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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승자는 누가 될까? 수상자는 아카데미 위원 5700여 명의 투표로 결정되는데 시상식 당일까지 철저히 보안에 붙여진다. 오스카 트로피는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늘 꿈꾸는 것이지만 말론 브란도나 더들리 니콜스 같은 이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조지 C. 스콧은 영화는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케이티 홈즈는 징크스를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어릴적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봐온 필자는 꽤 촉이 좋은 편이다. 작년엔 모든 부문을 맞혔다. 그 촉을 믿으며 올해도 수상작을 예측해보려 한다. 시상식 이후 리뷰와 함께 성적표를 공개할 예정이니 여러분의 예측과 비교해보시라.




작품상 예측 - 보이후드


2010년부터 아카데미는 8~10편 가량의 영화를 작품상 후보로 올리고 있다. 올해는 8편이 후보에 올라 있다. <나를 찾아줘>가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다른 8편의 면면도 못지않게 화려하다. 8편을 전부 다 본 필자 소견으론 어느 한 작품 버릴 영화가 없다. 한물간 슈퍼히어로부터 마틴 루터 킹 전기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포진돼 있다. 특히 <버드맨>과 <위플래쉬>는 누군가에겐 인생의 영화가 될 만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위플래쉬>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하지만 아카데미 위원들의 성향은 아니다. 아카데미는 좀더 미국적이고 보편적인 영화를 선호한다. 보수 이념 논쟁에 휘말렸던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껄끄러울 뿐더러 흥행대박 영화에 상을 준 전례는 드물다. 인간관계의 진심이 담긴 영화 <보이후드>가 작품상을 가져가리라 예상해본다.




감독상 예측 - 리차드 린클레이터


감독상은 <보이후드>의 리차드 린클레이터와 <버드맨>의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양강 구도가 될 것이다.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대부분 감독상도 가져간다는 아카데미의 룰은 2013년과 2014년 두 번 연속 깨지면서 무너졌다. 작년과 재작년의 경우 작품상을 줘도 무방했던 <라이프 오브 파이>와 <그래비티>에 감독상을 주며 위로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규칙으로 회귀할 차례다. 더구나 리차드 린클레이터는 같은 배우들과 무려 12년 동안 <보이후드>를 만들었다. 이런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아카데미가 실수하는 것이다.




남우주연상 예측 - 에디 레드메인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부문이다. 다섯 명의 후보를 두세 명으로 압축하기도 쉽지 않다. 골든글로브의 선택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에디 레드메인이었고, 평론가협회의 선택은 <버드맨>의 마이클 키튼이었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지만 그는 이미 스타다. 오스카는 대형 스타에겐 상대적으로 박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울림이 큰 연기는 <폭스캐처>의 스티브 카렐이었다. 모든 걸 가졌지만 스스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는 남자의 공허한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오스카 위원들은 드라마틱한 연기를 선호한다. 아마도 영혼 깊은 곳까지 스티븐 호킹으로 분한 에디 레드메인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줄 것 같다. (2월 14일 수정)




여우주연상 예측 - 줄리안 무어


이 상은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가 마땅히 받아야 한다. 그녀는 영화사에 기록될 놀라운 팜므파탈 연기를 보여줬다. 그런데 딜레마가 있다. 전통적으로 아카데미 위원들은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는 역할을 선호했다. 작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매튜 매커너헤이를 떠올려 보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방탕한 사기꾼으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객석에서 박수만 쳐야 했다. 올해는 로자먼드 파이크가 박수만 치게 될 확률이 크다. <스틸 앨리스>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를 연기한 줄리안 무어의 감동적인 연기에 아마도 아카데미 위원들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남우조연상 예측 - J.K. 시몬스


이변이 없는 한 <위플래쉬>의 J.K. 시몬스다. 이건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안다. 단연 군계일학의 연기다. 어떤 배우도 따라올 수 없는 포스를 보여준다. <버드맨>의 에드워드 노튼도 전라 노출을 감행하며 연기혼을 불태웠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 J.K. 시몬스는 <위플래쉬>의 폭군 음악선생 역할로 이미 33개의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수집했다. 오스카에서 34개째의 트로피를 가져간다에 올인하겠다.




여우조연상 예측 - 패트리샤 아퀘트


마침내 <보이후드>에서도 연기상 트로피 하나가 예약됐다. 아, 물론 개인적인 예측이긴 하지만 패트리샤 아퀘트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버드맨>의 엠마 스톤이 근접하지만 엠마 스톤은 이제 겨우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서 빠져나왔을 뿐이다. 패트리샤 아퀘트가 받는다면 잊혀진 줄 알았던 스타의 화려한 부활로 많은 조명을 받을 것이다.




그밖의 부문


기술상 부문에선 주요 부문에서 소외됐지만 훌륭한 영화들에게 상을 줄 차례다. 아카데미는 <보이후드>에게 다섯 개 이상의 트로피까지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각본상은 <버드맨>, 각색상은 <이미테이션 게임>, 촬영상은 <버드맨>, 미술상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편집상은 <위플래쉬>, 음악상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예상해 본다.



이렇게 예측하고 보니 올해 다수 부문 후보에 오르고도 한 개의 트로피도 못 건질 비운의 작품이 보인다. 바로 <아메리칸 스나이퍼>다. 작년엔 <아메리칸 허슬>이 그 역할이었다. 흠, 그러나 이것은 개인적인 예측일 뿐 결과는 22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펼쳐질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봐야 한다. 올해 시상식은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의 사회로 진행된다. 시상식이 끝난 뒤 리뷰와 함께 찾아올 채점표를 기대하시라.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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