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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김정일에 바친다"라는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독재자>. 사샤 바론 코헨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보랏>처럼 이 영화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낄낄거리면서 볼 수 있다. <보랏> 만큼 엉뚱하고 <보랏> 만큼 조롱이 담겨 있다. 어떤 영화가 더 재밌냐고 묻는다면, 글쎄, <보랏>은 그런 영화가 처음이라 충격이 컸다면, <독재자> 역시 무방비상태에서 보면 정말 황당한 장면들의 연속이라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북아프리카 지도의 오른쪽에 '와디야(Wadiya)'라는 나라가 있다. 그 나라에는 아버지에게 권력을 물려받은 알라딘(Aladeen) 장군이 독재를 하고 있는데 알라딘은 짐바브웨부터 북한까지 전세계에 있는 독재자들을 짬뽕해 놓은 인물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막무가내로 죽이고,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선포하고, 밤마다 유명 스타들을 부른다. 핵무기가 뾰족하지 않고 둥글다는 이유로 과학자를 죽이고, 처녀들을 모아 친위부대를 만든다. 글로 써놓으니 참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이런 장면들이 무거우면 이 영화를 왜곡하는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경쾌하게 전개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유엔을 통해 와디야를 공격하겠다고 말하자 알라딘 장군은 유엔에서 연설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알라딘은 늘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그래서 그와 닮은 대역을 준비해놓는데 그런 자질구레한 일은 알라딘의 심복이자 삼촌인 타미르(벤 킹슬리)의 몫이다. 그런데 타미르는 야심이 있다. 알라딘을 끌어내고 유엔에서 가짜 민주주의를 선포한 뒤 나라의 이권을 가즈프롬, BP 같은 거대한 에너지 기업들에 팔아서 부자가 되고 싶은 야심. 계획대로 뉴욕에 도착한 알라딘은 납치되고 그 빈 자리를 대역이 대신 맡는데 그는 너무 멍청하다. 타미르의 꼭두각시를 상징하는 그대로 뇌가 없는 그의 모든 행동이 우스꽝스럽다. 납치에서 풀려난 알라딘은 아무도 자신을 몰라보는 가운데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한 여자 조이를 알게 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독재자와 이상적 민주주의자의 만남. 영화는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직설적이고 모든 위선을 조롱하듯 풍자적이다.


왕자와 거지 이야기가 이 영화의 기본 플롯이다. 거지가 된 왕자가 자신의 신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에 나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착한 남자로 변하는 로맨스의 공식을 섞었다. 그리고 그 위에 갖가지 섹스 유머,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 독재자 유머가 난무한다. 한 여자의 출산을 돕는 과정에서 두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할 말을 잊을 정도로 황당한 장면인데 그런 상상력 자체가 신기하다. 아랍의 막강 독재자에서 거대 미국의 외국인 노동자로 추락한 알라딘은 어느날 모두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자살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과학자를 다시 만나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나는 다시 독재자가 될 거야" 라고 말하고는 일어선다. 그 이후로 뭔가 아이러니컬하지만 관객은 독재자에 감정이입되어 그를 응원하게 된다. 그 도덕적 딜레마를 적당히 희석시켜주는 것은 알라딘이 유엔에서 하는 연설이다. 그는 타미르의 민주주의 헌법을 찢어버리고는 다시 독재자가 될 것을 선포한다.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한 남자인 그의 독재는 이제 더이상 예전처럼 직설적인 독재가 아니다. 그대신 선거 같은 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부드러운 독재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는 냉소적인 유머를 잃지 않는다. 점잖음을 내려놓고,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면 시종일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난장판 코미디 영화다. 특히 유엔의 중국대사가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을 비꼬는 장면과 헐리우드 배우들은 돈주면 뭐든지 다 한다고 말하는 장면들은 양념 같은 웃음을 준다. 몇몇 헐리우드 스타들이 그 자신으로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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