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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쓰고 많이 번 영화. 일명 ‘가성비’ 순위로 할리우드 영화, 미국영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영화를 평가하는 여러 척도가 있습니다. 예술성, 작품성, 흥행성, 화제성 등등이죠. 가성비는 사실 그동안 많이 알려진 척도는 아닙니다. 영화라는 게 재미 있고 의미가 있으면 되지 누가 돈을 얼마나 들여서 얼마를 벌었는지는 부수적인 가십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흥행수입을 올리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월트디즈니, 워너브라더스, 한국에선 CJ, 롯데, 쇼박스 같은 회사들이 극장을 장악하고 있어서 틈이 잘 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보실 영화들의 순위는 대부분 이런 대형 배급사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들입니다.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만든 저예산 영화로 소위 대박을 친 영화들입니다. 돈을 적게 들였기 때문에 ‘가성비’가 아주 높습니다.


미국영화 가성비 순위에서 눈여겨볼 것은 종교영화와 공포영화가 압도적이라는 것입니다. 저예산으로 만들어 대박을 치려면 종교 아니면 공포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지금부터 10위부터 1위까지 한 편씩 살펴보면서 왜 이 영화들이 크게 흥행했는지 그 이유도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순위는 박스오피스를 알고리즘 방식으로 추적하는 '더 넘버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 콘텐츠는 유튜브 영상으로 함께 발행합니다.)


그리스


10위 그리스 Grease (1978)


예산: 600만달러

수익: 1억8756만달러

수익률: 3026%


10위는 유명한 뮤지컬 영화 ‘그리스’입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의 존 트라볼타,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올리비아 뉴튼 존이 출연한 영화 <그리스>는 당시 유행했던 댄스 영화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흥행 수입을 올린 영화입니다.


워렌 케이시와 짐 자콥이 1971년 선보인 뒤 현재까지 롱런 중인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했는데요.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 중 최고의 흥행작입니다. 전세계 극장 수입 3억9천만달러라는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Summer Nights’ ‘You're the One That I Want’ 등이 수록된 영화의 사운드트랙 역시 인기여서 1978년 음반판매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신은 죽지 않았다


9위 신은 죽지 않았다 God’s Not Dead (2014)


예산: 115만달러 (200만달러라는 집계도 있음)

수익: 3669만달러

수익률: 3091%


‘신은 죽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저예산 기독교 영화가 9위를 차지했습니다. 흥행 대박으로 2016년 속편까지 나왔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기독교 대학의 한 신입생이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문장을 이해할 수 없어 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를 찾으러 다닌다는 내용입니다. 옴니버스 식 구성의 영화로 과학의 증거들을 부정하고 신의 존재를 설파하는 논리가 치밀하지 못해 로튼 토마토에서 평점 15%로 ‘재앙’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 첫 주말 86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따르면 "역사상 최대 이변"을 연출합니다.



어떻게 이토록 놀라운 흥행을 할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기독교 단체들의 후원에 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기독교 단체인 ‘자유 수호 연합’은 이런 성명을 내며 관람을 독려했습니다. "모든 크리스찬은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라. 이 영화는 믿음을 강화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종교적인 선동이 통한 덕분인지 영화는 4주간 박스오피스 Top 10을 유지하는 등 총 20주 동안 극장에서 상영하며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6260만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웨이팅...


8위 웨이팅 Waiting… (2005)


예산: 112만달러

수익: 3613만달러

수익률: 3112%


8위는 2005년 저예산 코미디 영화 ‘웨이팅’이 기록했습니다. 식당 주방에서 웨이터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입니다.


신예 롭 맥키트릭 감독이 웨이터로 일하면서 쓴 각본으로 직접 연출까지 했습니다. 당시에도 이미 베테랑 배우였던 라이언 레이놀즈와 공포영화 단골배우인 안나 파리스가 놀랍게도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로튼 토마토 평점은 31%에 불과한데요. 개봉 첫 주말에 제작비 2배 수입을 거두면서 흥행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2009년 속편 'Still Waiting'이 나왔습니다. 맥키트릭 감독은 2018년엔 영화 '태그'의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피터팬


7위 피터 팬 Peter Pan (1953)


예산: 400만달러

수익: 1억4365만달러

수익률: 3491%


J.M.배리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월트 디즈니의 1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피터 팬’이 7위를 차지했습니다.


디즈니가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기 전 RKO를 통해 배급한 마지막 영화로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부터 함께해온 디즈니의 초기 핵심 멤버 9명이 공동작업한 마지막 영화이기도 합니다.


