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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망가노는 싱글맘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변신한 미국 여성이다. 1990년대 '미라클 몹'이라는 혁신적인 플라스틱 밀대걸레를 발명해 홈쇼핑TV에서 팔아 대박을 쳤다. 망가노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한경희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된다. 주부였던 한경희 역시 망가노에 자극받아 1999년 스팀 청소기를 발명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창업할 때 두 사람 모두 30대 중반에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생활 경험에서 착안한 청소 용품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한경희가 공무원으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창업했다면 조이 망가노는 이혼녀로 항공사 직원, 웨이트리스 등을 전전하다가 어느날 어릴적 재능있던 발명에 다시 도전해 회사를 차렸다. 풀리지 않는 인생의 탈출구로 창업을 선택한 셈이다.
조이 망가노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
조이 망가노의 실제 모습
영화 <조이>는 조이 망가노의 실제 창업 성공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보통 창업 성공기 하면 역경을 딛고 대박을 치는 과정이 그려지는 게 공식이다. 하지만 감독은 하나의 개별 비즈니스 성공담에 머무르는 대신 여성이 사회적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허구의 가족을 그녀의 주변에 배치했다. 드라마에 빠져 사는 엄마, 경쟁의식 강한 이복 언니, 지혜로운 할머니, 다시 연애를 꿈꾸는 아빠, 베네수엘라 출신 전남편 등은 조이의 실제 가족과 다르지만 영화 속에서 조이에게 짐이 되기도 하고 힘을 북돋워주기도 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조이(실제는 세 아이의 엄마)는 잠잘 때마다 가족들이 그녀를 괴롭히는 악몽을 꾸면서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러다가 17년 전 가졌던 자신의 꿈을 발견한다.
조이는 어릴 적 발명에 재능이 있는 아이였다. 강아지 목걸이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자신이 개목걸이에 끌려다니는 것만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너무 늦어버린 걸까. 고민하는 조이에게 할머니 미미(다이앤 래드)는 용기를 준다. "잘 알아. 이게 네가 꿈꿨던 삶은 아니라는 것.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꿈꿀 수 있는 나이잖니. 우리 중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을만큼 운이 좋단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렴." 조이는 지하실에 작업실을 마련해놓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든 제품이 바로 간편하게 바닥청소를 할 수 있는 '미라클 몹'이다.
영화에서 엿볼 수 있는 그녀의 성공 비결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조이는 독립심 강한 여성이라는 것. 조이는 어릴 적부터 종이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놀았는데 그녀가 만든 왕국에 왕자님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언니의 물음에 어린 조이는 이렇게 답한다. "왕자는 필요없어. 이건 아주 특별한 능력이거든!" 그녀는 남자를 통해 삶을 바꾸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수 지망생인 전남편을 돌보며 살았다. 사업을 시작한 후에도 조이는 언니가 자기 대신 협상을 잘못하고 돌아오자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한다. "다시는 나를 대신해 일을 하지 마!" 그녀는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했다.
둘째, 조이는 자신의 경험을 팔았다. 조이는 싱글맘으로써의 경험을 살려 대걸레, 옷걸이, 베개, 신발 등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녀가 처음 만든 제품은 대걸레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큰둥했다. 예상만큼 잘 팔리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홈쇼핑 케이블 채널에 출연하게 되고 거기서 방송용으로 꾸민 모습이 아닌 본래 자신이 즐겨 입던 블라우스를 입고 출연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함으로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실제 1992년 첫 방송에서 조이는 30분 동안 제품 18000개를 팔았고, 그해 1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셀링포인트는 자기 자신의 경험이었던 셈이다.
셋째,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이의 언니는 조이가 홈쇼핑 채널에서 제품을 팔고 돌아오자 그것은 나도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와 조이의 차이점은 조이는 실제로 했고 언니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이는 QVC 방송국 이사 닐 워커(브래들리 쿠퍼)에게 제품 5만 개를 선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집을 저당잡혀가면서까지 모험을 한다. 만약 실패하면 가족들이 모두 거리에 나앉게 될 위기상황에서 그녀는 자신이 직접 쇼호스트로 나선다. "집에 가서 가족 뒷바라지나 하세요." 여성 창업자에게 가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이런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도 그녀는 발명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이루어냈다.
영화는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니로 등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배우들을 다시 불러 모아 만든 작품이다. 배우들은 훌륭한 연기 앙상블을 보여주고, 조이의 좌절감을 TV화면 속 드라마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영화 초반의 미장센과 연출력도 뛰어나다. 다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여성 사업가의 심리를 묘사하겠다는 모험적인 시도는 사라지고 평이한 성공담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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