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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더 플랜>은 제18대 대통령선거의 부정개표 의혹을 통계학을 동원해서 알기 쉽게 설명하는 다큐입니다.


전자개표기에서 미분류 투표용지가 100만장 이상 발견되었는데 이 미분류 투표용지를 후보별로 분류해보니 해당 지역의 개표 결과와 대략 1.5배 정도의 차이가 나더라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서, A 지역구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유효 투표 수가 각각 100표씩이고, 미분류로 분류됐다가 수동으로 유효표로 재집계된 표가 10장이라면, 이 미분류표 10장은 박근혜에게 6표, 문재인에게 4표가 갔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전국의 투표소 중 250여곳에서 미분류 투표가 '박근혜:문재인=1.5:1'의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누군가 전자개표 시스템을 해킹하지 않고는 만들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주장입니다. 단순히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통계학을 동원한 합리적인 의심처럼 보입니다.



제작진은 선관위가 사용하는 투표용지 분류기를 어렵게 구해서 직접 시연까지 해봅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기계는 해킹 프로그램을 깔자마자 투표용지를 제멋대로 보내버립니다. 개표 현장에서는 워낙 순식간에 투표용지가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3천만장에 가까운 투표용지를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는 허점을 노린 조작이라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주장입니다.


만약 정말로 지난 대선이 해킹된 개표 시스템에 의해 실제 투표 결과와 다른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면 이것은 희대의 부정선거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토록 의지하는 컴퓨터에 의한 배신이자 최악의 악용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선거의 결과는 어차피 정해져 있었고, 우리는 매트릭스 속에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만약 시스템 조작의 설계자가 존재한다면, 이 매트릭스를 만든 사람은 아마도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의 연장을 바랐던 사람이겠죠. 영화를 보면서 문득 최순실과 박근혜가 'greatpark1819'라는 아이디를 공유했다는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18대와 19대를 넘어 영원히 우리가 대통령을 할 것이라는 뜻으로 지은 아이디라죠. 그땐 웃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그때 그 말이 허언은 아닐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박근혜에게 투표한 사람들과 문재인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전혀 다른 연령대와 계층이어서 유효 기표 구간에 정확히 도장을 찍지 못한 사람들 중 박근혜 지지자가 더 많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반론의 주요 내용입니다. 투표용지 분류기가 박근혜 기표용지를 미분류로 더 많이 보낸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3천만 표가 폐기되기 전, 재검표를 해보면 진실이 밝혀질 것 같습니다만 선관위가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죠. 어쨌든 영화의 주장처럼 개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는 데에는 성공한 듯합니다.


<더 플랜>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완성도로만 봐도 무척 뛰어납니다. 깔끔하고 세련된 CG의 사용, <도그빌>을 연상시키는 도입부 개표장 세트구성과 배우들의 마임 연기 등으로 집중력 있고, 무엇보다 메시지가 뚜렷합니다. 최진성 감독은 그동안 <잼 다큐 강정> <소녀> <동백꽃> 등 꽤 많은 독립영화를 만들어왔는데 <더 플랜> 역시 그의 대표작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더 플랜 ★★★☆

설마 설마... 어쨌든 투표만큼 개표도 중요하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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