피터 팬 하면 떠오르는 사람 중 한 명은 마이클 잭슨인데요. 피터 팬처럼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자신의 산타 바버라 저택을 '네버랜드 목장'이라고 부르기도 했죠.


영화는 1953년 첫 개봉 때 7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그해 최고 흥행 수입을 올렸고, 이후 1958년, 1969년, 1976년, 1982년, 1989년에 잊을 만하면 계속 재개봉해 현재까지 극장에서만 총 8770만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로 가장 먼저 언급되곤 하죠. <피터 팬> 역시 극장 수입을 능가하는 다른 수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홈비디오와 DVD 판매로 무려 1억1840만달러에 달합니다. 여기에 디즈니랜드의 피터 팬 놀이기구, 비디오게임, 보드게임 등의 수입까지 합하면 실질적인 수입은 거의 집계가 불가능합니다.

2002년엔 50년만에 속편 <피터 팬 2 - 리턴 투 네버랜드>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데블 인사이드


6위 데블 인사이드 The Devil Inside (2012)


예산: 100만달러

수익: 3740만달러

수익률: 3641%


6위는 가짜 다큐멘터리, 모큐멘터리 스타일로 찍은 엑소시즘 호러영화 ‘데블 인사이드’입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엑소시즘 버전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사들여 재미를 본 파라마운트가 11억원짜리 작은 인디영화로 116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다시 한 번 대박을 쳤습니다. 파라마운트는 확실히 공포영화로 돈을 버는데 일가견이 있나봅니다.


영화는 악령에 사로잡혀 이탈리아의 정신병원에 감금된 엄마를 구하려는 딸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4개의 강력한 악령에 홀려 있습니다. 바티칸, 부카레스트 등 유럽에서 촬영하며 나름대로 공을 들였습니다.


2012년 1월 6일 개봉한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순위 뿐만 아니라 매출 자체도 대단해서 주말 동안 3373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1월 주말 흥행성적으로는 <클로버필드>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기록입니다.


불편한 진실


5위 불편한 진실 An Inconvenient Truth (2006)


예산: 100만달러

수익: 4641만달러

수익률: 4542%


5위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이 차지했습니다.


알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직접 출연해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환경 다큐멘터리입니다.


2006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공개된 뒤 비평적으로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음악상을 수상했고, 미국서 2400만달러를 벌어 들여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중 11번째로 높은 수익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전세계 학교에서 과학 수업 시간 시청각 교재로 사용될 정도였습니다.


갤로우즈


4위 갤로우즈 The Gallows (2015)


예산: 10만달러

수익: 689만달러

수익률: 6798%


4위는 저예산 공포영화 ‘갤로우즈’입니다. 예산은 고작 10만 달러, 한국 돈으로 1억1000만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파운드 푸티지 공포영화입니다.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작비에 내용도 딱 ‘학교괴담’ 수준입니다. 20년 전 죽은 학생 귀신이 학교를 떠돌고 있는데 그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도 죽는다는 것이 스토리의 전부거든요.


한국인에겐 <여고괴담> <학교괴담> 등 이제 지겨워진 이야기가 미국인들에겐 흥미로웠나봅니다. 배우들도 다 무명이고 만듦새도 로튼 토마토 평점 15%로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의외로 흥행 대박을 쳤습니다.


개봉 첫 주말에 <미니언즈>에 밀려 박스오피스 5위에 랭크됐습니다. 하지만 워낙 제작비가 적게 들어서 이때 벌어들인 980만달러는 이미 제작비 대비 98배 남는 장사였습니다.


이번엔 파라마운트가 아닌 워너브라더스가 판권을 사갔지만 비용을 많이 들여서인지 매출액(4295만달러) 대비 순수익(679만달러)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파이어프루프


3위 파이어프루프 Fireproof (2008)


예산: 50만달러

수익: 5668만달러

수익률: 1만1237%


3위는 ‘파이어프루프’라는 작품입니다. 아마도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을텐데 제목에서 소방대원의 액션이 연상되지만 그건 아니고요. 기독교 드라마입니다.


감독은 알렉스 켄드릭입니다. 이 이름을 잘 기억해 두세요. 또 나옵니다. 알렉스 켄드릭은 조지아주 알바니의 셔우드 교회의 목사였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2008년에도 독실한 목사로 이 작품을 기획하고,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고 심지어 출연까지 했습니다.


2002년 셔우드 픽쳐스를 세우고 동생 스티븐 켄드릭과 함께 영화 제작을 시작해 2003년 'Flywheel' 2006년 'Facing the Giants' 2008년 'Fireproof' 2011년 'Courageous'를 연이어 만들었습니다. 모두 제작비 대비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평론가들로부터 평가는 좋지 못합니다. 파이어프루프의 로튼토마토 평점은 40%에 불과합니다.



