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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암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축구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요르단 암만의 킹 압둘라 스타디움입니다.” 아나운서는 흥분한 표정으로 이런 멘트를 날리며 A매치의 시작을 알리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암만에서 벌어졌던 경기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늘 고전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톤으로 암만 여행을 시작해보자.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암만의 ‘Shaaban’ 스트리트입니다. <미생>의 장그래가 추격전을 벌였던 곳이죠. 카이로 호텔이 보이고 그 옆으로 장그래가 앉아 있던 ‘Al-Rasheed Court’ 카페가 있네요. 1924년에 지어진 암만의 명물입니다."



암만의 구시가지인 이곳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신호등이 없는 도로에서 자동차가 정신없이 지나가고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은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다. 암만에서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서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 알 후세인 모스크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쿠란을 낭송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공항에서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이제 좀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특유의 음에 섞여 나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아직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암만은 해발 850m에 있는 도시로 옛 이름은 ‘필라델피아’다. 로마 제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기원전 2세기의 정복자 필라델푸스에서 따왔다. 미국의 필라델피아와 스펠링이 같다.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암만은 중동에 있으면서도 겨울에 눈이 내린다. 아마도 한국 축구팀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고지대에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한때 로마제국의 지배 하에 있던 암만에는 곳곳에 로마의 유적이 남아 있다. 그중 시타델(Citadel)은 로마, 비잔틴, 초기 이슬람 시대의 유적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다. 지대가 높은 이곳에선 요르단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직사각형 모양의 황토색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은 채 빼곡이 들어서 있다. 한국의 아파트만 답답한 줄 알았더니 여기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암만의 인구가 2백만 명이니 가구당 4명으로 잡으면 저런 모양으로 50만 채는 있어야겠다.



유적을 둘러보고 내려와 레인보우 거리의 노천 카페에 앉았다. 한국의 경리단길처럼 이국적 카페와 숍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볼거리가 많지는 않은 거리다. 그래도 요르단 젊은이들은 이 거리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카페에서 물담배 시샤를 피우며 민트잎을 넣은 차를 마셨다. 평온한 오후의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재래시장에 들러 이곳의 명물인 대추와 너트를 사들고 다시 구시가지로 가서 ‘하비비’라는 유명한 디저트숍을 찾아 간다. 작은 매장의 바깥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매장 안에 들어가니 커다란 원형 판을 직접 불에 굽고 있다. 나도 얼른 줄을 서서 주문했다. 부드러운데다 적당히 달콤하다. 과연 소문날 만한 맛집이다. 여행을 다니다가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정말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때다. 하비비는 그 리스트에 올려둘 만큼 훌륭했다.


그밖에 제벨 암만(Jebel Amman)으로 가면 고급 숙소와 레스토랑이 있고 구시가지엔 5천원 정도면 숙박이 가능할 정도의 싼 호텔과 볼거리들이 많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이내 웃어줄 정도로 친절하다. 멀리 3층에서도 손을 흔들어준다.





암만에서 꼭 해야할 21가지


축구선수 혹은 비즈니스 출장이 아니라면 암만만 보고 가는 여행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페트라나 사해를 가기 위해 수도인 암만을 짧게 경유하는 여정일 것이다. 사실 암만은 오랫동안 머물 만큼 볼거리가 많은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기원전 7천년에 세워져 햇수로만 9천년이라는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여기 요르단 관광청이 추천하는 '암만에서 할 일 99가지' 중 21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암만에 도착했다면 하나씩 체크해 보시길.



1. 전통 과자 크나페(Knafeh) 맛보기. 하얀 치즈와 버미첼리를 닮은 패스트리와 색깔을 넣은 오렌지로 만들고 시럽을 뿌린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2. JARA 벼룩시장에서 쇼핑하기. 매주 금요일 레인보우 거리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보석, 자수 등을 골라보자.



3. 물담배 시샤(Shisha) 피우기. 커피숍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를 즐겨 보자. 자스민, 레몬 등 다양한 맛의 물담배가 있다.

4. 쇼핑의 거리 알 와카랏(Al-Wakalat) 거리 걷기.

5. 알 후세인(Al-Hussein) 공원 방문. 이곳은 새로운 랜드마크로 문화와 스포츠가 있는 공원이다. 공원 내에 있는 자동차 박물관이 볼 만하다.



6. 레인보우 거리 걷기. 이 거리에는 수공예품을 파는 작은 숍들과 독특한 커피숍들이 있다. 가장 오래된 팔라펠(Falafel) 가게 알 쿠드(Al-Quds)에서 팔라펠 샌드위치는 꼭 먹어봐야 한다.

7. 팔라펠, 후무스 즐기기. 유서 깊은 하솀(Hashem) 식당에서라면 더욱 좋다.

8. 카페 와일드 조단(Wild Jordan)에서 자연 즐기기. 이 카페는 요르단의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최상의 재료들을 쓴다. 수익금은 모두 왕립 자연보호재단에 기부한다.



9. 시타델(Citadel) 방문. 이곳은 고대 라바스-암몬(Rabbath-Ammon) 지역에 위치한 로마, 비잔틴, 초기 이슬람 시대 유적지다. 1951년에 지어진 요르단 고고학 박물관에선 선사시대부터 15세기까지 유적을 볼 수 있다.



10. 로마 극장 방문. 6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대형 극장은 2세기 안토니우스 피우스 시대에 지어졌다.

11. 암만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이라크 알 아미르(Iraq Al-Amir) 방문. 구리 시대의 올리브 나무와 언덕 동굴로 유명한 곳이다. 카스르 알 아베드(Qasr Al-Abed)에는 로마시대 이전 건축물이 있다.

12. 디자인숍에서 쇼핑. 독특한 수공예 팔찌를 골라보시라.

13. 요르단식 커피. 카더몬으로 우려내 향이 풍부하다.



14. 금시장 방문. 다운타운과 움 우타나(Um Uthaina)에 있다. 가격도 적당하다.

15. 쿠란에 언급된 일곱 명의 잠자는 사람들(Seven Sleepers)의 동굴 방문. 이곳은 박해로부터 벗어난 7명이 309년 동안 잠들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16. 밤 문화 즐기기. 암만은 잠들지 않는 도시까지는 아니지만 밤 늦게까지 문 여는 술집이 많다.

17. 커피숍에서 축구 경기 보기. 요르단인들은 종교라고 할 만큼 축구에 몰두한다. 스페인 리그를 틀어놓은 커피숍과 바를 자주 볼 수 있다.

18. 림(Reem)에서 샤와르마(Shawerma) 샌드위치 맛보기. 샤와르마는 양고기, 닭고기, 칠면조, 소고기 등을 넣어 랩 모양처럼 싸서 만든 아랍 샌드위치다. 림은 1977년에 오픈한 요르단에서 가장 오래된 샤와르마 식당이다.



19. 알 후세이니(Al-Husseini) 모스크 방문. 전 국왕인 압둘라에 의해 1924년 지어진 곳으로 구시가지 중심에 있다.

20. 향신료 숍에서 코를 자극하는 다양한 이국적 향신료에 빠지기.



21. 나만의 모래 병 만들기. 수공예품 상점에 가면 페트라, 와디 럼 등 명소의 모래를 병에 담은 기념품을 볼 수 있다. 병 크기에 따라 1~2디나르를 내면 병에 이름을 새겨 준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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