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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8%의 역대급 마블 영화가 찾아왔다. 토르가 타이틀롤을 맡은 세 번째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다섯 가지 관전 포인트를 준비했다.



1. 토르와 헐크의 맞대결


영화에는 토르의 어벤져스 직장 동료들이 셋 등장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눈이 휘둥그레질 마법으로 토르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헐크(마크 러팔로)가 중반 이후부터 분량을 책임진다. 또,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모니터 속에 깜짝 등장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토르와 헐크의 맞대결. 어벤져스에서 가장 힘이 센 두 캐릭터가 맞붙는다. 그래서 영화의 카피마저 '마블의 메인 이벤트'다. 고대 로마 시대 글래디에이터의 결투가 벌어진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대형 경기장에서 두 슈퍼히어로는 맨주먹으로 양보없는 대전을 펼친다. 누가 이길까? 힌트를 주자면 둘은 결투가 끝난 후에도 누가 최강의 어벤져스 멤버인지를 놓고 계속 티격태격한다.




2. 발키리의 걸크러시 매력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즐비한 이 영화에서 테사 톰슨이 연기한 발키리는 단연 시선을 잡아 끈다. 아스가르드의 전사이자 현상금 사냥꾼인 발키리는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포스를 보여준다. 토르가 돈이 될 거라고 판단해 그를 잡아가려 비행선에서 내린 발키리는 술병을 입에 달고 다닐만큼 만취한 상태다. 하지만 이후 방해꾼들을 싹 쓸어버리고 토르를 가볍게 제압해 비행선에 싣고 떠난다. 그는 쌍검을 들고 푸른 망토를 휘날리며 싸우고, 전투기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등 러닝타임 내내 걸크러시 매력을 보여준다.


1983년생인 톰슨은 2005년부터 TV시리즈에서 단역을 맡으며 연기를 시작했다. TV시리즈 <베로니카 마스>, <그레이 아나토미> <디트로이트 187> <쿠퍼>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HBO 시리즈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데뷔는 2006년작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가 올때>부터였다. 아프리카-파나마 혼혈 아버지와 멕시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흑인 여성들의 삶을 그린 영화 <컬러드 걸스>(2010),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1965년 셀마 행진을 담은 <셀마>(2014), 흑인 권투선수가 록키를 만나 재기하는 과정을 그린 <크리드>(2015) 등 화제가 된 흑인 영화들에도 빼놓지 않고 출연할 만큼 개념배우다.


싱어송라이터인 아버지 마크 앤소니 톰슨의 영향을 받아 그는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저스틴 시미엔 감독의 선댄스영화제 수상작 <디어 화이트 피플>(2014)에 출연하면서 주제가도 직접 불렀다.


<아토믹 블론드> <원더우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 최근 할리우드에 여전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테사 톰슨의 발키리는 선배들 못지 않은 과감한 액션 전사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그는 이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도 출연이 확정됐다.



3. 웃음을 책임지는 그랜드마스터


발키리에게 붙잡힌 토르는 기묘한 사카르 행성으로 끌려가는데 그곳은 그랜드마스터라는 이름의 독재자가 통치하는 세계다. 로마 황제처럼 노예들 간의 격투기 시합을 즐기는 것이 취미인 그는 외모는 물론 행동까지 기이하다.


일단 그의 얼굴은 눈가에 다크서클, 입술 주위엔 <스타워즈>의 아미달라 여왕처럼 세로로 선을 그어 멀리 있어도 눈에 확 띈다. 빨간색 카라가 달린 파란색 의상에 반짝이는 금색 조끼를 겹쳐 입어 다소 촌스러운 패션은 <사구>(1984)에 등장하는 우주황제를 닮았다. 매사에 섬세하고 변태같은 웃음을 짓는 그는 무뚝뚝한 시종과 진담같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키득거린다.


나오는 장면마다 깨알 웃음을 선사하는 그랜드마스터는 베테랑 연기자 제프 골드블럼이 연기해 더 맛깔난다. 그는 영화의 맨마지막 쿠키영상에도 등장하니 이번에도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인내심을 갖는 게 좋겠다.




4. 북유럽 신화와 SF의 결합


계시를 받은 주인공이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더 큰 악당을 만나 몰락한다. 이후 고난의 길을 걸으며 각성하고 훈련에 매진한 뒤 세를 규합해 반격에 나서 영웅으로 등극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인도, 남미 등 어느 신화에나 있는 영웅담의 플롯이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이런 영웅담에서 플롯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토르: 라그나로크> 역시 마찬가지다.


북유럽 신화가 다른 신화에 비해 독특한 점은 신들이 대부분 죽는다는 것이다. 종말이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신들은 숙명에 맞서려 한다. 영화는 북유럽 신화 속 최후의 종말 라그나로크에 마블 특유의 SF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와 입양동생 로키는 톰과 제리 같은 관계다. 신화 속 토르는 몸집이 거대하고 목소리는 쩌렁쩌렁하지만 어리숙한 신이고, 로키는 외모가 출중하고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지만 교활한 신이다.


신화 속 사건들은 대부분 로키가 말썽을 일으켜 발생하는데 세상의 종말 라그나로크 역시 마찬가지다. (신화에선 의형제인) 오딘이 로키의 자식들인 죽음의 신 헬라, 늑대 펜리르, 뱀 요르문간드 등을 핍박하자 분노한 로키가 아스가르드를 공격한 것이다. 영화는 헬라(케이트 블란체트)를 로키의 딸이 아닌 오딘의 딸로 설정해 막강한 악당 캐릭터로 승격시켰다. 헬라는 펜리르를 수족처럼 부리면서 세상을 지옥으로 만든다(헬라는 영어에서 지옥을 뜻하는 ’hell’의 어원이 되는 신이다).



5. 신들의 왕 토르의 성장담


영화는 시종일관 경쾌하고 유머러스하다. B급 감성 충만한 영화 속 유머는 대체로 강자를 조롱하고 약자를 위로하는 데서 나온다.


토르는 막강한 불의 거인 수르트를 비웃고, 독재자 그랜드마스터를 조롱한다. 반면 돌로 만들어진 이벤트용 파이터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를 향해서는 따뜻한 말을 건넨다.


챔피언의 불패 신화는 조작된 것이고, 아스가르드는 땅이 아닌 백성이며, 오딘도 한때 나쁜 군주였다는 등 영화는 완벽할 것 같은 신들의 세계에도 결코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토르가 고난의 과정 속에서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영화 초반 묠니르 망치만 믿고 기고만장하던 토르는 후반부엔 어느새 현명하고 듬직한 군주로 성장해 있다. 막강한 힘에 리더십까지 장착한 토르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된다.


토르: 라그나로크 ★★★★

마블 영화의 정점. 멋진 캐릭터들이 제대로 조화를 이루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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