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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가 등장하는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고 있다. 요절한 천재 작가 토마스 울프를 그린 <지니어스>가 13일 개봉했고,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등장하는 <네루다>가 5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편 모두 관찰자의 입장에서 문호를 바라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학과 영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닮았지만 글을 쓰는 작가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약해 그동안 영화에서 자주 다뤄진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작년 봄 한국영화 <동주>가 뜻밖의 흥행 성공을 거둔 이후 문학 소재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두 편의 영화를 좀 더 살펴보자.
<지니어스> 편집자의 시점으로 본 토마스 울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 뒤에는 거친 원고를 걸작으로 완성해낸 전설의 편집자 맥스 퍼킨스가 있었다. 영화 <지니어스>는 퍼킨스가 새로운 천재를 발견하고 그와 함께 새 소설을 편집하는 과정을 담는다. 그가 발굴한 천재의 이름은 토마스 울프, 4년 간에 걸쳐 완성한 소설의 제목은 [천사여, 고향을 보라]이다.
미국의 출판계는 편집자의 능력과 영향력이 막강해 때론 작품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퍼킨스뿐만 아니라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거의 새로 쓴 고든 리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발굴한 테이 호호프 등이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편집자들이다.
퍼킨스가 알아보기 전까지 울프는 희곡 몇 편을 쓴 무명 작가에 불과했다. 그는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와 26세에 자전적인 삶을 바탕으로 장편소설을 써 여러 출판사에 투고하지만 글이 너무 장황하고 젠 체한다는 이유로 줄줄이 퇴짜를 맞는다. 하지만 우연히 원고를 보게 된 퍼킨스는 그에게서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발견하고 다이아몬드로 깎아낸다.
주드 로가 연기한 울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재의 모습 그대로다. 그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써내려가고,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한 글자도 멋대로 고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또 창작에 몰두한 나머지 사회 생활에 서툴고 아내 엘린(니콜 키드먼)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콜린 퍼스가 연기한 퍼킨스 역시 만만치 않다. "100년 후에도 기억될 글을 쓰고 싶다"는 울프와 함께 두 사람은 밤낮으로 꼭 필요한 '한 문장'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퍼킨스의 아내는 지나치게 가까운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기까지 하는데 그가 아내와 벌이는 일화는 퍼킨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단박에 설명해준다. 가정에 소홀하다며 불평하는 아내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톰 같은 작가는 일생에 한 번밖에 못 만나." 참다 못한 아내는 화를 내며 되받는다. "당신 딸들도 이번 생이 지나면 없어."
영화는 두 사람이 소설을 쓰고 편집하는 과정을 지리하게 따라간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부족해 전반적으로 밋밋하지만 1920년대 두 천재의 발자취와 울프의 명문장을 소리로 듣는 재미가 있어 문학팬이라면 반가워할 영화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A. 스콧 버그가 1978년 펴낸 전기소설 [맥스 퍼킨스: 천재의 편집자]가 원작이다.
<네루다> 수사반장이 바라본 파블로 네루다
5월 개봉을 앞둔 영화 <네루다>는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던 44세 때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네루다는 주인공인 경찰 수사반장 오스카가 바라보는 대상이다. 권력에 충성하는 한 평범한 경찰의 시점으로 영화는 역사에 남은 작가와 그의 '그림자'에 불과한 삶을 대비한다.
영화는 오스카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의 임무는 네루다를 잡는 것이다. 공산당과의 연립 내각을 파기한 비델라 대통령에 반발해 탄핵을 주도한 네루다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연설 내용이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이유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영화는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와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은 거의 없을 뿐더러 영화의 목적이 추격전에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는 위대한 시인을 쫓아야 하는 한 평범한 경찰관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주력한다.
네루다는 쫓기는 와중에도 오스카를 위해 책을 남기고 오스카는 그를 부정하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민중이 사랑하는 시인 네루다는 도피 기간 중 역작 '모두의 노래'를 쓰면서 자유의 상징으로 떠오른다. 노동자와 환락가의 여장 남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네루다를 돕고 오스카는 매번 좌절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시를 쓰면서도 상류층 출신으로 파티를 즐기는 네루다의 위선적인 면모도 오스카의 시점으로 여과없이 드러난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지난 3월 재개봉한 <일 포스티노> 역시 한 우편배달부를 통해 바라본 네루다의 이야기였다. <일 포스티노>의 배경은 네루다가 칠레를 탈출해 유럽을 떠돌다가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망명 온 1950년대 초이고, <네루다>는 그가 칠레를 벗어나기 전 1948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전사(프리퀄)로 볼 수도 있다.
칠레 배우 루이 그네코가 네루다를 연기하고, 오스카 역은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체 게바라로 분했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맡았다. 감독은 존 F 케네디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미망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 <재키>의 파블로 라라인으로 그는 이 영화를 <재키>와 함께 올해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동시에 올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니어스 ★★☆
천재 편집자가 발견한 천재 작가. 밋밋해서 더 아쉬운.
네루다 ★★★
거장을 쫓아야 하는 숙명의 경찰. 집중력은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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