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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에 수천억 원이 오가는 할리우드는 일종의 도박판입니다. 잘 되는 영화는 큰돈을 벌어주지만 안 되는 영화는 본전의 절반도 못 찾을 정도로 폭망 합니다. 잘 되는 영화에 이유가 있는 것처럼, 안 되는 영화에도 당연히 이유가 있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한 캐릭터, 영화의 잠재 수요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제작비 등입니다.

지금부터 역대 폭망한 할리우드 영화를 10위부터 1위까지 한 편씩 살펴보겠습니다. 당사자에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리스트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선 왜 망했을까 오히려 더 궁금해집니다. 이 순위는 박스오피스를 알고리즘 방식으로 추적하는 '더 넘버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 콘텐츠는 유튜브 영상으로 함께 발행합니다.)

 

주피터 어센딩


10위 주피터 어센딩 Jupiter Ascending (2015)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
예산: 2억 658만 달러
수입: 1억 975만 달러
손실: -9682만 달러

워쇼스키 자매의 야심작 ‘주피터 어센딩’이 10위입니다. 자신을 지구의 주인이라고 선포한 주피터의 이야기입니다. 배두나도 출연하지만 난해한 이야기가 대중에게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워쇼스키 자매는 ‘매트릭스’를 뛰어넘는 영화를 아직까지는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47 로닌


9위 47 로닌 47 Ronin (2013)

스튜디오: 유니버설
예산: 1억 8998만 달러
수입: 9299만 달러
손실: -9699만 달러

일본의 사극 ‘츄신구라’를 원작으로 한 영화 ‘47 로닌’이 9위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스승의 원수를 갚으려는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로 키아누 리브스와 아사노 타다노부, 사나다 히로유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를 신비로운 판타지로 응용해 만든 할리우드 영화지만 출연진들이 대부분 미국인들에게는 낯선 일본 배우들이어서인지 초반 주목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평론가 시사회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으면서 제작진은 절치부심 영화의 일부 장면을 새로 찍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몸값이 비싼 키아누 리브스를 재촬영하느라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영화는 원래 2012년 11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재촬영을 하느라 1년이 늦춰졌고, 보강한 작품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아 결국 폭망 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에서도 개봉 전 한 차례 가진 시사회에서 반응이 너무나도 안 좋아 결국 개봉을 포기하고 VOD 직행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는 '레이크 하우스' '지구가 멈추는 날'에 이어 연이은 흥행 실패로 위기를 맞이하는가 싶었지만 2014년 ‘존 윅’으로 기사회생합니다. 하지만 칼 린쉬 감독은 이후 다시는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브리씽 유브 갓 하우 두 유 노우


8위 에브리씽 유브 갓 하우 두 유 노우 How Do You Know? (2010)

스튜디오: 콜럼비아
예산: 1억 4045만 달러
수입: 3550만 달러
손실: -1억 494만 달러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브로드캐스트 뉴스’의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에 리즈 위더스푼, 폴 러드, 잭 니콜슨 등 화려한 캐스팅의 로맨틱 코미디 ‘에브리씽 유브 갓 하우 두 유 노우’가 폭망작 순위 8위입니다. 이 영화의 실패 요인으로는 지나치게 무거운 드라마가 꼽힙니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간 관객을 배신했다는 것입니다.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은 이 영화 이후 다음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잭 니콜슨도 알츠하이머를 앓느라 이 영화가 마지막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잭 더 자이언트 킬러


7위 잭 더 자이언트 킬러 Jack the Giant Slayer (2013)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
예산: 2억 2850만 달러
수입: 1억 2344만 달러
손실: -1억 506만 달러

