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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는 영상 콘텐츠의 또다른 미래다.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영상 관련 책에 나오는 '전유'라는 단어가 있어요. 기존의 이미지를 차용해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항적 생산이나 해독의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앤디 워홀이 변형해 만든 [최후의 만찬]을 볼까요? 워홀은 트레이싱 페이퍼로 다 빈치의 회화를 투사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대형 확대 포맷의 멀티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그림은 애초 다 빈치가 그린 예수 최후의 만찬이라는 내용적 의미보다는 500년 후 너무나 유명해진 이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었음을 선언하기 위해 '전유'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워홀 같은 선구자가 개척했지만 카메라와 포토샵이 대중화된 요즘에는 누구나 이런 전유를 할 수 있습니다.



전유에는 여러 방식들이 있는데 문화를 부분적으로 뜯어 맞추는 '브리콜라주(bricolage)', 텍스트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텍스트 밀렵(textual poaching)', 하위문화가 주류문화로 재편입되는 재전유의 일종인 '저항 브리콜라주(counter-bricolage)' 등입니다. 영화나 TV 영상의 패러디 이미지는 브리콜라주로, 팬덤에 따라 팬픽이 만들어지는 현상은 텍스트밀렵으로, 네티즌의 패러디가 일종의 트렌드가 된 현상은 저항 브리콜라주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본격적으로 최근에 찾은 몇 가지 재미있는 패러디를 살펴보려 합니다.



라이언, 당신은 우주에서 혼자가 아니에요

<그래비티>에서 산드라 불록이 머나먼 우주로 튕겨져 나가는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그녀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소실점으로 사라져갔죠. Krishna Shenoi가 만든 이 영상은 그 장면을 다른 영화와 합성해 패러디했습니다. "우주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명제까지 차용해 아주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었어요. 일명 영화 <그래비티>를 재정의한 기발한 코믹 영상입니다.




슈퍼맨이 하늘을 날 때 무엇을 보게 될까요?

GoPro라는 스포츠용 카메라가 있습니다. 말그대로 야외활동이나 익스트림 스포츠 혹은 수중에서의 역동적인 영상 촬영에 최적화된 카메라인데요. 이 카메라를 이용해 슈퍼맨의 시점 샷을 만들어낸 영상이 있습니다. Corridor Digital이라는 회사에서 정교하게 만들었는데요. 하늘을 나는 장면은 GoPro를 드론에 띄워서 촬영한 것입니다. 특수효과까지 실감나서 보는 사람이 정말 슈퍼맨이 된 것 같습니다.




<슈퍼맨>은 DC코믹스의 캐릭터이고 첫번째 영상에 쓰인 <슈퍼맨 4>는 워너브라더스에서 배급했습니다. <그래비티> 역시 워너브라더스가 배급했죠. 어쩌면 <어벤져스>처럼 둘이 만나지 말란 법도 없겠네요.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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