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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마디로 말하자면 미국 FDA판 <변호인>. 돈만 밝히던 약물 수입상이 에이즈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FDA와 소송까지 벌인다. 이런 기본 이야기 뼈대에 호모포비아 카우보이가 동성애자와 친구가 되는 과정의 드라마를 양념처럼 섞었다.


2. 카우보이 주인공 론 역할의 매튜 매커너히와 게이 친구 레이언 역할의 자레드 레토는 이 영화를 위해 촬영 4개월 전부터 20kg를 감량했다. 이런 배우들을 보게 되면 "다이어트가 가장 쉬웠어요" 느낌이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쉽다면 다이어트 상품이 호황을 맞을 리가 없겠지. 매튜 매커너히는 <아메리칸 허슬>에서 정반대로 올챙이배를 만들어 살을 찌운 크리스찬 베일과 함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비주얼의 변화로는 둘 다 막상막하인데 연기력으로는 매튜 매커너히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다.


3. 영화의 배경은 1985년 에이즈가 한창 공포의 병으로 알려져 있을 때다. 영화는 신약 AZT를 전혀 효과 없는 약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었고 용량을 줄여서 사용하면 에이즈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영화를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오바마 헬스케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 아니었을지. 마이클 무어의 <식코>에도 나오지만 미국은 약값이 너무 비싸고 또 FDA 비승인을 이유로 구할 수 없는 약도 많다. 멕시코에 가서 약을 싸게 사와서 불법으로 팔기도 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그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사례인 셈이다.


4. 아주 인상적인 장면은 없지만 이상한 장면도 없다. 그래서 <영 빅토리아> <카페 드 플로르> 만큼의 독창성도 보이지 않는다. 후반부에는 환청 소리가 들리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와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청점'이 론에게 있는 셈인데 1인칭 시점 샷도 아닌데 너무 많이 써먹었다.


5.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동성애 혐오자인 전형적 텍사스 마초 남자 주인공이 어느날 에이즈에 걸리고 그뒤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영화는 론이 로데오 경기장에서 섹스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중간중간에도 창녀가 등장한다. 이 남자는 애초에 결코 어떤 영웅도 아니고 의학 공부를 한 지식인도 아니고 단지 텍사스의 한 로데오 사기꾼에 불과했다. 그런데 에이즈가 이 남자의 모든 것을 정반대로 바꿔놓는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이 처음 봤을 땐 이 남자의 투병기가 전개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남자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병을 이겨낸 사람이었다. 이 영화가 차별화된 지점은 바로 주인공 남자 캐릭터 그 자체에 있다.


6. 여자 의사 이브(제니퍼 가너)는 굳이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론에 동조한 의사가 있다는 공신력을 심어주기 위해서, 또 러브라인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비중을 키운 것 같은데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여의사 캐릭터는 오히려 '론와 레이언의 우정' 같은 주제를 방해한다.


7. 론이 병원을 찾아가 환자들에게 "저 의사가 당신을 죽이게 하지 말아요"라며 소리칠 땐 최근 어느 일본 의사가 쓴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암에 걸려도 절대 병원 가서 수술하지 말라는 저자의 주장은 대부분의 암 환자가 암이 아닌 합병증으로 죽는다는 것이었다. 제약회사와 병원이 영리화될수록 환자들은 어느 한 쪽의 말만 믿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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