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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위주의 영화 산업은 곧 망한다.” 스필버그가 경고한지 1년이 지났다. 그의 말마따나 할리우드의 위세는 예전 같지 못하다. 2014년 할리우드는 지난 20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극장 관객 수를 기록했다. 소니의 해킹 사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중국 자본은 할리우드 콘텐츠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게다가 넷플릭스, 아마존 등 온라인 콘텐츠 유통 공룡들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본격적인 기싸움에 들어가기도 했다.
관객 수가 줄면서 할리우드는 점점 더 안전지향적인 영화만 손을 대고 있다. 2014년 흥행 탑 20작품 중 프랜차이즈가 아닌 영화는 <말레피센트> <빅 히어로> <인터스텔라> <나를 찾아줘> <나쁜 이웃들> <라이드 어롱> 등 6편 뿐이었다.
미국 내 극장 수입은 줄었지만 부가 판권 시장은 소폭 성장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26% 고속 성장한 것이 나머지 블루레이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아마존이 디즈니와 기싸움을 벌이며 수익 배분 방식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말레피센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등 핵심 DVD의 예약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을 만큼 시장은 할리우드보다는 온라인 사업자에게 더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는 계속 추락하기만 할까? 4대 메이저 스튜디오의 2015년 전략을 바탕으로 이들의 반격 무기는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월트 디즈니
할리우드의 절대 강자 디즈니에게 2014년은 쉬어가는 해였다. 메이저 스튜디오 중 가장 적은 13편만 배급하고도 16억 달러의 수입을 올려 북미시장 점유율 2위로 마감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메가 히트와 더불어 오리지널 프로젝트 <빅 히어로>와 <말레피센트>가 터진 것이 큰 힘이 됐다.
올해 디즈니는 강력한 두 편의 프랜차이즈로 명가 재건을 노린다. 봄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겨울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라는 확실한 카드를 쥐고 있다. 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 스튜디오는 소니와 협상 끝에 스파이더맨의 공동제작권을 확보해 마블 유니버스에 스파이더맨을 복귀시켰으며, 만화책에서만 잠자고 있던 블랙 팬더,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마블 등 새로운 슈퍼히어로물 역시 차근차근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다. 마블에 픽사까지 손에 쥔 디즈니는 할리우드의 ‘애플’ 같은 존재다. 당분간 디즈니의 아성을 넘볼 스튜디오는 없어 보인다.
워너 브라더스
지난 10년 간 워너 브라더스의 전략은 한 가지였다. 2위 자리 지키기. 그런데 2014년엔 20세기 폭스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20세기 폭스의 루퍼트 머독 회장은 작년 여름 타임워너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때 타임워너 이사회는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런 마당에 20세기 폭스에 밀렸으니 워너 브라더스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작년 <고질라>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실패하며 케빈 츠지하라 회장은 1천여 명을 감원해야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워너 브라더스에게 2015년은 중요하다. 기대작은 20년 만에 돌아오는 조지 밀러 감독의 프랜차이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와 60년대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나폴레옹 솔로>다. DC의 슈퍼히어로물 <배트맨 v 슈퍼맨>의 개봉일은 내년 3월로 앞당겼다.
20세기 폭스
3년간 스튜디오 순위 6위권에 맴돌던 20세기 폭스는 2014년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두었다. 박스오피스 수입 69% 상승으로 디즈니를 제치고 북미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55억 달러의 수입을 거두었는데 이는 디즈니도 달성해보지 못한 숫자다. 이런 놀라운 성장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등 프랜차이즈의 안정적 흥행은 물론 <나를 찾아줘> <안녕, 헤이즐> <메이즈 러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틈새시장을 노린 영화들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가능했다.
2015년에도 20세기 폭스는 <킹스맨>의 성공으로 호기롭게 출발했다. 여름엔 <판타스틱 포>, 가을엔 <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겨울엔 리들리 스콧 감독의 <화성인>으로 다시 한 번 2014년의 영광을 재현하길 기대하고 있다.
소니
마지막으로 비운의 스튜디오 소니를 살펴보자. 2014년 소니는 최악의 해를 보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예상 만큼 흥행하지 못했고 결국 마블 스튜디오의 구애를 받아들여 향후 스파이더맨을 마블과 공동제작하기로 했다. 이는 시니스터 식스, 베놈 등 캐릭터를 확장해 ‘스파이더 월드’를 구축하려던 소니 입장에선 굴욕적인 일이다. 박스오피스 수입은 36% 추락했고 설상가상으로 해킹 사태가 터지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에이미 파스칼을 잃었으며, 공동 CEO 마이클 린튼은 <인터뷰> 개봉 취소를 번복하며 스타일을 구겼다.
일본의 소니그룹이 1989년 콜럼비아 픽처스를 인수한 이래 소니 엔터테인먼트는 할리우드에서 독립경영으로 메이저 자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헛발질을 계속하다간 소니그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모를 일이다. 2015년 소니의 기대작은 팩맨, 킹콩 등 추억의 게임 캐릭터가 지구를 공격한다는 내용의 <픽셀>과 새로운 007 시리즈 <스펙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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