'엑스맨' '보헤미안 랩소디'를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SF 판타지 ‘잭 더 자이언트 킬러’가 7위입니다. 영화는 판타지 영화 붐을 타고 기획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헝거게임’ ‘호빗’ 등의 영화가 인기였습니다. 그래서 워너브라더스는 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전래동화 '잭과 콩나무', ‘잭 더 자이언트 킬러’에 아더왕의 전설을 합쳐 잭이라는 청년이 거인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인간 세계와 거인들의 세상인 간투아가 거대한 콩나무로 연결되면서 거인들이 쳐들어오자 주인공 잭이 공주 이자벨과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니콜라스 홀트, 이완 맥그리거, 엘리너 톰린슨 등 캐스팅도 화려합니다. 하지만 낯선 상상력에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스튜디오는 제작비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선 미국보다 하루 일찍 개봉했는데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 이후 동화를 각색하는 실사 영화에 대한 스튜디오의 경계감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몬스터 트럭


6위 몬스터 트럭 Monster Trucks (2017)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예산: 1억 4945만 달러
수입: 3978만 달러
손실: -1억 966만 달러

어린이용 영화 ‘몬스터 트럭’이 6위입니다. 당초 2015년 제작을 완료했지만 완성도에 자신이 없어 개봉을 미루다가 2017년에 개봉했는데 결과는 폭망이었습니다. 어린이 콘텐츠의 강자 니켈로디언이 제작하고, ‘에픽: 숲 속의 전설’의 크리스 웨지가 감독을 맡았습니다만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한국에선 아예 개봉하지 않고 VOD 시장으로 직행했습니다.

 

딥워터 호라이즌


5위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2016)

스튜디오: 라이언스게이트
예산: 1억 8934만 달러
수입: 7791만 달러
손실: -1억 1143만 달러

2010년 1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상을 입은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를 배경으로 한 해양재난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이 역대 폭망 순위 5위의 불명예를 차지했습니다. 감독은 ‘배틀쉽’ ‘론 서바이버’를 만든 피터 버그입니다. 1억 8934만 달러의 큰 예산을 투입한 영화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며 스케일을 과시했지만 미국판 ‘7광구’라고 할 정도로 만듦새가 좋지 못했습니다. 전반부 1시간여 동안 인물을 소개하는 잔잔한 장면은 관객의 인내심을 요구했고, 후반부에도 긴장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킹 아서: 제왕의 검


4위 킹 아서: 제왕의 검 King Arthur: Legend of the Sword (2017)

스튜디오: 워너브라더스
예산: 1억 9958만 달러
수입: 8477만 달러
손실: -1억 1480만 달러

가이 리치 감독의 ‘킹 아서: 제왕의 검’이 4위입니다. ‘스내치’ '셜록 홈즈'로 명성을 얻은 가이 리치는 '맨 프롬 UNCLE' 이후 연이어서 흥행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에서 1500만 달러를 간신히 넘기며 폭망을 예고했고 결국 투입된 예산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볼거리는 풍성했지만 문제는 스토리와 캐릭터였습니다. 원탁의 기사들이 매력적이지 못하고 엑스트라로 소비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가이 리치 감독은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서 이 영화로 주연 배우인 찰리 허냄만 유명해졌고, 주드 로의 악역 변신도 화제였습니다. 가이 리치 감독은 올해 디즈니의 ‘알라딘’ 실사 리메이크 영화를 개봉하는데 이 영화도 은근히 걱정됩니다.

 

론 레인저


3위 론 레인저 The Lone Ranger (2013)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예산: 3억 188만 달러
수입: 1억 7700만 달러
손실: -1억 2487만 달러

2013년은 유독 망작이 많이 나온 해입니다. 그중 최고의 망작은 서부극 ‘론 레인저’입니다. 영화는 동명의 인기 드라마가 세상에 나온 지 8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과 고어 버빈스키, 유명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야심 차게 손을 잡으면서 ‘사막판 캐리비안의 해적’을 표방했습니다. 인디언 악령 헌터 톤토와 블랙 마스크 히어로인 론 레인저가 서로 힘을 합쳐 범죄조직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흥행에 대실패를 거두면서 디즈니는 1억 2천만달러의 막대한 손해를 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조니 뎁은 굴욕 배우가 됐고, 제리 브룩하이머는 디즈니와 결별하게 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영화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보다 제작비를 지나치게 많이 들였다는 점에 있습니다. 3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맞먹는 역대 10위 수준입니다. 영화 속 마을을 거대한 세트로 짓고, 250톤이 넘는 19세기의 기차 3대와 8km에 달하는 철도 등을 실제로 제작하는데 엄청난 돈을 들였습니다. 아울러 캐릭터가 새롭지 않았다는 것도 실패 요인으로 꼽힙니다. 조니 뎁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를 답습하는 연기를 보여줘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000만 달러를 넘기지 못했는데 이는 같은 날 개봉한 ‘슈퍼배드2’의 3430만 달러에 비해서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한국에서도 관객 38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폭망 했습니다.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2위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John Carter (2012)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예산: 3억 712만 달러
수입: 1억 8037만 달러
손실: -1억 2674만 달러

