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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는 대략 100권 정도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중 완독한 책은 80권 정도인 것 같습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읽은 권수가 조금 줄었는데요. 분발해야겠습니다.
올 하반기에 읽은 책 중 좋아했던 책 20권을 추천합니다.
이 목록은 제가 읽은 책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출간이 꽤 지난 책도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소셜 애니멀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듣고 있는 사람보다 46퍼센트 더 많이 웃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이나 발언에 정확하게 맞춰서 웃지 않는다. 웃음을 유발하는 문장 중에 15퍼센트만이 확실하게 우습다.”
이런 분석이 재미있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책 중에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 마치 소설처럼 스토리텔링하듯 쓰여 있어 제법 두껍지만 술술 읽힙니다.
역사의 형상들
자크 랑시에르의 여러 글을 묶은 책입니다.
두께는 얇지만 프랑스 철학서는 읽기 쉽지 않죠.
제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장뤽 고다르, 클로드 란츠만 등 영화에 관한 내용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카메라로 역사를 만들 때 이미지들은 어디로 가는지, 역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잡기 힘든 텍스트지만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합니다.
박스오피스 경제학
문화를 좋아하는 경제학자 김윤지 씨가 쓴 책입니다.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칭하는 작가는 문화산업의 경제적 측면을 읽기 편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쁠수록 사람들은 성숙한 인상을 가진 가수들을 선호하는 반면, 경제 상황이 좋을 때에는 아기와 같은 동안을 지닌 가수들을 선호한다.”
“어떤 영화를 개봉한다면, 앞서 개봉한 영화의 흥행보다는 나중에 개봉할 영화의 흥행에 더 영향을 받는다.”
이런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지만 가볍게 볼 만합니다.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예술과 경제를 접목해 다섯 가지 인사이트를 찾아낸 이 놀라운 저작은 김형태라는 금융 전문가가 쓴 책인데요. 올해 만난 어떤 책들보다도 독창적이었습니다.
투시력, 재정의력, 원형력, 생명력, 중력과 반중력.
이렇게 다섯 가지 힘을 무기로 예술과 경제를 한 축으로 엮어내는데 지식의 폭과 설득력이 대단합니다.
커튼
밀란 쿤데라의 이 책은 소설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쿤데라의 소설론, 그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 예술과 정치, 예술의 유효기간 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소설의 역사가 끝이 난다면 끝난 이후에도 남아 있을 위대한 소설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어떤 소설들 ([팡타그뤼엘] [트리스트램 샌디] [운명론자 자크] [율리시스]와 같은 소설들)은 줄거리를 말하는 게 불가능하고 또 그런 이유로 각색도 안 된다. 이 소설들은 있는 그대로 살아남거나 아니면 사라져 버릴 것이다. 다른 소설들([안나 카레니나] [백치] [소송]과 같은 소설들)은 품고 있는 스토리 덕택에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듯이 보이므로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연극, 만화로 각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멸은 한낱 공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한 소설을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 소설의 구성을 해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단순한 스토리만 남게 된다. 형식은 포기하고 말이다. 아니, 예술 작품에서 형식을 제하고 나면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사람들은 각색을 통해서 위대한 소설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화려한 무덤을 만들 뿐이다. 그 무덤의 대리석 묘비의 짧은 글귀만이 존재하지 않는 이의 이름을 생각나게 할 것이다.” (222~223쪽)
가치관의 탄생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의 저자 이언 모리스의 신작으로 그는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등 가치관의 유래를 추적합니다.
저자는 선사시대, 수렵채집시대, 농경시대, 화석연료시대를 개괄하면서 에너지 획득 방식이 시대를 구분짓는 가치관까지 결정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시대가 서유럽에서 시작된 것은 필연은 아니었지만 끝없는 경쟁이라는 가치관이 서유럽을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책의 뒤편에는 이언 모리스가 이 책의 주장을 놓고 다른 전문가들과 토론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그가 얼마나 자신감 가득한 학자인지를 보여줍니다.
상반기에 가장 좋았던 [사피엔스]가 잠깐 생각나기도 했던 책이었습니다. 이런 주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가볍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시대를 훔친 미술
문학과 미술을 조화시킨 글을 써온 이진숙 작가의 연재를 모은 책입니다.
제목처럼 세계사의 사건과 미술 작품을 연결시킨 스토리텔링이 탁월합니다.
