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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밤 빠~밤 빠~밤 빠바밤~
유령 잡는 4인조가 돌아왔다. 레이 파커 주니어의 경쾌한 주제곡과 함께다. 뉴욕이라는 도시, 초자연 현상을 믿는 괴짜 과학자들, 우스꽝스런 자동차, 마쉬멜로우 유령 등은 그대로인데 이번 영화가 1984년 원작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주인공 4명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북미에서 여성혐오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금부터 영화 <고스트버스터즈>를 파헤쳐 보자.
유령 잡는 스타트업
허름한 창고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개발 중인 두 여성이 있다. 애비(멜리사 맥카시)는 증강현실을 구현해주는 기어 헬멧을 쓰고 시제품을 테스트 중이고, 홀츠먼(케이트 맥키넌)은 레이저 신무기 연구에 한창이다. 여기에 물리학 교수이자 애비의 옛 친구인 에린(크리스튼 위그)이 가세해 이론적 토대를 세우고, 뉴욕 지리에 빠삭한 패티(레슬리 존스)가 장비를 싣고 이동할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합류한다.
이렇게 여자 넷이 모여 만든 기술벤처 스타트업 고스트버스터즈의 사업 아이템은 바로 유령퇴치. 세상은 무슨 유령이냐며 이들을 비웃지만 이들은 언젠가 세상이 자신들의 진가를 알아줄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물만 잔뜩 들어간 만둣국으로 끼니를 때우며 버틴다.
많은 창업 성공 스토리가 그렇듯 행운은 항상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뉴욕이라는 대도시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은 혼령들이 곳곳에 유령으로 떠돌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유령을 잡아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한다. 또 세상을 멸망시킬 계획을 세운 악당이 뉴욕에 수많은 유령을 풀어놓으며 이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뒤바뀐 성 역할의 쾌감
지금까지 대개 남자들의 영역이었던 괴짜 과학자나 무기 개발자 혹은 벤처 창업가 등을 <고스트버스터즈>는 여자들이 대체한다. 이들은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주체로서의 여성이다.
네 명의 여자 주인공들은 남자 직원 한 명을 비서로 채용하는데 여기서도 젠더 뒤집기가 벌어진다. 비서직 지원자는 근육질의 금발 섹시가이 케빈이다. 금발 미인은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금발이 너무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던)을 반영해 케빈 역시 어딘가 모자라 보인다. 겉으로 멀쩡하지만 하는 짓은 푼수다. 그러나 사무실에 꽃처럼 두고 눈요기하자는 에린의 주장에 케빈은 당당히 합격해 ‘고스트버스터즈’의 유일한 청일점이 된다.
이쯤 되면 영화의 노림수를 짐작해볼 수 있다. 지금껏 액션영화에서 남자들이 당연하게 차지해왔던 역할과 고정관념을 고스란히 살리되 정반대로 뒤집어 여성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 최근 한국의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이 된 ‘미러링’ 전략과 닮은꼴이다.
수많은 액션영화들에서 남자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할 때 여자는 민폐를 끼치며 남자에 의존하거나 혹은 잘 해야 마지막에 나타나 남자에게 총을 던져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고스트버스터즈>는 이 구도를 뒤집어 웃음거리로 만든다. 마치 코미디언 김숙이 윤정수를 향해 “어디 남자가 감히~”라고 말할 때 가부장적인 사회의 성 역할 구도를 뒤집는 쾌감이 유머로 승화되는 것과 비슷하다.
금발 미남이 너무해
겉모습은 완벽남, 속은 허당인 케빈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한 캐릭터다. 잘 생기고 근육질 몸매에 오토바이를 타고 목소리도 매력적인 이 남자는 그러나 커피를 마실 때마다 사실 커피 못 마신다며 뿜어대고, 비서이면서 전화가 와도 받기 귀찮아 모른 척한다. 멋대로 칼퇴근에 근무 시간엔 댄스 파티에 입고 갈 옷 고르기에 열중이다.
케빈을 연기한 배우는 <토르> <어벤져스>에서 천둥의 신 토르 역으로 슈퍼히어로가 된 크리스 헴스워스다. 그는 손 들고 이 역할을 맡기를 자청했다고 하는데 그의 반전 매력 덕분에 <고스트버스터즈>의 성 역할 뒤집기는 더 유쾌해졌다.
주인공 넷을 여성으로 바꾸고 남성을 눈요깃감(아이캔디)으로 사용한 이 전략은 감독이 폴 페이그였기에 가능했다. 할리우드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인 그는 <스파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더 히트> 등 여성 중심 코미디를 만들어왔다. 특히 <스파이>에서 통통한 외모의 여성 사무직원을 첩보요원으로 내세워 첩보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을 받았다.
미국서 여성혐오 논란
하지만 성 역할 비틀기는 지난 7월 북미 개봉을 앞두고 논란에 직면했다. 할리우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인 '고스트버스터즈'를 어린 시절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남성 마니아들이 특히 거세게 반발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일었던 여혐논란이 미국에선 <고스트버스터즈>를 둘러싸고 벌어진 셈이다.
2016년 3월 첫 예고편이 유튜브에 공개된 뒤 '좋아요' 28만개, '싫어요' 100만개가 달렸다. 영화 예고편에 '싫어요'가 이렇게 많이 달리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댓글들은 대부분 네 명의 여성 주인공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특히 흑인 레슬리 존스에 공격이 집중됐다. 네티즌들은 존스의 사생활을 찾아내 폭로하기까지 했다. 여성혐오에 인종차별까지 겹쳐 존스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해야 했다.
애틀랜틱과 NBC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은 <고스트버스터즈> 반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현상을 소셜미디어의 젠더 전쟁이라고 불렀다. 존스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자 페이그 감독은 트위터에 이렇게 쓰기도 했다.
"안티들 꺼져라. 나를 공격하는 건 상관없지만 배우들은 욕하지 마. 그건 선을 넘는 거야."
논란은 영화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쳐 <고스트버스터즈>는 총제작비 300만달러 중 현재(8월 25일)까지 전세계에서 208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개봉 전 소니픽처스와 속편 계약을 마쳤고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미지근한 흥행 성적과 여성혐오 논란으로 과연 예정대로 제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14년 페이그 감독은 <고스트버스터즈>를 여성 버전으로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목표를 이렇게 정했다.
"아무리 익숙한 스토리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만들겠다."
32년만에 부활한 2016년판 <고스트버스터즈>는 많은 논란을 낳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여성주의 코믹 액션영화로 남자들이 당황할만큼 남성 위주 액션영화 관행을 비틀었다는 것이다. 곳곳에 유령처럼 출몰하는 빌 머레이, 댄 에이크로이드, 시고니 위버, 어니 허드슨 등 원작 영화 주인공들의 카메오 출연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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