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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킹스 하이웨이' 고속도로를 타고 아카바에서 사해로 가는 길이었다. 경치가 좋아 잠깐 차를 세웠다. 마침 그곳엔 10명 가량의 베두인들이 불을 피워 놓고 양고기를 굽고 있었다. 우리가 쭈뼛거리며 서 있자 베두인들이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이리 와서 같이 먹자고.


마침 나는 와디 럼에서 구입한 쿠피야(스카프)를 목도리처럼 메고 있었는데 한 베두인이 그걸 보더니 다가와 그들이 하는 것처럼 머리에 터번을 씌워줬다. 그는 웃으며 나에게 이름을 물었고 우리는 볼을 맞대 인사했다. 그의 이름은 다만 알자지. 우리는 이메일을 교환했는데 그곳에서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바람에 바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지는 못했다.



갓 구운 양고기는 맛있었다. 숯불에 구우니 기름냄새까지 달콤했다. 한 점씩 먹고 빵도 받아먹었다. 무얼로 보답할까 생각하다가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가져온 사발면을 꺼냈다. 다만 알자지는 코리안 누들을 한아름 받아들고 포즈를 취해주었다. 물을 끓여서 부은 뒤 잠시 후에 저어 먹으면 돼요. 참 쉽죠? 우리는 둥글게 빙 둘러 서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베두인식 박수는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친다. 노래는 뭔지 잘 모르지만 그들이 부르는대로 따라했다. 그들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었다. 진정으로 우리를 좋아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다시 차에 오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베두인에겐 환대의 전통이 있다. 환대는 무슬림의 명예와 직결된 의무다. 사막에서는 누구나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에 길 잃은 자를 대접해야 한다. 이 규율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자도 환대받을 수 있다. 내가 고속도로에서 경험한 환대 역시 베두인에겐 전통이자 의무였던 셈인데 그들에겐 환대가 몸에 뱄다.



베두인(Bedouin)은 아랍 전체에 걸쳐 사는 유목민이다. 인구는 2125만명쯤 된다. 베두인이라는 이름은 ‘유목민(nomad)’이라는 아랍어에서 왔다. 즉, 그들은 사막의 떠돌이들이다. 북아프리카부터 중동에 걸쳐 유목생활을 한다. 수단에 가장 많이 살고 그 다음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요르단 순이다. 요르단에선 인구의 40%가 베두인이다. (나머지는 팔레스타인인)


베두인에겐 복잡한 규율 시스템이 있다. 혈통, 부족 등에 따라 위계가 정해진다. 베두인의 유명한 경구 중에 이런 게 있다. “나는 내 형제에게 반대한다. 내 형제들과 나는 조카들에 반대한다. 그리고 내 조카들과 나는 이방인에게 반대한다.” 여기서 이방인은 다른 부족 사람을 말하는데 그들은 결혼을 하거나 친분 관계를 맺음으로서 섞인다.



와디 럼 사막은 베두인들이 수천 년 전부터 살아온 곳이다. 그들은 사막과 산에서 낙타, 염소, 양을 키우며 동굴과 텐트에서 살았다. 그속에서 그들은 홍차와 대추야자만 먹으며 버틴다. 텐트는 베두인 여자들이 만든다. 염소, 양, 낙타 가죽을 이용하는데 ‘털집’이라 불린다. 텐트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도 견딜 수 있도록 유연하게 짓는다. 곳곳이 뚫려 있어 바람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곳의 부족들엔 신발부족, 바위부족, 몬스터부족 하는 식으로 이름이 붙어 있다. 2005년 유네스코는 와디 럼의 베두인을 주목할 문화로 지정하기도 했다.


1970년대 이래 베두인들은 유목 생활을 포기하고 정착하기 시작했다. 도시화된 생활방식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계속 떠돌아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주로 관광업에 종사한다. 요르단 정부는 베두인들에게 교육, 주택, 건강혜택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일부 베두인들은 이를 포기하고 여전히 유목 생활을 고집하기도 한다.



요르단 왕실에게 베두인들은 중요하다. 군주제의 지지자들이기 때문이다.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그들에게 왕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07년엔 정부에 대항해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해 8월 200명의 베두인들은 암만에서 아카바로 가는 고속도로를 막고 사료값 인상과 관대한 난민 보호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요르단은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오는 난민들에게 시민권을 주며 그들을 받아들이는데 그 때문에 요르단 국민들은 임금이 내리고 물가가 오르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베두인은 유목민인만큼 구전문학이 발달했다. 그들은 시, 노래, 춤에 능하다. 또 내가 만난 베두인들은 하나같이 최신형 스마트폰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이 유목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베두인들이 모바일폰을 좋아하는 건 한편으론 참 당연해 보인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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