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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말로 설명하는 게 무의미하다. 바로 이 영화가 그렇다.

'아델의 삶 1장과 2장'이라는 원제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아델이라는 소녀의 성장담이다.

그녀는 거리에서 우연히 파란 머리의 여자를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본인에게 레즈비언 성향이 있었는지 혼란스러워하던 아델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자 햇살처럼 뜨거운 사랑이 시작된다.


첫 장면은 18세기 프랑스 극장가 마리보의 장편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읽는 학생들의 수업시간이다.

"난 여자이고 이건 내 이야기다."

교사가 한 여학생에게 이 문장을 다시 읽어보라고 말한다.

"'난 여자이고'는 사실이야.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네 것이고, 사실이 되는 거야."

그러자 비로소 소설 속의 이야기는 공감 가능한 나의 이야기가 된다.

과거 텍스트의 삶이 현재의 삶으로 생생하게 살아나는 경험, 이 영화는 그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학생들이 읽는 소설의 문장은 순진한 여주인공이 막 운명적인 첫 사랑과 조우한 장면이다.

"가슴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대답하지 못한다.

아델도 그중 한 아이였다.

파란 머리의 엠마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델(아델 엑사르쇼폴로스 분)은 노동자 계층의 가정에서 태어나 선생이 되고 싶어하고, 엠마(레아 세이두 분)는 자유분방한 가정에서 자라 화가가 되려 한다. 엠마는 아델이 글 쓰는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아델은 시위에 나가 민영화 반대를 외쳐야 하는 노동자 계층이다. 두 소녀가 서로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엠마는 자연스럽게, 아델은 그저 친구로 소개한다. 그러나 그날밤 두 사람은 서로의 침대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사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분출하는 것이다. 서로의 몸을 만지고 물고 빨고 흡수해야 사랑이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클로즈업으로 두 사람의 몸을 좇는다. 아델의 윗꼬리가 올라간 입술, 엠마의 부드러운 눈매, 아델의 풀어헤친 머리카락, 불그레해진 뺨, 봉긋 솟은 가슴, 찰싹 때리는 엉덩이까지. 엠마는 아델의 몸을 관찰하고 그린다.


두 사람이 몸으로 뜨겁게 나누는 사랑은 동성애를 관념적인 사랑에서 실질적인 사랑으로 바라보게 한다. 만남, 설렘, 외도, 이별, 격정, 불안, 상실 등 영화는 스토리가 아주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날것의 감정들을 몸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눈으로 본다기 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촉각의 영화다.



그러나 쥘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 원작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의 편견이 두려워 서로 다가가지 못하는 두 사람의 감정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이를 생략하고 아델과 엠마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런 과감한 각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원작자는 영화를 '포르노'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원작자가 느낄 배신감도 이해가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비난하기엔 한폭의 그림 같은 영상과 두 배우의 앙상블이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으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아델과 엠마 커플은 아마도 영화 역사에서 가장 리얼하고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준 첫 번째 레즈비언 커플로 남을 것이다. 신비한 소녀 레아 세이두도 멋졌지만 그리스계 이름을 가진 귀여운 소녀 아델 엑사르쇼폴로스는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짧게 느끼게 만들어준 히로인이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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