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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의 영화를 이야기할 때 <하울링>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만들어져서 올해 2월에 개봉했고 150만명 정도의 관객이 관람한 영화지만 감독의 전작에 비하면 울림이 약합니다. 어느 신인 감독의 그저그런 데뷔작처럼 보였어요. 그만큼 만듦새도 기획력도 유하 감독 답지 않습니다. 그래서 쉽게 잊혀진 것 같습니다. [무한도전]에 이나영이 나와서 <하울링>이 한 번 언급됐습니다만 마치 추억의 영화처럼 어렴풋이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하울링' 하면 조 단테 감독의 1981년작 <하울링>이 강렬하게 떠오르죠. 뱀파이어와 함께 서양 공포물의 단골 소재인 늑대인간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6편의 시리즈까지 이어졌고 작년에는 <하울링: 리본>이라는 속편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6편의 속편 중 1편을 능가하는 영화는 없었고 모두 '늑대인간'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기댄 저렴한 공포영화들이었지만요.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과 제작소식을 들었을 때는 늑대인간에 관한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영화가 나오나보다 했어요. 나중에야 늑대개와 경찰이 나오는 스릴러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됐죠. 기존에 늑대개를 다룬 <늑대 개 White Fang> 같은 영화들은 동물과 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드라마였는데 유하 감독의 <하울링>에서는 늑대개를 연쇄살인범으로 그립니다. 우리가 늑대개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을 그대로 소재로 사용한 것이죠. 이 영화의 제목인 'howling'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영어단어인데 여기에서는 살인견으로서의 늑대개를 표현하는 직설적인 단어로 느껴집니다. 그만큼 영화는 편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어요.


<하울링>은 일본 작가 노나미 아사의 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영화화했습니다. 소설은 1990년대 고도화된 일본사회의 냉정한 현대인들을 늑대개의 가족애를 통해 역설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입니다. 소설은 탁월한 심리묘사로 여자 형사와 늑대개의 교감 속 질주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 질주가 그저 맥락없는 판타지처럼 느껴지네요. 요즘 한국에서 일본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고 이 영화도 그중 하나입니다만, 일본의 장르소설들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비판의식을 담아내고 있는 반면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은 대개 그것을 결여하고 있습니다. <화차>처럼 한국 사회에 훌륭하게 접목한 사례도 있습니다만, <백야행>처럼 이미지만 따온 영화들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하울링>은 후자에 더 가깝습니다.



유하 감독은 늑대개에서 '주변인'을 보았다고 밝혔습니다. 늑대도 아니고 개도 아닌, 그 어떤 세계에도 쉽게 속할 수 없는 주변인을 늑대개로 상징했고, 그런 맥락에서 송강호와 이나영의 캐릭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후배에게 승진에서 밀린 고참 형사와 남자들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는 외로운 여자 형사, 두 사람은 경찰들의 세계에서 보면 주변인들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영화를 보고 나면 주변인과 늑대개가 생각만큼 잘 매치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늑대개는 주변인이라기보다는 주인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가 주인이 죽자 복수를 감행하는 충실한 사냥꾼입니다. 늑대개의 처량한 눈동자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과 끝내 스스로 복수를 결심하는 본성을 느낄 수는 있지만, 늑대와 개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습니다. 늑대개를 믿고 쫓아가는 이나영의 눈 속에서 살아나는 감정은 동질감이나 비슷한 처지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신뢰와 믿음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늑대개에 대한 해석과 두 형사의 캐릭터 설정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영화의 만듦새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첫 장면에서 벨트를 통한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차 안에서 벨트에 불이 붙고 첫번째 희생자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왜 그렇게 쇼트를 짧게 여러 번 가져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일단 찍어놓은 뒤 편집 과정에서 아까워서 다 붙여놓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굳이 이렇게 잘게 쪼개놓지 않아도 오히려 하나의 정성스런 쇼트가 더 설득력이 있었을텐데요. 분명히 기존의 유하 감독의 영화가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의 영화들은 템포를 조절할 줄 알았어요. 느슨해야 할 부분과 빨라야 할 부분을 구분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하울링>은 다릅니다. 괜히 헐리우드 스릴러 영화들의 공허한 스피드와 이미지를 흉내만 내고 있습니다.



송강호와 이나영의 조합도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돌싱'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경찰 버디무비. 헐리우드에서라면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결말로 끝나는 영화들이 꽤 있었죠. 그런데 그런 영화들은 대개 코믹한 요소가 많았어요. 이렇게 유머러스한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인물들이 티격태격하다가 교감을 나눈다는 것은 지켜보기에 참 답답합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이나영이 혼자 주연을 하는 게 더 나았다고 봅니다. 승진에 뒤처진 형사이면서 속썩이는 아이의 아빠인 송강호는 한국영화에서 너무 자주 등장한 캐릭터입니다. 반면에 남편과 이혼하고 부모도 없이 외로운 여자 형사는 드뭅니다. 이나영을 원톱으로 했다면 그녀의 외로움이 도드라지면서 오히려 늑대개와의 연관성도 더 직접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괜히 버디무비로 만드는 바람에 늑대개는 <아티스트>의 '어니'처럼 잘 달리고 연기 잘하는 신기한 동물로만 소비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 늑대개 질풍이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군요. <세븐 데이즈> <조선 명탐정> 등에도 출연한 적 있는 이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늑대개는 본명(?)이 시라소니라고 하는데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연 주연상 감인데 대부분의 영화상들에 동물 부문이 없다는 게 아쉽군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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