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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1박2일로 양산과 대구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제가 진행하고 있는

'창작의 비밀을 말하다'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했는데요.


양산에서 지난 5월 오픈한

양산 미래디자인융합센터 건물을 출사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구로 가서

근대 골목을 자유롭게 돌아다녔지요.




양산은 생각보다 멋이 없는 도시였어요.

도착하자마자 90년된 함흥냉면집에 들렀는데

90년 전통이라지만 건물에 흔적이 전혀 없어

역사를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90년 전통이 맞다면 왜 매장 내부에

과거 사진이 하나도 없을까요?


그러나 어쨌든 이곳의 함흥 비빔냉면은 정말 맛있습니다.

냉면 마니아인 저도 반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양산 미래디자인융합센터로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요.

자세한 정보와 사진은

'창작의 비밀을 말하다' - 김찬중 건축가 편을 통해

추후 공개하겠습니다.



일이 다 끝난 뒤엔 양산에서 달리 할 게 없어서

곧바로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습니다.


저녁은 족발을 먹으려 했지만 문을 닫은 관계로

나인로드 피제리아로 가서 화덕피자를 시켰어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어서 좋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초동에도 지점이 있더라고요.



엘디스 리젠트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근대문화 골목길을 걸었습니다.


제주 올레길처럼 대구 구도심인 중구에는

근대도로라는 테마로 몇 개의 걷기 코스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걷다보면 계산성당, 청라언덕, 화교소학교, 경상감영, 이상화고택 등

근대시절 대구의 문화재들을 만나게 되는 길인데요.



사실 길 자체는 밋밋해서

올레길처럼 걷는 맛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근대 문화재들에 들어가보면

100년 전 대구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어 좋습니다.




가장 먼저 가본 곳은 향촌문화관이었습니다.

이곳은 작년 개관했다고 하는데요.

"뭐 볼 게 있겠어?" 라는 생각을 180도 전환시켜준

정말 훌륭하게 지어진 박물관입니다.

입장료가 1천원 밖에 안 하는데

단돈 천원으로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대구에 가실 분들은 꼭 향촌문화관에 들러보시길 강추합니다.




향촌문화관에는 대구 향촌에서 나고 활동한

문인들과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전시하고 있는데요.

주막, 악기사, 극장, 노점상, 미군 사무실 등

그때 그 시절의 장소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고무줄 놀이 등 추억의 게임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전시를 보면서 저는 이상화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향촌문화관을 나오자마자

이상화의 생가를 찾아갔습니다.




골목길을 한참 찾아 갔는데

막상 가보니 생가터는 표지판만 있을 뿐

제대로 보존되어 있지 않더군요.


그 대신 이상화가 활동했던 고택은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대구 '근대로'의 코스로 보면 1코스에서 2코스로 넘어온 셈입니다.



도중에 '청라'라는 한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맷돌순두부가 참 맛있었다는 말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배고픔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섰고

마침내 이상화고택으로 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이상화고택은 계산성당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아, 계산성당!

여기서 잠깐 계산성당에 대해 느낌표 몇 개 적고 갈게요.




저는 한국에서 이처럼 아름다운 근대 건축물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탄성을 질렀습니다.

1918년부터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초가집과 기와집이 대부분이었던 100년 전 대구에서

당시 조선사람들이 고딕 양식의 이 건물을 보고

얼마나 놀라고 희한하게 생각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더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지금이야 주변에 높은 건물이 가득하지만

저때만 해도 계산성당이 가장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정말 이질적이죠?

마치 조선시대 한복판에 유럽을 옮겨놓은 듯합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마치 유럽의 카톨릭 성당에 들어간 것 같았습니다.

서양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던 성인의 자리에

갓 쓴 조선의 성자들이 스테인드글래스로 장식되어 있는 것도 특이하네요.



계산성당을 나와 이상화고택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유학파 시인답게 집도 꽤 잘 살았던 것 같더군요.

4형제가 모두 독립운동을 하거나 문인으로

근현대사에 괄목할 만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저는 1920~30년대의 문인들과 예술인들의 세계가 더 궁금해졌고

그래서 이상화를 비롯해 여류소설가 백신애, 무용수 조택원 등을

좀더 연구해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언제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이제 첫 발을 뗐다고 생각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대구의 명물 빵집인 삼송베이커리에 들러

마약 옥수수빵과 고로케, 크림치즈를 사들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사람이 참 많았는데

버스 안에서 빵을 먹어보니 쫄깃한 맛이 과연 그럴 만하더라고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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