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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오프닝은 아주 강렬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뉴욕 시내를 창밖으로 바라보던 여주인공 에바. 눈앞에서 핵폭발이 일어나고 그녀는 허겁지겁 건물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에 섞여 건물 지하로 떠밀려온다. 이후 눈을 떠보니 살아남은 사람은 건물 지하로 대피한 8명 뿐이다.


세상이 8명만이 존재하는 지하실이라면 어떨까? 그곳에서도 인간은 영역 싸움을 하고 권력다툼을 벌일까? 방사능 위험이 있어서 바깥으로 나갈 수 없고 외부와 연락도 되지 않는 완전히 차단된 세계. 영화는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을 담는다. 그들은 <쏘우>나 <큐브>처럼 묵시록적 분위기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엑스페리먼트>나 <도그빌>처럼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람들은 밀폐된 지하 공간 속에서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제한된 식량을 두고 서로를 지배하려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 지하실의 원래 주인 미키는 사전정보와 식량을 무기로 7명을 통제하려 하고 비밀창고에 몰래 들어온 델빈을 죽인다. 미키의 살인을 알게 돼 그를 감금하는데 성공한 두 남자 조쉬와 보비는 식량의 배급을 담당하면서 점점 더 폭력적이 되어가는데 아이를 잃은 엄마 마릴린은 창녀처럼 그들의 노예가 된다. 에바는 약혼자인 변호사가 겁에 질린 와중에 유일하게 중심을 잡고 사투를 벌이는데 그녀조차도 겉잡을 수 없는 광기 앞에서는 결국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영화는 그리 잘 만든 편은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뻔한 공포영화의 클리셰가 그대로 쓰였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힘이다. 에바 역의 로렌 저먼부터 추억의 배우들인 마이클 빈과 로잔나 아퀘트, 그리고 삭발을 하면서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마이클 에크런드와 마일로 벤티미글리아는 살아있는 눈동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끈질기게 탐구한다. 인물들이 하나씩 죽어갈수록 보기 힘겨운 장면들도 많은데 배우들의 연기가 그저그런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이 영화가 아쉬운 점은 영화 초반부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8명이 감금되고 얼마 후 문이 열리고 방사능 복과 무기로 무장한 사람들이 들어와 마릴린의 딸 웬디를 납치해간다. 이후 방사능 복을 뺏어입고 밖으로 나간 애드리안은 그곳에 웬디가 실험대상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방향을 튼다. 문은 용접되고 갇힌 7명은 다시는 그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사실 그 부분이 가장 신선했고 그 뒤로도 핵전쟁이든 외계인이든 뭔가 새로울 것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야기가 더 발전되지 않아서 어리둥절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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