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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쯤 일어나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8시에 아침을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먹는 호텔 조식이지만 맛이 없다. 러시아에서 언제쯤 맛있는 식사를 하게 될까.


호텔을 나와 선착장으로 갔다. 여름궁전이라 불리는 페테르고프로 가기 위해 배를 탔다. 왕복 1500루블(3만원)이면 꽤 비싸다. 10시에 출발해 40분 정도 운항해 페테르고프에 도착했다. 오후 2시에 돌아오는 티켓을 사두었으므로 여기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3시간가량이다. 돌이켜보면 이 스케줄은 현명했다. 3시간이면 충분히 다 볼 수 있다.



페테르고프는 아래 정원, 궁전, 윗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아래 정원 700루블, 궁전 700루블이다. 정말 너무한다. 정원 올라갈 때마다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정원 입장료를 안내면 궁전으로는 아예 진입할 수도 없다. 관광객이 호구다.


11시에 분수쇼가 시작된다. 사람들이 쇼타임에 맞춰 기다리고 있다. 나도 기다렸다. 11시가 되자 팡파레가 울리더니 궁전 앞 분수대에서 물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아침 햇살에 반사돼 분수는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분수 하나 작동했을 뿐인데 궁전에 활기가 돈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려고 줄을 섰다. 단체관광객은 들어갈 수 있지만 개인 관광객을 위한 표는 12시부터 판매한다. 어쩔 수 없이 30분을 더 기다려 표를 샀다. 궁전을 보지 말까도 생각했으나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보기엔 너무 서운하다.


결과적으로는 궁전이 하이라이트였다.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눈으로만 담았는데,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이 아닐까 싶었다. 못 봤다면 너무 아쉬웠을 뻔했다. 전제군주의 공간이란 이처럼 엄청나다. 거울방, 전쟁그림만 걸어놓은 방, 중국에서 가져온 물건만 놓아둔 방, 연회장, 침실 등 방을 건너갈 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디테일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놀라운 궁전이다. 방문마다 황금으로 만든 조각이 장식돼 있고, 일일이 깎아 만든 나무 조각이 아무렇지도 않게 잘 보이지도 않는 공간에 놓여 있다. 도대체 이건 다 누가 만들었으며, 게다가 아래 정원의 엄청난 규모로 보건데 여기엔 정원사와 관리자만 몇 명이었을까. 오늘날로는 상상도 못할 전제군주 시대의 유물이다.


1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궁전 내부를 둘러보고 나서 아래 정원을 산책했다. 하늘에는 양털 모양 구름이 오갈 정도로 화창한 날씨였다.


밀크커피 2잔에 도넛 3개 합쳐서 2천원.


2시 배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 에르미타주 미술관 근처 선착장에 내렸다. 유명하다는 전통 빵집에서 점심을 먹고, 저렴한 가격의 도넛집에도 들렀다. 도넛 하나에 17루블(340원), 밀크커피 한 잔에 30루블(600원)이다. 가볍게 배 채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많다. 한 끼 해결하기 위해 들른 가난한 사람들도 많고.


네프스키 대로를 걸어 돔 끄니기 서점으로 갔다.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다가 검정 재킷을 입은 남자 셋이 나를 밀착하고는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동시에 어깨에 매고 있던 카메라도 가져가려 했다. 나는 소리를 지르고 빠져나와 서점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도둑맞은 것은 없었지만 한동안 기분이 정말 나빴다.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3인조 소매치기라니. 나중에 알고보니 횡단보도가 있는 돔 끄니기 서점 앞이 소매치기 단골 출현 구역이라고 한다. 서점에서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와보니 횡단보도 앞은 썰렁했다. 그 녀석들은 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시내를 둘러보고 옐리시예프 상점에서 보드카 미니어처를 구입한 뒤 호텔로 돌아왔다. 소매치기 당할 뻔한 게 분해 잠시 누워 있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러시아 가정식 식당 테플로(Teplo)를 찾았다. 내부 분위기가 아늑한 곳이었고 종업원도 친절하고 영어도 통했다. 낮에 기분 나빴던 감정이 풀릴 만한 곳이었다. 가격도 2명에 2500루블(5만원)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분위기가 좋은데도 음식 맛은 그저 그랬다. 러시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란 이렇게 힘든 것인가.


(6회로 계속)



페테르고프 여름궁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서쪽으로 29km를 가면 페테르고프라는 도시가 나오는데요. 이곳은 러시아 제국 시대에 지은 페테르고프 궁전이 있는 곳입니다. 황제가 여름에 지낸 궁전이라서 ‘여름궁전’이라 불립니다.


이곳에선 핀란드만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러시아 분수들의 수도'라 불릴 정도로 분수가 가득한 정원이 유명합니다. 분수가 가동을 중단하는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풍경이 초라해진다고 하네요.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돌아가는 길이라고 멉니다. 바다에 접한 궁전답게 상트페테르부르크 해군성 앞 부두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배를 타고 가면 좋습니다. 배를 타면 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런데 이 배는 5월부터 9월까지만 운행합니다. 가격은 왕복 1500루블(3만원).




상트 페테르부르크 거리 풍경


카잔 성당.

돔 끄니기 서점.

타르코프스키 서적.

저 멀리 피의 구세주 성당.

네프스키 대로.


초콜릿과 보드카의 천국 옐리시예프 상점


네프스키 대로에 위치한 아르누보 양식 건물 1층의 식료품 및 기념품 상점입니다. 1903년 첫 개장 이후 109년만인 2012년 리모델링해 재개장했습니다. 베이커리, 치즈, 초콜릿, 보드카 등등 다양한 식료품과 선물용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2층에는 피아노 치며 직접 연주하는 뮤지션도 있더군요.




분위기 좋은 러시아 가정식 테플로(Teplo)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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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영화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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