시대별로 사건과 그림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타임머신처럼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지루하지 않게 서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1937년 나치는 '독일 미술전'과 '퇴폐 예술전' 두 전시를 열었다. 전자에는 독일 국민의 교양을 함양하는 바람직한 미술 작품을, 후자에는 독일 국민 정신을 오도하는 퇴폐적인 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퇴폐 예술전에 출품된 1만 7000여 점 작품에는 케테 콜비츠, 바실리 칸딘스키, 파울 클레, 마르크 샤갈, 에드바르 뭉크, 파블로 피카소, 카지미르 말레비치 등 미술사의 혁신을 이룬 20세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오히려 이 전시에 포함되지 못한 작가들이 아쉬워할 만큼 놀라운 라인업이었다.” (529쪽)
디테일한 기술이 돋보여 인문학 교양서로 강추합니다.
편견 - 인류의 재앙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의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편견이 있습니다.
권위의식은 편견을 만들고 편견은 적개심으로 나타나고 적개심은 전쟁으로 이어져 인류를 재앙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저자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권위의식이 어떻게 인간을 편가르기 하는지에 대한 그의 분석은 귀 기울일 만합니다.
또라이들의 시대
짝퉁 이베이를 만들어 100일 만에 진짜 이베이에 500억원에 팔아넘긴 독일인, 아무도 모르던 낙타유를 우유처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미국인 등 세상에 없던 생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공동저자인 알렉사 클레이와 키라 마야 필립스는 해적, 해커, 갱스터, 전략가, 사회 운동가 등 기존에 무시당했던 사람들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어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요즘 이런 책이 너무 많아서 한편으로 식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구체적 사례 위주여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합니다.
그림자 노동의 역습
그림자 노동이란 그동안 우리가 하지 않았던 노동을 말합니다. 산업화,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사회가 우리에게 하도록 등떠밀고 있는 노동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식당의 셀프 서비스, 이케아의 조립가구,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소셜미디어 등이 그림자 노동에 해당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음미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월급 때문에 일을 하든 그림자 노동을 하든 놀든 잠을 자든 그것을 하는 데 드는 실제 시간은 양도할 수 없다. 시간은 정말로 돈일까? 돈의 가치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의심할 바 없이 유한하다. 일을 하면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많은 보상을 받는다. 반대로 시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며, 그 가치는 무한하다. 시간은 인생이다. 일, 돈, 시간, 이 세 가지가 있으니 그 중 제일은 시간이다.” (324~325쪽)
대리사회
‘지방시’로 존재감을 알린 김민섭 씨의 새 책입니다.
지방대학의 시간강사였던 저자는 생계를 위해 대학을 그만두고 대리기사로 뛰어듭니다. 카카오 드라이버가 된 그는 자신이 겪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조용하게 까발립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책입니다. 삶의 최전선에서 생존을 위한 노력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대리사회가 되어가고 있음을 고발합니다. 술취한 운전자를 값싼 노동력이 대신하고, 고용주는 아웃소싱 업체가 대리합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대리만 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사피엔스의 미래
캐나다 토론토서 연 2회 열리는 2인 1조 토론 배틀 '멍크 디베이트'를 담은 책입니다. 2015년 11월에 열린 토론의 참가자는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
네 명의 쟁쟁한 토론자들이 살벌하게 공격하고 방어하는 주제는 '인류의 미래'입니다. 각각 인류의 미래가 밝다/어둡다는 관점에 서서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얼마나 찌질하게 물고 늘어지는 인파이터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반전 매력입니다. 한국의 토론문화는 너무 점잖아 보일 정도로 캐나다의 공개 토론은 인신공격까지 해대는군요.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스티븐 핑커의 낙관론에 한 표를 주고 싶어졌습니다. 인류의 미래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요.
그리스 신화, 내 마음의 12별
철학과 책에 관해 대중적인 글을 써오고 있는 이주향 씨가 그리스 신화를 알기 쉽게 해설한 책입니다.
헤스티아, 제우스, 헤라, 데메테르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12신을 주제로 그들의 스토리와 개인적인 느낌을 적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헤라에 대해서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조강지처의 상징으로 자식보다 남편을 더 사랑했던 여자”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저에게 그리스 신화는 항상 이름이 헷갈리고 매번 다시 찾아보게 되는 낯선 세계입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머리에 쏙 박히게까지는 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한 번 정리하는 차원에서 가볍게 읽어볼 만합니다.
다시, 책은 도끼다 / 세계문학 브런치
책 '덕후'인 박웅현과 정시몬이 쓴 '책에 관한 책'입니다.
