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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바보상자라고 불리던 것은 옛날 일입니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시대입니다. TV가 담아내는 이미지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다시 TV로 돌아옵니다. 바보상자 속 바보들이 이미 세상을 접수했습니다.


우리에게 TV란 뭘까요? 여러분은 언제 TV를 보시나요? 저는 몇 가지 프로그램만 즐겨봅니다. 제가 TV를 켜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가끔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이유없이 틀어놓기도 하는데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순간엔 다시 끕니다. 그러다가 화제의 프로그램이 눈에 띄면 VOD로 시청합니다. 괜찮으면 본방사수도 감행합니다. 저에게 TV는 제게 위안을 주는 콘텐츠입니다. 정보를 얻을 수 있거나 이야기가 만족스럽거나 이미지에 끌리면 TV에 집중합니다.


저보다 훨씬 TV를 많이 보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TV가 사회의 거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겠죠. 우리는 TV 속 이미지에 따라 공인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아는 게 별로 없어도 대통령이 되고, 과거에 죄를 지은 전력이 있어도 연예인이 됩니다. TV는 그렇게 현상을 왜곡합니다. 사물이 실제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다고 아무도 경고하지 않는 와중에 우리는 TV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우연히 SBS 스페셜 [쇼에게 세상을 묻다](연출 김종일, 글·구성 신진주)를 보게 됐습니다. 한 편을 보고 연속해서 2부작을 다 봤습니다. 잘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MC가 직접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그 나라의 TV 쇼 프로그램을 체험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쇼라는 것이 어디나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쇼 프로그램은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 관습을 다 반영하는 것이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라가 처한 문제점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나라에선 모든 걸 다 드러내려 하고, 어떤 나라에선 고통스러운 부분을 최대한 숨기려 합니다. "모두가 흥겨워야 한다"는 전제는 같습니다만 제작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쇼는 세상의 거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다룬 네 나라의 쇼를 살펴보겠습니다. 링크도 걸어두었으니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강추합니다!



먼저, 톨레랑스가 가장 강한 나라 네덜란드의 쇼 프로그램엔 금기와 성역이 없습니다. 프라임타임에도 노출이 일상화되어 있고, 욕설, 폭력, 심지어 마약을 복용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방송합니다. "어떤 금기사항들은 언제나 그걸 정면으로 다루면 그로 인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네덜란드 심의등급기관의 철학입니다.


=> http://tvpot.daum.net/v/v1f175uPapnPpdrtsaoerob


둘째, 노르웨이의 슬로TV의 'Minutt for Minutt'에선 시간이 다르게 흐릅니다. 찬송가 900여곡을 2박3일 동안 부르는가 하면, 기차 밖 풍경을 7시간 연속 방송하고, 크루즈가 피오르드 해안을 항해하는 장면을 134시간 동안 방송하기도 합니다. 6박7일 크루즈 방송은 노르웨이 국민 500만 명 중 무려 320만 명이 봤다고 하니 장난이 아닙니다. 실제로 크루즈가 도착할 땐 여왕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크루즈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프로그램 기획자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고였어요. 우리는 노르웨이의 기차광 20명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프로그램은 완전히 떴어요!" 빠르게, 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느림의 가치를 일깨워준 TV의 지혜에 사람들이 반응한 것입니다.


=> http://tvpot.daum.net/v/va410gzKNgNNLOLDnzaInyo


셋째, 계속되는 전쟁으로 삶의 터전이 폐허가 된 중동에선 10년 째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레바논에서 만들어 위성으로 중동 전역에 송출하는 쇼 프로그램 'Star Academy'엔 중동 각국에서 젊은이들이 참가해 합숙하면서 서바이벌 쇼가 펼쳐집니다. 그 과정에서 합숙소의 사생활이 곧 쇼가 됩니다. 마치 국가대표 선발전처럼 매회 전화 투표로 한 명씩 탈락자를 결정하는데 이라크, 시리아,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전역에서 투표가 이루어지고 우승자는 중동의 스타로 떠오릅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금기어는 종교와 정치. 그러나 실제로 이 프로그램 덕분에 쿠웨이트 등지에선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는 등 인권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 http://tvpot.daum.net/v/vb278kSS9K3yLMI9dLzMC3L


넷째, 일본에선 가학적인 코미디 쇼 '절대로 웃으면 안 되는 24시'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속과 겉이 다른 일본인들이 가학적인 성향을 즐기는 이유는 과거 에도시대 이전부터 종족 번식을 위해 혼외정사까지 허용하던 풍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막부가 들어서고 유교를 교리로 채택하긴 했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성적 자유를 즐겼습니다. 현대에 와선 그 역할을 TV가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 http://tvpot.daum.net/v/v72705j58TjMUfUcPYPfC8o


진행을 맡은 미국계 한국 방송인 박재민이 직접 각국을 돌아다니며 쇼 프로그램에 참여해 생생한 현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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