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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0일 인스타그램은 업로드 가능한 동영상 콘텐츠의 최대 길이를 15초에서 60초로 늘렸습니다.
그전 6개월 동안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동영상 시청시간이 무려 40%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 페이스북에는 매달 1억개의 동영상 콘텐츠가 올라옵니다. 조회수는 하루 10억회에 달합니다.
# 유튜브에는 1분마다 17일분량의 동영상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 페이스북은 동영상 콘텐츠가 살아남으려면 3초 안에 주목을 끌어야 한다고 발표한 적 있습니다.
3초 안에 흥미를 유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올려버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3초는 짧은 것 같지만 꽤 긴 시간입니다.
인간은 어떤 사람의 첫 인상을 판단할 때 0.1초만에 호감인지 비호감인지를 결정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때 한 번 정해진 호감/비호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따라서 인간이 동영상 콘텐츠를 3초나 기다려준다는 것은 콘텐츠 제작자로서는 감사해야 할 일일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3초 안에 주의를 끌기에 성공했다면 그 다음은 얼마나 더 동영상을 끊지 않고 시청할까요?
모바일 전문가들은 이 시간을 60초에서 90초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90초 정도가 지나면 다른 짓을 하려고 눈을 돌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72초 TV, 60초 뉴스, 90초 프로덕션 등 이 시간대의 러닝타임을 가진 동영상 서비스들이 속속 만들어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긴 동영상은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은 통째 소비되기보다 이제는 부분적으로 잘려서 공유됩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극장의 관객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러다가 할리우드가 망할 거라고 한탄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은 극장 관객이 늘고 있습니다만 이는 만만한 여가생활이 영화감상밖에 없기 때문에 벌어진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한국 관객들은 소위 블록버스터 영화들만 봅니다.
올 여름에도 '빅4' 영화에 극장 관객 72%가 몰렸습니다.
이들 영화의 관객 수를 제외하면 개봉하는 영화편수나 관객 수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사람들이 극장에서 적은 예산의 영화를 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 시장을 모바일이 점점 흡수하고 있다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남들 보는 대형 영화를 보고나서 그 이야기를 소스로 또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안 보는 작은 영화는 부수적인 콘텐츠가 만들어질 여지가 작습니다.
작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느니 그냥 모바일용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기에 굳이 극장에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최근 <밀정> 시사회를 갔는데 앞자리에 앉은 여성 관객이 시종일관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다시 스마트폰을 보고 잠시 후에 다시 영화를 보고 이렇게 감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을 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카카오톡으로 수다를 떨고, 인스타그램에선 보는 행위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 올립니다.
요즘 극장에 가면 이처럼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시로 스마트폰을 드는 관객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긴 동영상은 단편적으로 잘려서 부가 콘텐츠의 소스가 되거나 혹은 외면받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57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뉴질랜드 스타트업 '90세컨즈'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더 남았습니다.
애초에 짧았던 동영상은 어떻게 됐을까요?
무슨 소리냐고요?
예를 들어 15초짜리 광고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15초는 모바일에서 임팩트를 주기에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조금 지나면 그냥 끝나버립니다.
이 짧은 시간에 주목을 끄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스토리를 담지 못하고 서프라이즈에 의지해야 하는데 반복되면 식상해집니다.
동영상을 보기 전에 등장하는 15초 광고가 지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번 스킵버튼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잖아요.
그렇게 15초 광고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잘 나가던 TV 시절의 영화는 온데간데 없고 살벌한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의 세계에서 계급장 떼고 경쟁해야 하는 거죠.
잘 안보일땐 이렇게 뒤집어 보라고!
광고는 역발상을 합니다.
남들 줄일 때 오히려 늘린 겁니다.
요즘 광고를 보면 60초~90초 사이에 마치 단편영화처럼 스토리를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네켄의 'Open Your World' 시리즈입니다.
보고 있으면 영화의 한 장면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등장인물의 의상이나 행동이 영화 같거든요.
하지만 1분 30초가 거의 다 됐을 때쯤 화면에는 어김없이 하이네켄이 등장해 이것이 광고였다는 사실을 주지시킵니다.
그전까지 관객은 어떤 영화에서 따온 클립인지 한참 고민하고 있었겠지요.
하이네켄 Open Your World 시리즈 중 한 편을 볼까요?
007 시리즈와 협업해 만든 광고도 있습니다.
큰 스케일,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마치 영화 같습니다.
극장에서 이 광고를 보게 되면 마치 007 영화의 스핀오프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이쯤되면 광고라고 부르기보다는 그냥 동영상 콘텐츠에 PPL을 했다고 보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광고와 PPL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단편영화의 PPL같은 광고는 요즘 광고의 트렌드입니다.
영국 백화점 존 루이스(John Lewis)의 2015년 크리스마스 광고를 한 번 보겠습니다.
지구에 사는 소녀가 망원경으로 달을 보다가 그곳에서 홀로 쓸쓸히 살아가고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합니다. 소녀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풍선을 띄워 할아버지에게 망원경을 보냅니다. 감동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의 의미를 담은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광고 어디에도 존 루이스 백화점을 홍보하는 문구는 없습니다. 마지막에 단 한 번, 자막으로 백화점 이름이 제작사 정보처럼 표시될 뿐이죠. 이쯤되면 광고나 PPL이라기보다 그냥 존 루이스 백화점이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영화가 인기를 끌자 덩달아 제작사 인기도 올랐다라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이렇게 '광고'의 범위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꼭, '어떤 것이 광고다'라고 규정지을 필요 없이, 동영상 콘텐츠 그 자체가 누군가에겐 광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 <밀정>의 경우, 관객에게는 영화입니다만, 영화를 만들고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광고일 수도 있다는 거죠.
한국에서도 존 루이스 백화점의 광고와 비슷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만들어진 정유회사 에쓰오일의 광고를 보겠습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90초짜리 단편영화입니다.
유튜브 조회수가 250만회에 달할 만큼 인기를 얻었습니다.
어떤가요? 이 동영상을 꼭 광고로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늘에는 천억 개의 별이 떠 있지만, 그중 우리 눈에 띄는 것은 지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날 우연히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한두 개의 별뿐입니다.
그 별이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다면 다음날 저녁에도 우리는 하늘을 보는 시간을 늘릴 것입니다.
동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억개의 동영상이 어둠 속에 묻혀 있더라도 누군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간 콘텐츠는 다음날도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90초로 늘리는 역발상, 광고라기보다는 잘 만든 단편영화...
이처럼 기존 틀을 깬 콘텐츠는 당분간 하늘에 별처럼 떠서 우리 눈을 사로잡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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