우선 [다시, 책은 도끼다]는 베스트셀러가 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의 속편입니다. 솔직히 1권보다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몰랐던 책에 대해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구입하게 된 책도 몇 권 있고요. 특히 [콜레라 시대의 사랑] [한밤의 아이들]에 대한 부분이 좋았습니다.
[세계문학 브런치]는 정시몬이 지금까지 자신이 읽은 세계의 고전문학에 대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오디세이아] [파우스트] [돈키호테] [율리시스] 이런 책들은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데 저자는 실제로 읽어보면 이런 내용이고 이런 느낌이라면서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원작 중 저자가 좋아했던 문장들도 수록되어 있어서 브런치를 모듬으로 즐기는 기분이 드는 책입니다.
여행자의 미술관
방콕의 카오산 로드를 한국에 알린 [On the Road]의 저자 박준 씨가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돌아보며 느낀 감상을 묶어 낸 책입니다.
처음에는 그림도 아니고 여행도 아니고 대체 무슨 책이지 했는데 읽을수록 빠져듭니다. 그는 자신이 미술 전문가가 아니기에 느낌 위주로 적어나갔다고 하는데요. 세상에 이런 미술관도 있구나 하며 감탄하며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냉장고의 탄생
차가움이라는 것은 현대인에게 너무 익숙하지만 옛날 사람들에게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음식은 당연히 제때 먹어야 했고 얼음은 꿈도 못꿨죠.
이 책은 냉장에 대한 개념이 언제 생겼고 어떻게 냉장고라는 기술로까지 발달하게 되었는지 어렵지 않게 설명합니다. 저자는 톰 잭슨이라는 영국사람인데 한국의 동빙고, 서빙고까지 조사했을 정도로 넓은 지식의 폭을 보여줍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엄청난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로켓에는 어떤 냉장기술이 쓰이는지 등 냉장고의 미래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유럽 데이터 센터는 북극에서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스웨덴 지역에 있다. 데이터 센터에 필요한 거대한 에너지는 근처 강의 댐에서 온다. 그곳의 평균 온도는 0° 근처에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단순히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끌어들이기만 하면 내부의 장비를 식히는 데 충분하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창문을 열어 놓는다.” (307쪽)
월터 머치와의 대화
<지옥의 묵시록>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의 영화를 편집한 월터 머치의 인터뷰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원작소설 작가 마이클 온다치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영화의 기술적인 면부터 영화사조, 음악 등 예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펼쳐집니다. 할리우드의 지적인 신사로 알려진 월터 머치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강추합니다.
젊은 인도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유익합니다. 여행 말고 사업 같은 목적으로 말이지요.
저자인 권기철 씨는 인도에서 자동차 마케팅으로 시작해 다양한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는 분이라고 합니다. 인도라는 나라의 트렌드, 스타트업 환경, 영화와 음악 등 콘텐츠 산업 생태계 등을 개괄하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역사 스토리텔러 도현신 씨의 저작입니다.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여러 종교들에 대해 다룹니다.
수메르와 바빌론 신앙, 오르페우스 신앙,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미트라교, 드루이드교, 네스토리우스교, 스코프츠이교, 마흐디교, 만주족의 샤먼교 등등 몰랐던 세계사를 알 수 있어서 사료로 귀중한 책입니다.
저는 특히 만주족의 샤먼교가 기억에 남는데요. 이곳의 신들은 모두 여신이라고 합니다. 아포가혁혁 또는 아부카허허라는 최초의 신부터 여성적 인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신들이 여자들만 살기에는 뭔가 불완전하다고 여겨 여자를 바탕으로 남자를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남성 위주인 다른 문화권의 신들과 정반대여서 재미있었습니다.
렉처 사이언스 - 빛
김성근, 석현정, 오세정, 윤성철, 이명균, 이병호, 이용희, 전영백, 최길주, 최철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빛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을 묶은 책입니다.
과학적 접근과 인문학적 접근이 함께 있어서 통섭하는 기분이 듭니다.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빛의 이중성과 빛의 속도는 초속 약 30만 킬로미터라는 등식을 밝혀내고 인정하기까지 수백 년이 걸렸다.”
이런 문장과
“(인상파 화가들처럼) 라파엘로나 티치아노의 비너스를 그리지 말고 오늘날의 매춘부를 그려라.”
이런 문장을 한 권으로 접할 수 있어 읽을수록 다음 강연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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