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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합니다. 작년에 읽은 책 중 좋았던 책 20권을 간단한 이유와 함께 추천하려 합니다. 새해 맞아 읽을만한 책을 찾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순서는 제가 읽은 순서의 역순입니다. 최근 읽은 책부터 소개합니다.)
10년후 세계사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들이 쓴 책입니다. 보통 '미래'라고 하면 로봇이나 IT 이야기들을 많이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그런 환경 변화로 인해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살게 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노동 환경, 빈부 격차 등 따뜻한 시선으로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사건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연대표를 보여주고 있는 챕터의 첫 페이지들이 좋습니다.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
20년차 현직 기관사인 박흥수씨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묶은 책입니다. 내용이 정말 알찹니다. 세계 각국의 기차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기차 '덕후'인 저자를 만나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식탁위의 세계사
소금, 옥수수 등 식재료를 화두로 세계사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저자는 고등학교 교사 출신이라는데요. 그래서 구어체로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썼습니다. 가볍게 읽어보기 좋습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은 작년에 가장 핫한 소설가였죠. 저는 이 책이 가장 좋더라고요. 작년에 나온 한국소설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인 주제를 굉장히 감성적인 문체로 쓴 책입니다. 특히 이야기의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챕터 제목이 참 독특해서 좋습니다.
데뷔의 순간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쓰고 주성철 기자가 엮은 이 책은 한국의 영화감독들이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인터뷰를 담고 있습니다.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최동훈 등 뛰어난 감독이 된 그들 역시 어설프고, 잘 안풀리고, 재능 부족을 탓하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영화 창작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제목이 좋아서 산 책인데 내용도 참 좋았습니다. 세상을 바꾼 6가지 혁신 즉,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의 탄생과 그것을 인간이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서술합니다. 스티븐 존슨은 과학저술가라고 하는데요. 그의 다른 책도 읽고 싶습니다.
서울의 재발견
승효상, 오영욱, 조한, 권기봉, 고미숙 등 다양한 분야의 스피커들이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승효상은 서울의 아파트들이 왜 이 모양인지를 비판하고, 오영욱과 이현군은 과거의 서울과 현재의 서울을 비교합니다. 고미숙은 서울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생각해보며 술술 읽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이 영화에 대해 쓰는 글은 두 번 읽게 됩니다. 그는 그만의 시각을 갖고 글을 쓰는데 논리정연해서 설득당합니다. 신형철에게 비평이란 "함부로 말하지 않는 연습"입니다. 함부로 쓰이지 않은 글들을 읽고 있으면 영화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미움받을 용기
저는 베스트셀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책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답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인데 물어보는 학생이 지나치게 다혈질인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만 그래야 아들러 심리학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쓰지 말고 지금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라는 말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보르헤스의 말
보르헤스가 1976년과 1980년에 했던 인터뷰 11개 모음집입니다. 베껴쓰고 싶은 문장이 수없이 많을 정도로 좋습니다. 그중 한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알고 싶어 합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 사람이라면 넌더리가 나는 걸요."
잠의 사생활
잠에 얽힌 역사, 문화, 심리, 과학 등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담긴 책입니다. 무엇보다 표지가 예쁘고 책 판형도 손에 잡기 편합니다. 전구가 탄생하기 전 사람들은 잠을 두 번 잤다고 합니다.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 자정 후 1시간 정도 쉰 뒤에 두 번째 잠을 잤다고 하는데요. 전구가 발명된 이후 밤에도 일을 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잠을 통합해 한 번만 자게 됐습니다. 하지만 수천 년간 두 번 자던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죠. 낮잠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요? 숙면을 못 취해 고민이신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창조의 탄생
저자인 케빈 애슈턴은 사물인터넷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이 책은 어떻게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지 그 시작을 추적하는 책입니다. 새로운 생각은 천재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아이디어들이 끓어 올라서 비로소 하나의 개념으로 수렴되는 과정이라는 거죠. 다양한 사례로 설명하고 있어 잘 읽히는 책입니다.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출간된 지 5년 정도 된 책입니다만 이 분야에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만큼 유명한 책이죠. 책에 따르면 여자는 남자보다 3퍼센트 지능이 더 우수합니다. 여성 호르몬은 좌뇌와 우뇌 연결을 촉진시켜 여자들은 멀티태스킹에 강하고 언어 능력이 좋습니다. 반면 남자는 한 가지 일에 집중을 잘 하고 입체적으로 공간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생물학적 차이를 바탕으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분야 입문서로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김대식의 빅퀘스천
'빅 히스토리' 책들은 그동안 서양 저술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는데 한국에도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저자가 있었습니다. [총 균 쇠] [사피엔스] 같은 책보다 훨씬 얇아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뇌과학 분야 전문가인 김대식 교수는 나름대로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이 책도 충분히 좋습니다만 사실 이 책보다는 다음 책이 더 궁금한 저자입니다.
창의성을 지휘하라
'픽사'의 애드 캣멀 CEO가 쓴 이 책은 도대체 픽사가 어떻게 매번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비결을 알려줍니다. 스티브 잡스와의 뒷얘기, 브레인 트러스트 회의 과정 등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한 읽을거리가 풍부합니다.
행복의 기원
우리는 행복을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경우가 많잖아요. 왜 그럴까요? 이 책을 보면 그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뭐가 행복인지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장황하지 않고 얇고 간결해서 더 좋은 책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 저자는 그게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이 경제학자라면
팀 하포드는 경제학 책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는 저자입니다. [어댑트] [경제학 콘서트] 같은 좋은 책들이 있지만 그중 최고는 이 책인 것 같습니다. 후반부로 가면 책이 어려워지긴 합니다만 중반까지 스토리가 많아 쉽게 경제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브라질을 구한 거짓말'은 참 재미있어서 따로 노트해 놨습니다.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세요.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박웅현 TBWA CCO는 대학생들과 함께 '망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고를 탄생시키자는 모토의 '망치' 프로젝트는 매번 7분 스피치로 완성되고 있는데요. 이 책은 그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결과물입니다. 열심히 무언가를 했던 경험은 분명히 한 사람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망치 프로젝트에 참가해보고 싶네요.
인공지능은 뇌를 닮아가는가
최근 인공지능에 관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요. 이 책은 막연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과거에 인공지능 연구가 어떻게 연구돼 여기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런던 칼리지 컴퓨터 과학과 교수인 유신이라는 분인데요. 일단 글이 어렵지 않아서 좋습니다. 인공지능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이키드 퓨처
빅데이터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는 미래 예측 저널리스트 패트릭 터커인데 일단 다양한 사례가 많아 글이 재미있습니다. 벌거벗은 미래는 위기보다는 기회다.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에 더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영화 흥행을 빅데이터로 예측하는 부분은 제가 글을 쓸 때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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