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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를 얼마나 좋아하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고흐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는 고흐 사후 1년, 그가 정말 권총 자살한 것이 맞는지를 추적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고흐 스타일의 그림체로 시작하자마자 고흐 작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매력이 가득합니다. 올해 IMDB가 ‘반드시 봐야할 영화’로 선정한 이 작품을 숫자로 풀어보겠습니다.
1년
영화는 고흐 사후 1년(1891년), 고흐의 절친이었던 우편배달부 조셉 룰랭이 고흐가 죽기 전 테오에게 쓴 편지를 큰아들 아르망에게 주면서 시작합니다. 아르망은 사설탐정처럼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흐의 흔적을 찾아나섭니다. 고흐가 마지막 생을 보낸 아를을 비롯해 파리 몽마르트르에선 고흐에게 물감을 제공한 탕기 영감을 만나고, 오베르에선 고흐의 치료사 가셰 박사를 만납니다.
10년
도로타 코비엘라 감독이 <러빙 빈센트>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10년입니다. 애초 시작은 2분가량의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이후 휴 웰치맨이 코비엘라 감독에게 장편 제작을 제의했고, 10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합류해 본격적인 제작이 이루어졌습니다. 제작자로는 <언더 더 스킨> <아이 인 더 스카이>의 클라우디아 블룸후버, 음악감독 클린트 먼셀, 촬영감독 루카즈 잘이 참여했습니다.
107명
영화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107명입니다. 전세계에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화가들은 프로페셔널 화가부터 요리사, 교사, 자동차 정비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아티스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가들은 페인팅 디자인팀과 캐릭터 디자인팀으로 나뉘어 2년 동안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페인팅 디자인팀은 배우들의 촬영에 앞서 1년간 고흐의 그림을 영화 형식으로 재구성했고, 캐릭터 디자인팀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배우들을 고흐의 초상화 속 인물에 맞도록 재구성했습니다.
130점
영화에 등장하는 고흐의 작품은 130점입니다. ‘귀가 잘린 자화상’ ‘아를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피아노에 앉은 가셰의 딸’ ‘아를의 밤의 카페’ ‘폴 가셰의 초상’ '밀밭' '씨뿌리는 사람' 등 명작들이 스크린에 되살아납니다.
800점
고흐는 8년 동안 무려 800점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중 판매된 그림은 고작 1점뿐이었다고 합니다. 800점의 그림을 그리는 동안 아마추어였던 그의 그림은 몰라보게 향상되었고 결국 걸작으로 남았죠. 고흐는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던 천재라기보단 노력형 천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6만2450점
107명의 화가가 그린 그림(프레임) 수는 총 6만2450점입니다.
2억2400만뷰
영화는 예고편이 공개된 시점부터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인터내셔널 예고편 1억3000만 뷰, 인사이더 5300만 뷰, 반 고흐 뮤지엄 2400만 뷰, 데일리닷 1700만 뷰 등 총 2억2400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영화의 엔드크레딧에는 제작과정에 관한 소개와 함께 고흐의 유언이 나오는데요. 고흐는 “감정이 따뜻한 사람, 감정을 깊게 보여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생전의 그에 대한 기록은 우울하고, 자괴감에 빠져 있고, 외곬수 기질로 점철되어 있지만 사후에라도 우리는 그를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로운 화풍으로 우리에게 일깨워준 맑은 영혼으로 기억합니다.
영화는 미스터리 구조를 띄고 있지만 스토리가 잘 짜여진 작품은 아닙니다. 고흐가 혹시 권총자살한 것이 아니라 가셰 박사 혹은 르네라는 청년에게 피살된 것인지 해묵은 논란을 재조명합니다만 명쾌한 설명 없이 고흐의 아름다운 자화상만을 남기고 마무리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고흐의 화풍으로 움직이는 그림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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