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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죄와 벌'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한국형 신파 판타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영화에서 드물게 본격 판타지 장르를 시도했지만 한국형 신파를 가미해 눈높이를 낮추고 현실과 거리를 최대한 좁혔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에서 영화는 여러 가지를 바꿨다. 우선 주인공 김자홍(차태현)을 평범한 샐러리맨이 아닌 소방관으로 설정했고, 변호사 진기한 캐릭터를 없앤 대신 강림차사(하정우)에게 자홍을 변호하는 역할을 줬다. 또 스토리상 중요한 인물인 원귀가 되는 군인을 김자홍의 친동생 김수홍(김동욱)으로 바꿔 패밀리 무비를 표방했다.
어떤 이야기인가
영화는 소방관 김자홍이 고층빌딩에서 아이를 안고 뛰어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카메라는 계속해서 하강하면서 탄력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아쉽게도 이 역동적인 운동성은 영화 내내 지속되지는 못한다.) 김자홍은 아이를 구했지만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과 이덕춘(김향기)이 김자홍을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찾아오면서 영화는 현실 장면을 빠르게 끝내고 곧바로 저승으로 넘어간다.
저승법에 따라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등 7가지 죄에 따라 7개의 지옥에서 무죄를 받아야만 환생할 수 있다. 7가지 죄 중 하나라도 짓지 않은 인간은 거의 없기에 대부분 환생하지 못한다. 삼차사는 지난 수백년 동안 47명 밖에 환생시키지 못했다. (김자홍이 48번째, 그리고 속편에서 49번째 환생자가 나올 예정이다.) 염라(이정재)는 49명을 환생시키면 삼차사에게 환생의 기회를 주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삼차사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삼차사가 자기 일처럼 김자홍을 변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이를 구하려다 죽은 소방관 김자홍은 보기 드문 귀인이어서 삼차사는 7개의 재판을 통과하는 것이 아주 쉬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재판이 거듭될수록 자홍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면서 난관에 부딪힌다. 세상에 날 때부터 귀인은 없는 것이다.
장점과 단점
저승으로 가는 길은 거대한 자연에 CG를 입혔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킨다. 7개의 지옥에선 불구덩이, 회전봉, 칼날나무, 얼음블록, 거울, 싱크홀, 모래사막 등의 형벌이 주어지는데 영화는 이들을 CG로 일일이 구현한다. 또 지옥으로 가는 길 역시 화염, 인면어, 빙하 협곡, 유리 바닥, 사막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CG로 표현한 저승의 모습이 화려한 데 비해 CG의 퀄리티는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편이다. 눈높이는 낮추고 보는 편이 좋다.
판타지로 시작한 영화는 중반부터 현실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장애인 엄마, 군대 내 사고 은폐 등이 주요 사건으로 올라선다. 물론 본격적으로 사회 문제를 제기하려는 건 아니다. 영화가 워낙 판타지 성격이 강하다 보니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가족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장애인 가정과 군대 문제를 집어 넣은 것이다. (물론 이는 웹툰의 스토리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웹툰에선 먹혔던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넘어오면 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영화를 보기 전에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는 웹툰과 영화의 매체적 특성에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겠다. 만화에 비해 실사는 자연스럽게 더 리얼리티를 감안하고 보게 되기 때문이다.
12세이상 관람가인 이 영화는 눈높이가 매우 낮다. 착한 일을 하면 무죄, 나쁜 일을 하면 유죄라는 지옥 재판관들의 이분법적 판결이 일곱 번 계속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작정하고 울리는 신파
김용화 감독의 장점은 뻔한 감동코드를 계속 쌓아올려서 결국 마지막에 터뜨린다는 것이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가 그랬다. '미스터 고'는 실패했지만 역시 비슷한 방식이었다. 이번엔 더하다.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후반부에서 아예 작정하고 울린다. 김자홍과 그의 동생 김수홍, 그리고 장애인 엄마가 작정하고 신파극을 써내려간다.
결국 이 영화는 저승 세계의 판타지를 기대하고 갔다가 엄마 생각하면서 울고 나오는 영화다. 저승에는 공소시효가 없어서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하지만 진정한 용서만이 죄를 구원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뚜렷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단순함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아쉬운 캐릭터
차태현은 착한 남자의 스테레오타입 캐스팅이고, 하정우는 카리스마 있는 저승차사 강림 역에 잘 어울린다. 김향기는 생기발랄한 얼굴로 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문제는 주지훈이 연기한 해원맥이다. 불평불만 가득한 캐릭터지만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저승차사 셋 중 웃음을 담당해야 하는데 그가 구사하는 유머코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극중 등장하는 논개, 이순신, 어벤져스 같은 유머는 상황과 어울리지 않아서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유준상, 김하늘, 김해숙, 이경영, 김수안 등이 매 지옥마다 특급 카메오로 출연하며 깜짝 놀라게 해준다. 영화는 '죄와 벌' 이후 속편까지 한 번에 몰아서 찍었는데 웹툰의 이승편과 신화편을 믹스한 속편의 부제는 ‘인과 연’으로 내년 말 개봉할 예정이다. 속편에는 마동석이 주인공을 맡는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
감정과잉의 한국형 신파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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