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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 9000


강력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파멸로 몰아넣는 상상력의 시초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다. 이후 등장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거의 모든 인공지능 영화들은 프랑켄슈타인의 플롯을 따르고 있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다시 인간을 위협하는 이야기다.


초기 영화에는 자본주의의 획일성에 대한 비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기계를 괴물로 그린 시도가 있었다. <메트로폴리스> <모던 타임즈> <플래쉬 고든> 등이 그런 경우다. 이 영화들에서 인간은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개성을 잃고 기계에 지배당한다. 이때 기계의 모습은 구체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상징적이다.



본격적으로 파괴적인 인공지능이 등장한 영화는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똑똑한 컴퓨터가 언젠가 인간을 대체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SF에 스릴러와 공포 장르를 결합하게 만들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간을 우주 밖으로 쫓아내는 HAL 9000, <콜로서스>에서 핵무기를 통제하는 콜로서스, <이색지대>의 시간여행 테마파크 델로스, <트론>의 마스터콘트롤 프로그램, <터미네이터>에서 인류에게 핵공격을 지시하는 스카이넷, <레지던트 이블>의 홀로그램 인공지능 레드퀸, <매트릭스>에서 가상현실을 주입시키는 매트릭스, <아이, 로봇>에서 로봇을 조종하는 비키, <스텔스>에서 자체 판단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E.D.D.I.E, <기프트>의 정보감시망 에쉴론, <이글 아이>의 네트워크 지배자 이글 아이 등은 강력한 힘을 가진 인공지능 슈퍼 컴퓨터로 처음엔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점점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더니 급기야 인간을 제멋대로 제어하려 한다.


<콜로서스>의 슈퍼 컴퓨터


<트론>에서 마스터콘트롤 안으로 들어간 플린


<레지던트 이블>의 홀로그램 인공지능 레드퀸


영화 속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인간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된 인공지능이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하기 시작한 경우와 인간의 탐욕이 인공지능을 통해 드러난 경우다.


전자는 지능을 가진 개체가 스스로 진화하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열등한 종을 제거하거나 혹은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길들일 것이라는 자연선택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후자는 인공지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실 윤리가 실종된 인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때 인간이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을 악용하는 과정은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에 더 가깝다. 즉, 인간은 스스로 절대자가 되려는 만용 때문에 영화 속에서 파멸하고 만다. <로보캅>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기프트> <이글 아이> 등의 다국적 기업 혹은 정부가 그 예다.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에서 인간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스카이넷의 로봇들


<아이, 로봇>에서 로봇 사이에 숨은 인간


인공지능의 위협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부분의 영화가 제시하는 것은 맞서 싸우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아이, 로봇> 등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을 그린 영화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 의해 정복된 사회에서 최후의 저항군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지능이 더 뛰어난 생명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원숭이가 인간을 이기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만약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간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매트릭스>에서 인공지능의 자궁에 갇혀 사는 인간


2199년의 미래를 그린 <매트릭스>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의 에너지원으로 전락해 인공 자궁 안에 평생 갇혀 있으면서도 매트릭스라는 가상현실이 실제라고 느끼며 살아간다. 신체를 인공지능에 저당잡힌 채 꿈만 꾸면서 살다가 죽는 것이다.


황당한 상상이라고? 그러나 우연히 다른 동물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된 인간이 그전까지 지구에 살던 동물 99%를 멸종시키고 쓸모있는 종 일부를 가축화했듯, 인간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출현할 때 그들이 인간의 쓸모를 신체 기능 일부에서만 찾게 될 거라는 이런 상상은 비록 극단적일지언정 전혀 허무맹랑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 영화가 예견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1)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피조물

>> 영화가 예견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2)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

>> 영화가 예견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3) 인간과 결합한 사이보그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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