가성비 3위에 오른 ‘파이어프루프’는 2008년 미국 독립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입니다. 내용은 소방대장인 남편과 병원행정관 아내가 결혼 위기를 맞고 이를 신앙의 힘으로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남편 칼렙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Love Dare'라는 프로그램을 소개시켜주는데 이것은 40일 동안 배우자를 다르게 대해 결혼 위기를 극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칼렙은 마지못해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아내 캐서린에게는 말하지 않는데요. 그때 아내는 병원에서 한 의사와 바람을 피고 있었고 급기야 남편에게 이혼 제안을 합니다. 캐서린은 엄마의 병원비를 그 의사가 대납해줬다고 믿고 두 사람은 가까워지지만 알고 보니 의사 역시 유부남이었고 캐서린은 좌절합니다. 나중에 캐서린도 Love Dare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이혼을 재고하게 됩니다. 이기적인 줄 알았던 남편이 엄마 병원비를 냈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마침내 두 사람은 화해하고 결혼서약을 다시 한다는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영화입니다.


‘The Love Dare’는 알렉스와 스티븐 형제가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무려 131주 동안 올라 있기도 했습니다. 종교 콘텐츠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형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13년 알렉스 켄드릭은 목사를 그만두고 아예 '켄드릭 브라더스 프로덕션'을 설립했고 2015년 'War Room'을 만들어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합니다.


알렉스와 스티븐 켄드릭 형제는 영화의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2위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9)


예산: 45만달러

수익: 8937만달러

수익률: 1만9761%


역대 가성비 2위 영화는 <파라노말 액티비티>입니다.


적은 돈으로 대박을 친 작품 중엔 이처럼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가짜 다큐멘터리 영화가 많습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CCTV를 형식으로 택해 관객이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도록 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2007년 단돈 1.5만달러에 만들어져 여러 호러영화제를 순회한 뒤 2009년이 되어서야 파라마운트를 통해 미국에 정식 공개됩니다. 파라마운트는 판권을 35만 달러에 구입한 뒤 엔딩 보충 촬영을 하느라 제작비를 10만달러 더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벌어들일 수입에 비하면 얼마나 푼돈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파라마운트 자회사 드림웍스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집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경기를 일으켰다고 하는데 이런 에피소드마저 영화 홍보에 큰 도움이 됐죠. 처음엔 전국 13개관에서만 소규모 개봉했는데 이후 관객들의 요구가 빗발쳐 한 달만에 와이드 릴리즈 개봉합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이후 사골 국물처럼 계속 우려내 작년 6번째 시리즈인 <파라노말 액티비티: 고스트 디멘션>까지 나왔습니다. 갈수록 흥행세가 주춤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손해본 영화는 한 편도 없으니 언제까지 계속될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믿음의 승부


1위 믿음의 승부 Facing the Giants (2006)


예산: 10만달러

수익: 3855만달러

수익률 3만8451%


역대 미국영화 가성비 갑 중의 갑, 대망의 1위는 알렉스 켄드릭 목사가 감독, 제작, 기획, 각본에 주연까지 맡은 영화 ‘믿음의 승부’입니다. 단돈 10만 달러(1억1천만원)를 들여 무려 3855만 달러 수입을 올렸습니다.


이 작품의 장르를 분류하자면 기독교 스포츠 드라마입니다. 배우들은 교회 신도들이 자원봉사로 출연해 출연료를 대거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2003년 샤일로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풋볼 코치 그랜트 테일러는 6년간 이겨본 경험이 없습니다. 7번째 시즌에서도 3연패하자 선수들의 부모들이 그를 해고하라고 난리를 칩니다. 설상가상 그의 집 지붕이 새고 차는 망가지고 아내의 불임 원인도 자신임이 밝혀집니다. 그의 인생은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빠져 있을 때 그를 구해주는 것은 신앙심입니다. 주인공은 밤을 새워 성서를 읽으며 기도합니다. 기도의 끝에 마침내 새로운 코칭 철학을 깨닫게 되는데요. 그것은 필드에서 성적에 관계없이 신을 칭송하자는 것입니다. 그의 새로운 지도력이 선수들과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이글스팀은 남은 모든 경기에서 이겨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는 내용입니다.


******


가성비 순위로 본 미국영화 Top 10은 조금 뜻밖의 영화가 많습니다. 종교영화와 공포영화는 적은 돈 들여서 큰 돈 벌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 알아두면 되겠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들려고 돈을 버는 것이다." - 월트 디즈니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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