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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자신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가사를 썼습니다.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리곤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인형의 기사에게 서약하고 병아리에게 다짐하고 그녀에게 맹세했습니다. 많이 변해버린 친구들을 보며 외로워했지만 가기로 한 길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느날부터 그 자신도 많이 변해버린 것처럼 보였지만 변한 것은 그의 늘어난 체중과 더이상 그의 노래를 찾지 않던 우리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위대한 나르시시스트였습니다. 관심을 받으면 더욱 힘이 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이 걸어온 길이 꿈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무엇이 행복인지를 탐구해온 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티스트 신해철이 남긴 가사를 적어보는 것으로 그를 추모합니다.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때 (1989)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나에게 쓰는 편지 (1991)

난 약해질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줌함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 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이상 도움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계좌의 잔고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50년 후의 내모습 (1991)

노후연금 사회보장

아마 편할수도 있겠지만

벤치에 앉아 할일없이

시간을 보내긴 정말싫어

I see an old man sitting on the bench.

Maybe he's crying cause he's dying.

He's got a cigarette burned like the rest of his life.

I try to remember who he is.

He is me! I see my future now.

He's got no family, not even wife and a child.

I'm so confused. I wish it's only a dream.

I hear the nature I fear my future.




아버지와 나 Part 1 (1992)

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날으는 새처럼 살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도시인 (1992)

모두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지만 

가슴 속에는 모두 다른 마음 

각자 걸어가고 있는거야

아무런 말 없이 어디로 가는가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한손엔 휴대전화 허리엔 삐삐차고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회색 빛의 빌딩들 회색 빛의 하늘과

회색 얼굴의 사람들

This is the city life!




이중인격자 (1994)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수많은 내가 있지만 그 어는 것이 진짜 나인지

이중인격자! 외로운 도망자! 하지만 해가 갈수록 삶은 힘들어

이중인격자! 외로운 비겁자! 어차피 승리와 패배 중간은 없다




날아라 병아리 (1994)

내가 아주 작을 때

나보다 더 작던 내 친구

내 두 손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작은 방을 가득 채웠지

품에 안으면 따뜻한 그 느낌

작은 심장이 두근두근 느껴졌었어

굿바이 얄리,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굿바이 얄리, 너의 조그만 무덤가엔 

올해도 꽃은 피는지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 (1994)

바다. 검푸른 물결 너머로 새는 날개를 펴고

바다. 차가운 파도 거품은 나를 깨우려하네

기쁨도 슬픔도 좌절도 거친 욕망들도

저 바다가 마르기 전에 사라져 갈텐데

그대여 꿈을 꾸는가 너를 모두 불태울 힘든 꿈을

기나긴 고독 속에서 홀로 영원하기를 바라는가

사라져가야 한다면 사라질 뿐 두려움 없이




THE DREAMER (1994)

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 버릴 수는 없어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이제는 쉽게 살라고도 말하지

힘겹게 고개 젓네 난 기억하고 있다고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눈물과 기도 속에서 아직도 날 기다리는지

이제는 이해할 것도 같다며

나의 길을 가라 했었지

영원히 날 지켜봐줘




세계의 문 Part 2 -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 (1995)

아직도 세상을 보이는 대로 믿고 편안히 잠드는가

그래도 지금이 지난 시절보단 나아졌다고 믿는가

무너진 백화점 끊겨진 다리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 어느 누구도 비난할 순 없다 우리 모두 공범일 뿐

발전이란 무엇이며 진보란 무엇인가 누굴 위한 발전이며 누굴 위한 진보인가




절망에 관하여 (1996)

뜨겁던 내 심장은

날이 갈수록

식어가는데

내 등 뒤엔 유령들처럼

옛 꿈들이

날 원망하며 서 있네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자욱씩 떼어놓지만

갈 곳도 해야할 것도

또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민물장어의 꿈 (1999)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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