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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관람가’는 모든 연령의 관객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뜻이죠. 처음엔 이런 제목의 프로그램이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몰라 당황했습니다. 한 눈에 프로그램의 컨셉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잘 지은 제목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네요.


어쨌든 JTBC의 ‘전체관람가’는 영화감독 10인이 단편영화 한 편씩을 만들고 그 만드는 과정을 예능처럼 편집한 프로그램입니다. 메이킹이 예능이 되고 끝나고 나면 단편영화 한 편이 쌓이는 프로젝트인 것이죠. 위축된 단편영화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와 미지의 세계였던 영화촬영 현장을 대중적으로 접근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예능의 블루오션을 찾았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또 JTBC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따로 오디션을 진행해 신인배우 발굴이라는 명분도 챙겼고요. 오디션에서 뽑힌 배우들은 10편의 단편영화에 캐스팅되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문소리, 김구라, 윤종신이 진행을 맡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이 론칭하는 데에는 문소리의 공이 컸다고 합니다. 그녀가 직접 감독 섭외에도 공을 들였다고요. JTBC는 영화사업 투자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한국영화인들이 전반적으로 JTBC와 협력을 도모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10명의 감독이 참여하는 전체관람가는 현재까지 3편의 단편영화가 공개됐습니다. 정윤철(대립군), 봉만대(아티스트 봉만대), 이원석(상의원) 감독 편입니다. 그중 이원석 감독의 <랄라랜드>가 가장 신선했고 반응도 가장 좋았습니다. 재기발랄한 단편영화의 취지와 딱 맞는 영화였습니다. 이원석 감독의 캐릭터도 밝고 재치있어서 현장을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더라고요. 저도 그 현장에 있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반면 정윤철 감독과 봉만대 감독 편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정윤철 감독의 단편은 게임과 현실을 조합했지만 <조작된 도시> 이상 나아가지 못했고, 봉만대 감독의 단편은 완성도가 많이 부족했지요.


그외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감독은 박광현(조작된 도시), 임필성(남극일기), 양익준(똥파리), 이경미(비밀은 없다), 이명세(M), 창감독(본명 윤홍승, 계춘할망) 등입니다. 마지막 1명은 아직 미공개 상태인데요. 9명이 대부분 최근 부진을 보여온 감독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1명은 빅샷이 아닐까 기대를 해봅니다.



편당 분량은 12분이고 제작비는 3천만원입니다. 감독판으로 15분까지 만들어내고 있을만큼 참여한 감독들은 꽤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3천만원이면 단편영화 제작비로 꽤 많아 보이지만 사실 메이저 배우들이 출연하고 정상급 스태프가 참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죠.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 <다섯번째 시선>의 편당 제작비가 7500만원이었는데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 벌써 12년 전입니다. 절반값에 영화를 찍으려면 스태프들은 열정페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전체관람가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단편영화도 ‘팔리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단편영화를 만들지만 대부분 제대로 상영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행복한 경우죠. 단편영화들 중에도 분명 의미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제대로 공개될 기회조차 없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최근 28살 이충현 감독의 <몸값>이라는 단편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다 보고 나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14분의 러닝타임 동안 원신원컷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중반부엔 강한 텐션으로 집중하게 만들더니 후반부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몸값’이라는 주제를 단박에 인식시킵니다. 제2의 박찬욱 혹은 제2의 김기덕의 탄생이라고 할 만한 영화였습니다. 또 이런 인재가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가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진 단편영화지만 사실 볼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굳이 찾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죠. JTBC의 ‘전체관람가’ 프로그램이 단편영화에 대한 문턱을 대폭 낮춰준다면 단편영화 콘텐츠가 더 활발히 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전체관람가’처럼 영화와 방송을 콜라보하는 시도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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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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