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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가 6월 29일 개봉했다. 아니, 공개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애초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므로 극장에서’도’ 상영하는 것이다. 5월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래 이만큼 뜨거운 논란이 된 영화가 또 있었나 싶다. 전세계적으로 넷플릭스와 극장 간 마찰 중심에 선 영화지만 우리에겐 봉준호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로 더 주목받는 <옥자>. 이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점을 여섯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1. 전국 70여개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옥자>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체인에서는 볼 수 없다. 상영을 거부했기 때문. 그 대신 서울 대한극장, 서울시네마, 아트나인, 대구 만경관 등 전국 79개의 비대기업 극장에서 볼 수 있다. 대기업들이 상영을 거부한 덕분에 전국 소규모 극장들은 예상치 못한 대목을 맞고 있다는 후문이다. 참고로 현재 <옥자> 상영관 중 최고의 시설을 갖춘 곳은 파주 명필름아트센터, 부산 영화의전당, 건국대학교 KU시네마테크 등이다. 모두 4K 돌비 애트모스로 상영한다.
물론, 극장을 찾기 힘들면 당연하게도 넷플릭스를 통해 인터넷으로 보면 된다. 넷플릭스에서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넷플릭스(netflix.com)에 회원 가입하고 '옥자'를 찾아 플레이를 클릭한다. 화질과 동시 접속자 수에 따라 월 이용료는 9500원~14500원 사이에서 3가지 옵션이 있다. 첫 달은 무료이니 <옥자>만 보고 바로 해지하면 사실상 공짜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불법 파일이 유출됐다지만 굳이 그렇게 볼 필요도 없다. 넷플릭스는 불법 다운로드를 귀찮게 만드는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두어왔다.)
바로 해지해도 1개월 후 해지되므로 1개월 동안은 실컷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미드’ 왕국이다. (영화는 별로 없다) <하우스 오브 카드>, <워킹 데드>, <브레이킹 배드>, <더 크라운> 등을 이 참에 신나게 몰아보는 것도 좋겠다.
봉준호 감독
2. <옥자>는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5000만달러(570억원)를 전액 투자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엔딩크레딧에 한국 스태프와 미국 스태프 이름이 절반씩 올라간다. 제작비는 전액 미국에서 댔지만, 한국영화 제작 노하우가 담긴 한국-미국 합작영화다.
570억원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은 금액이다. 참고로 <설국열차>의 제작비는 4000만달러(450억원), <디워>의 제작비는 3200만달러(370억원)였다.
3. 유전자 조작 슈퍼돼지 옥자는 4가지 동물을 합성해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어느날 서울 시내를 운전하던 중 이수교차로에서 문득 거대한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몸집은 거대한데 아주 억울하게 생긴 순한 동물을 구상하고는 이야기를 발전시켜갔다.
옥자는 돼지+매너티+하마+코끼리를 섞어 디자인한 가상의 동물이다. 매너티는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순박한 생김새의 바다소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를 디자인했던 에릭 얀 드 보어가 옥자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미자와 교감하는 옥자의 눈을 표현하는데 특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옥자는 말은 못하지만 신음소리 등을 내는데 이 소리는 <변호인>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이정은 배우가 목소리 연기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옥자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미란도사가 만든 유전자 조작 슈퍼돼지 중 하나다. 미란도사는 전세계 26개국 농부들에게 어린 돼지 한 마리씩을 보내 키우게 해 10년 후 가장 잘 자란 돼지에게 상을 주는 콘테스트를 연다. 강원도 산골마을의 농부 변희봉이 한국 대표 농부로 선정돼 옥자를 키워왔다는 설정이다. 옥자는 감을 좋아하고 젖꼭지가 하나이며 지능이 발달해 꽤 영리한 편이다.
4. <옥자>는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마지막은 꽤 섬뜩하다
러닝타임 2시간의 <옥자>는 한국에서 촬영한 전반부와 뉴욕과 뉴저지가 배경인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활발하고 후반부는 묵직하다.
자매같은 미자와 옥자, 즉 소녀와 돼지가 강원도 산골에서 신나게 노는 장면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를 연상시킨다. 몸집 큰 옥자 위에서 미자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전반부에 동화처럼 따뜻한 장면이 많다고 해서 후반부에도 마음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봉준호가 어떤 감독인가.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은 계속해서 긴장하며 봐야 했던 영화들이었다. 후반부 공장식 도축시설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섬뜩해서 영화가 끝나고도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우리가 즐겨 먹는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다리우스 콘쥐 촬영감독
5. 옥자에는 톱배우뿐만 아니라 <세븐>의 촬영감독도 가세했다
<옥자>에는 <닥스 스트레인지>의 틸다 스윈튼, <사우스포>의 제이크 질렌할, <유스>의 폴 다노, <모 베터 블루스>의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백설공주>의 릴리 콜린스, <워킹 데드>의 스티븐 연 등 특급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배우에 비해 한국에선 소개가 덜 됐지만 다리우스 콘쥐 촬영감독 역시 초특급 거장이다. 영화 <세븐>, <에이리언 4>,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패닉 룸>, <스틸링 뷰티>, <미드나잇 인 파리>, <이민자>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초기 작품들에서 보여준 다양한 실험은 그를 대가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다리우스 콘쥐는 봉준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첫 외국인 촬영감독이기도 하다. 그동안 필름 촬영을 선호해오던 봉 감독과 콘쥐 감독은 <옥자> 역시 필름으로 찍고 싶어했으나 넷플릭스의 반대, 그리고 모든 현상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디지털로 방향을 틀었다. 디지털이지만 70mm 필름 같은 효과를 내는 알렉사65 카메라에 파나비전 렌즈를 혼합했다. 알렉사65는 <레버넌트>에서도 광활한 자연을 담는 데 이용된 카메라로 이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는 아직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덕분에 <옥자>는 선명하고 맑고 깨끗한 화면을 자랑한다.
안서현
6. 안서현은 벌써 10년차 배우다
<옥자>의 주인공 안서현은 틸다 스윈튼과 변희봉 같은 대배우들 옆에서 주눅들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녀는 <괴물>의 고아성처럼 이 영화가 데뷔작인 신인배우는 아니다. 2004년생으로 올해 만 13세인 안서현은 무려 10년차 중견(?) 배우다. 드라마 <연애결혼>(2008), <마을-아치아라의 비밀>(2015), 영화 <몬스터>(2014), <신의 한 수>(2014) 등에 출연해왔다.
<옥자>에 대한 관심은 제작 전부터 뜨거웠기 때문에 대한민국 모든 아역배우가 참여하는 오디션이 열렸을 법도 하지만 안서현은 오디션으로 뽑혀 캐스팅되지는 않았다. 봉 감독이 안서현을 주목하기 전 만난 아역배우는 대략 200명 정도로 생각보다 아주 많지는 않다.
봉 감독은 영화 <몬스터>를 보며 안서현을 발견했다. <살인의 추억> 당시 연출부였던 이용주 감독(<건축학개론>)의 추천을 받아 보게 된 그 영화에서 봉 감독은 “상상을 초월하는 아역”을 보게 됐고 <몬스터>의 황인호 감독의 의견을 물어 그를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봉 감독은 안서현과 마카롱집에서 함께 수다를 떨며 친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는데 아직 어린 소녀지만 들뜨는 법 없이 차분한 성격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코뿔소처럼 저돌적이어야 하는 미자 캐릭터에 딱이었다고. 캐스팅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안서현 역시 미자가 되고 싶어 감독에게 직접 편지를 쓸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결국 꿈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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