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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은 김태용 감독의 2014년 데뷔작입니다.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의 남편과 동명이인으로 더 젊은 감독입니다.
2010년 단편 <얼어붙은 땅>으로 칸영화제 파운데이션 부문에 진출한 바 있는 실력파 신예입니다.
영화는 감독이 직접 겪은 실화를 모티프로 했습니다.
그 역시 영화의 주인공 박영재처럼 카톨릭의 보호시설에서 자랐고 신부가 되려다가 영화감독으로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그는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데뷔작으로 선택했는데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박영재를 연기한 배우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최우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우식은 연기를 참 잘했습니다.
뽀얀 얼굴에 서글픈 사연이 대비되면서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박영재(최우식)는 '이삭의집'이라는 카톨릭 보호시설에 사는 고등학생입니다.
그가 이곳에 사는 이유는 무능력한 아버지(김수현)와 함께 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능력한 아버지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동생 민재(장유상)까지 시설로 보내고 싶어합니다.
참 찌질한 인생이죠. 무책임한 어른을 대변하는 캐릭터입니다.
자기 앞가림 하기에도 벅찬 영재 역시 동생을 책임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영재는 가난해도 굴하지 않고 떳떳한 그런 캔디형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는 비굴합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합니다.
그는 자신을 내보내고 싶어하는 카톨릭 시설의 원장남편(강신철)에게 은혜를 갚겠다며 싹싹 빌면서도 같은 방에서 함께 살던 범태(신재하)가 쫓겨날 땐 그를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냉정합니다.
영재에겐 지금 당장 숨쉬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입니다.
'이삭의집'에 살면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그는 잔머리를 굴립니다.
성당에 가선 신부가 되겠다고 말하는데 이 꿈도 지금 당장 살기 위해 급조한 것입니다.
그는 시설에 들어오는 새 신발을 몰래 가져다 팔아서 챙긴 돈을 그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들 입막음하는 데 씁니다.
영재를 가르치던 성당의 과외선생 윤미(박주희)는 겉과 속이 다른 영재를 간파하며 이렇게 충고합니다.
"나는 네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면 좋겠어."
영화는 영재가 도대체 왜 이렇게 비굴한 아이가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열어둡니다.
제 앞가림 못하는 가족, 책임 떠넘기는 사회, 겉과 속이 다른 교회... 누구도 그의 편은 없습니다.
한국 독립영화는 대개 한 명의 아이를 따라가며 감정의 변화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여러 루트로 우회해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관객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당장 떠오르는 영화만 해도 <범죄소년>, <무산일기>, <파수꾼>, <한공주>, <혜화, 동>, <산다>, <똥파리> 등 구성이 비슷합니다.
숨이 찰 정도로 비참한 상황에 놓인 인물을 제시해 놓고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거인>도 그렇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단 하나의 질문만 남습니다.
"이제 저 아이는 커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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