‘니모를 찾아서’ ‘월E’의 감독 앤드류 스탠튼의 첫 실사영화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이 2위입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 카터가 행성 바숨에서 외계 종족 간의 전쟁에 뛰어들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순제작비 2억 5천만 달러가 들었고 마케팅 비용으로만 1억 달러를 썼지만 미국에서 고작 73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나마 해외 수익이 손실을 일부 만회해 주었지만 그래도 워낙 손실 폭이 컸습니다. 디즈니는 이 영화의 폭망으로 인해 당시 회장이었던 리치 로스가 사임하기에 이릅니다.

영화의 실패 요인으로는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실사영화 경험 부족, 그리고 어디선가 접해본 낯익은 이야기가 꼽힙니다. 영화는 ‘타잔’의 원작자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존 카터’는 이 작품이 그동안 영화화되지 않았을 뿐 이 작품을 변형한 영화들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형 흥행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바로 ‘스타워즈’ ‘아바타’ 등의 이야기 뼈대가 바로 ‘존 카터’에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스탠튼 감독과 디즈니는 메가 히트작의 원작인 ‘존 카터’를 영화화하면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고 3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습니다만 오히려 독이 든 성배를 마신 셈이 되었습니다. 너무 유명한 이야기인지라 관객은 영화가 너무 진부하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


1위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 Mars Needs Moms (2011)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예산: 1억 7016만 달러
수입: 2667만 달러
손실: -1억 4349만 달러

망작 중의 망작 1위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입니다. 제작비 대비 수입은 6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손실액만 무려 1억 4349만 달러로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1600억 원에 달하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입니다. 9살 난 마일로가 우주로 납치된 엄마를 구하기 위해 화성인들과 전투를 벌인다는 내용으로 ‘타임머신’ ‘우주전쟁’ 등을 쓴 소설가 H. G. 웰스의 증손자인 사이먼 웰스가 감독을 맡고, 세스 그린과 댄 포글러가 목소리 연기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볼거리는 풍성했지만 스토리에 강약이 부족해 지루하고, 디즈니답지 않게 호감 가지 않는 캐릭터도 관객이 이 영화를 외면한 이유입니다. 디즈니 영화가 유독 잘 되는 한국에서조차 극장 개봉하지 못하고 2차 판권으로 직행한 불운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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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역대 폭망작 1,2,3위가 모두 디즈니 영화인데 한편으로는 역대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둬들인 영화를 꼽아봐도 상위권에 ‘스타워즈’ ‘겨울왕국’ ‘어벤져스’ 등 디즈니가 판권을 갖고 있는 영화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는 디즈니가 그동안 블록버스터 전략으로 콘텐츠 왕국을 건설해왔다는 방증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크게 판을 벌려서 모 아니면 도 전략을 택했던 것이죠. 디즈니가 픽사, 마블, 21세기 폭스 등을 계속해서 사들이면서 영화 콘텐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성장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블록버스터 전략이 잘 먹혔다는 것을 뜻합니다. 역대 폭망작 중 디즈니 영화가 많은 것은 디즈니에게 분명 굴욕이지만 동시에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성장의 반면교사가 되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폭망 했다며 혀를 끌끌 찰 필요는 없는 것이죠. 물론 개인의 사례는 회사와 달라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에겐 다시 연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만.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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