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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유독 성공한 첩보영화 <킹스맨>. 이 영화의 매력은 세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 영국 젠틀맨, 저항정신, B급 유머.


첫째, 영국 젠틀맨. 영화의 컨셉트는 아서 왕 시절의 기사들이 현대에 수트를 입은 신사로 부활해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다. 이들의 코드명도 아서, 멀린, 랜슬롯, 갤러해드 등 원탁의 기사 이름에서 따왔다. 신사는 예의를 중시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그래서 이 영화의 상징적인 슬로건이기도 하다. 마성의 중년남 콜린 퍼스의 존재감은 킹스맨 그 자체였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


둘째, 저항정신. 에그시(태런 에저튼)는 별볼 일 없는 청년이었다. 툭하면 패싸움을 벌여 학교와 해병대에서 중퇴했다. 베테랑 요원 해리(콜린 퍼스)가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않았다면 그는 루저로 인생을 허비했을 것이다. 에그시는 킹스맨 오디션에서 끝내 살아남아 요원이 됐고, 스웨덴 공주의 사랑도 얻었다. 말끔한 수트는 신분상승의 기호였다. 반면 억만장자 기업가와 그에 동조한 기득권층, 백인우월주의자 등은 몰살당했다.



셋째, B급 유머. 해리의 장도리 액션, 가젤(소피아 부텔라)의 브레이크 댄스 액션, 교회에서 좀비 소탕 등 영화에는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상상력의 수위 높은 액션 장면과 여기에 어울린 '병맛'스런 유머 코드가 신선함을 더했다.


당초 킹스맨의 출발은 영국의 전통적인 스파이 액션에 훈육과정을 접목해 초기 007의 향수를 되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 세 가지 요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킹스맨은 나름대로 오리지널리티를 갖게 됐고,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개봉한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은 전반적으로 아쉬운 영화다. 전편의 세 가지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선, 영국 젠틀맨의 매력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영화는 초반부터 킹스맨 본부를 박살낸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두 사람,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은 미국으로 건너가 스테이츠맨이라는 카우보이 조직에 도움을 청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영국의 킹스맨이 아니라 미국의 스테이츠맨이 중심이 된 서부극 비슷한 영웅담이 된다.


샴페인, 위스키, 데킬라, 진저 에일 등 술 이름을 코드명으로 삼은 스테이츠맨은 갑작스럽게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오는데 카우보이 컨셉트가 그리 새롭지 않아 킹스맨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영화 중반쯤 해리(콜린 퍼스)가 부활해 킹스맨의 기사도를 다시 꺼내들려 하지만 전편만큼의 카리스마는 느끼기 힘들다.



저항정신과 B급 유머의 신선함 역시 전편만 못하다. 빈민가 출신 에그시는 스웨덴 왕실의 일원이 되고, 철면피 인종주의자인 미국 대통령은 응징당하지만 그 과정이 급작스럽게 전개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만큼은 아니다. 깜짝 출연한 전설적인 뮤지션 엘튼 존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엉뚱한 발차기 액션을 날린다는 것 정도가 새롭다.


B급 호러영화 대표작 중 하나인 <이블 데드>의 움직이는 손, <파고>의 사람의 몸을 갈아버리는 믹서기, <워킹 데드>의 인육 버거, <댄스 오브 더 데드>의 춤추는 좀비를 연상시키는 집단 발작, 여혐 논란에 휩싸인 칩 삽입 장면 등 B급 코드는 전편보다 더 수위가 높아져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든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이렇게 전편의 매력을 갉아먹은 영화는 그 빈 자리를 화려한 볼거리와 액션 장면으로 채운다. 영화 초반 화끈한 자동차 추격전, 영화 중반 이탈리아 설원에서 펼쳐지는 곤돌라 액션 장면은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강렬하다. (만약 이 영화를 4D나 스크린X로 본다면 이 두 장면에 최대한 집중해 본전을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눈요깃거리에 치중하느라 영화적 짜임새가 실종된 점은 아쉽다. 일관된 서사보다는 곁가지로 흐르는 이야기가 너무 많고, 등장시켜놓고 제대로 역할을 주지 못하는 캐릭터도 많다. 악당 포피(줄리안 무어)의 마성적 카리스마는 놀랍지만 전편의 악당 발렌타인(사뮤엘 잭슨)에 비해 용두사미의 최후를 맞을 뿐이다.


아마도 매슈 본 감독은 전편의 성공에 막중한 부담감을 느껴 뭔가 더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던 듯하다. 전형적인 소포모어 징크스다. 영화는 엔딩에서 시리즈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데 다음 속편에선 킹스맨의 진짜 매력이 돌아오길 기대한다.


킹스맨: 골든 서클 ★★☆

킹스맨 보러갔는데 웬 스테이츠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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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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