의 바다에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라.



왜 사해로 가야하나


사해가 특별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신기한 바다 체험. 염분이 높은 바닷물은 부력이 강해 물속에 가만히 있어도 몸이 둥둥 뜬다. 물고기들은 죽지만 인간은 물에 빠져 죽기 힘든 곳이 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3~4명씩은 익사하니 조심!) 나도 사해에 가만히 누워 책을 한 권 들고 읽어 봤다. 균형만 잘 잡으면 못할 것도 없다. 파도가 살랑살랑 넘어오면 둥둥 떠밀려 가는 재미가 기막히다. 책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독서를 즐겼다.


둘째, 소금과 머드팩. 염분이 강한 사해의 따뜻한 바닷물은 피부병과 류머티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2000여년 전 헤롯왕과 클레오파트라도 병 치료를 위해 찾았다고 한다. 또 사해 바닥의 진흙은 미네랄이 풍부해 이곳의 특산품으로 꼽힌다. 마그네슘과 칼륨 등 무려 21가지의 미네랄이 포함돼 있다. 바다에서 매일 머드팩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피부에겐 최고의 휴양지다. 그래서 사해는 의료관광이 발달했다. 일본인들은 크루즈를 타고 사해에 와서 피부미용 관광을 하기도 한다.


셋째, 풍부한 산소량. 사해는 해수면 아래에 있는 만큼 산소 농도가 10% 더 높다. 높은 산에 오르면 산소가 부족해지는 현상과 정반대로 사해에선 산소량이 많아 두뇌회전이 빨라진다. 이에 대해 아베드 알라자크 아라비야트 요르단 관광청장은 “사해는 디자이너, 작가 등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휴양지”라고 말했다. 당장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사해를 바라보며 평소와 다른 생각에 잠겨 봐도 좋겠다.



사해를 즐기는 두 가지 방법


사해를 즐기는 방법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퍼블릭 비치를 이용하는 방법. 둘째,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를 이용하는 방법. 둘다 입장료가 있다. 퍼블릭 비치는 20디나르(3만원). 프라이빗 비치는 리조트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해 앞에는 켐핀스키, 뫼벤픽, 메리어트, 힐튼, 윈터밸리, 크라운플라자, 홀리데이 인 등 리조트들이 늘어서 있다. 숙박을 하지 않을 관광객을 위해 오 비치 리조트는 수영장과 뷔페식 점심을 포함한 패키지를 판매하는데 가격은 40디나르(6만2천원)다. 이스라엘쪽 사해에도 네베 조하르와 아인 보케크 해변을 따라 리조트가 즐비하다.



사해에 뛰어들기 전에 잠깐!


자, 이제 사해에 뛰어들 준비가 다 됐다고? 바다에 들어가기 전 다음 다섯 가지는 꼭 유의하시라.


첫째, 절대 바닷물을 얼굴에 묻히지 말라. 특히 눈에 바닷물이 닿으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소금물에 눈을 담근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도 처음엔 당황해서 눈에 바닷물이 들어갔는데 따가워서 한동안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러니 잠수를 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 만약 눈에 바닷물이 들어갔다면 생수를 부어주면 좋다.


둘째, 30분 이상 물 속에 있지 말라. 너무 오래 있다보면 당신은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가 될 지도 모른다.


셋째, 바닷가에 비치된 아쿠아 슈즈를 신어라. 사해 바닥엔 소금 결정들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발바닥에 상처가 나기 쉽다.


넷째,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상처가 없는지 살펴라. 조금이라도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사해 바닷물이 몸에 닿으면 정말 아프다. 상처에 소금물을 담근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발바닥에 생긴 물집이나 심지어 주사 맞은 자국마저도 따갑다.


다섯째, 자연스럽게 몸을 바닷물에 맡겨라. 두려워 말고 그냥 누우면 몸이 알아서 뜬다. 익숙해졌다면 즐겨라. 책이나 신문을 들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배에 힘이 들어가긴 하지만 다른 곳에선 하기 힘든 체험이다.



점점 죽어가는 사해


사해는 점점 죽어가고 있다. 무슨 말이냐고? 사해는 계속 증발해 매년 1미터씩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해수면이 낮아지는 이유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농업 확산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 쓴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경쟁적으로 관개사업을 벌이며 바닷물을 가져다 썼고 사막에 물을 공급하려 댐과 운하를 지었다.


수위가 낮아지는 바람에 예전에 사해 앞 관광단지로 조성된 곳이 바다에서 2km나 떨어져서 이젠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가 됐다. 상대적으로 물이 많은 사해 북쪽과 달리 사해 남쪽은 벌써 염전만 남을 정도로 바닥이 드러나 있다. 이 상태로 가면 사해는 50년 안에 사라질 지도 모른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이 지역 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관광객에게도 신비의 바다를 볼 수 없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이를 막으려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최근 홍해로부터 물을 공급받기 위한 운하 건설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부력이 예전처럼 유지될 지는 알 수 없다.



사해 인근 마인 온천


사해에서 신비의 바다 체험을 끝냈다면 저녁엔 인근 도시 마인의 미네랄 온천으로 가서 피로를 풀자. 화산 폭발로 생긴 거대한 구덩이 속엔 용암으로 인해 뜨거워진 섭씨 63도의 물이 산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있다. 김이 펄펄 나는 폭포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멋지지만 직접 뛰어들어 그 물을 맞고 있다보면 어깨 마사지가 필요 없다. 폭포 바로 아래의 에바손 리조트에선 머드팩, 수중 마사지 등도 즐길 수 있다.



(* 이 글은 매일경제신문 2015년 5월 4일자 B1면에도 실렸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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