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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를 믿는다는 것이 꽤 근사해 보이던 때가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니, 또 전생에 내가 있었다니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하지만 인도에 갔을 때 나는 힌두교도들이 더 이상 다시 태어나지 않기 위해 평생 기도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들에게 윤회는 업이다. 끊어야 할 사슬이다. 죽은 뒤 화장해 갠지스강에 뿌려지면 더 이상 다시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의 시신은 오늘도 기차를 타고 갠지스강이 가까운 바라나시로 향한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전생에 티베트의 고승 ‘린포체’였다고 믿는 동자승 앙뚜와 그의 스승 우르갼의 이야기다. 앙뚜는 자신의 전생을 기억한다. 가본 적도 없는 티베트 캄을 그림으로 그리고 과거 제자들을 그리워한다. 라다크 사원은 앙뚜를 보호한다. 하지만 정작 티베트 캄은 그를 데리러 오지 않는다. 중국의 경계가 삼엄하기 때문에 그들은 찾아올 수 없다. 라다크 사원도 더 이상 린포체를 보호하지 못하고 그를 추방한다. 고작 11살인 앙뚜는 이제 방랑하는 신세가 된다.



다행히 앙뚜 곁에는 우르갼이 있다. 린포체를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말하는 이 무학의 노인은 소년에게 경어체를 쓰며 그를 극진히 키운다. 때론 눈싸움을 하고 썰매도 타면서 즐겁게 놀다가 불경 공부를 돕기도 한다. 앙뚜에겐 이 노인과 동네 친구 몇 명이 전부다. 노인이 며칠 동안 마을을 다녀오려 하면 앙뚜는 세상이 무너진 듯 가지말라고 애원한다. 두 사람은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 그 이상이다.


우르갼은 앙뚜가 린포체인 줄 모를 때부터 키워왔다. 할아버지는 소년이 이처럼 버림받은 채 방치되는 것을 견딜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소년과 함께 티베트로 가기로 결심한다. 인도 땅을 지나 갠지스강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만난 뒤 두 사람은 히치하이킹으로 트럭을 잡아타고 티베트 시킴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르갼은 린포체를 더 잘 교육시켜줄 승려에게 맡기고 헤어진다. 앙뚜를 알고 그를 키워온지 딱 10년만이다. 소년의 장래를 위해 자신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르갼이야말로 어쩌면 성자가 아닐까.



문창용, 전진 감독의 9년 간의 집요한 제작과정, 라다크와 티베트의 자연 풍광, 우르갼의 주름살과 앙뚜의 해맑은 표정이 이 다큐멘터리를 진심이 담긴 작품으로 만든다. 그 소년이 진짜 린포체의 환생인지 아닌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소년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마지막 장면 앙뚜와 우르갼의 눈물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올 가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맑은 영화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 ★★★★

진정성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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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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