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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관객이 사상 처음으로 한 해 1억 명을 넘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0일 오후 10시 경 2012년 한국영화 누적관객 수가 1억 명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에 세웠던 한국영화 최다 관객 수인 97,913,570명을 넘어선 기록이며 2002년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합계 1억 명을 돌파한 지 10년 만의 기록이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59%를 기록해 작년 51.9% 보다 7.1%포인트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 영화시장 규모는 11억달러로 세계 10위다. 자국 영화 관람 비율은 미국,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5위다. 인구가 5천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1년에 2편씩 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본 셈이고, 어린이나 노약자를 제외하면 이 숫자는 1인당 4~5편으로 늘어난다.
몇 년 전까지 한국영화는 위기설에 시달렸다. 만드는 족족 적자라고 했고 새로운 이야기가 고갈됐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위기를 극복하고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미 여러 분석이 나왔지만 영진위가 낸 보도자료 수준을 넘지는 못했다. 이 기회에 한 번 차근차근 따져 보자.
1. 위기를 뚫고 성장한 한국영화
개인적으로 성장영화를 좋아한다. 온갖 시련을 겪은 아이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세상의 풍파에 맞서는 이야기. 최근 한국영화도 그렇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산업적으로 갑자기 커진 덩치를 감당하지 못하는 듯 비틀거리더니 어느새 균형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영화 흥행은 며느리도 모르는 거라고 점을 치는 심정으로 흥행을 이야기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어떤 관객을 타깃으로 어떤 스토리와 배우로
만들면 어느 정도의 흥행을 기대할 수 있을 지를 대충이나마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헐리우드 시스템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예측 가능한
시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11월 20일 기준)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59%다. 이 비율은 한국영화가 급부상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래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2006년 <왕의 남자>와 <괴물>의 쌍끌이 천만 관객으로 64%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올해 <도둑들>과 <광해>의 연속 천만 관객이 그때와 비슷한 속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2006년의 엄청난 흥행에 도취된 한국영화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우울한 시기를 지나왔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40%대로 떨어졌고 투자기피 현상까지 이어졌다. 2007년에 만들어진 한국영화는 편당 평균 18억원씩 손해를 봤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고 그해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는 110편 중 11편에 불과했다. 2005~2006년 2년간 흥행 탑10 중 7편이 한국영화였으나 2007년에는 <디워> <화려한 휴가> <미녀는 괴로워> 단 3편만 살아남았다. 영화사 M&A가 활발해지고 덩치가 커지면서 부실기업이 늘어나고 기획이 받쳐주지 않은 작품들이 성급하게 제작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원인을 알고 나면 처방이 뒤따르는 법. 문제는 어설픈 영화들이었다. 그동안 영화사들이 증권시장에 우회상장하면서 매출을 늘리기 위해 부실한 영화들을 쏟아냈다. 그러다보니 번번히 실패하고 영화사는 결국 다시 매각되거나 사업을 철수하는 등 정리되어갔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영화 투자사와 제작사들은 투자와 제작 과정에서 까다로운 검증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래서 요즘 한국영화계는 사상 유래없이 투자사와 제작사 파워가 세져 있다. (둘 중에서는 투자사가 물론 울트라 갑이다.) 감독의 영화가 아니라 시스템의 영화라고 불러야 할 만큼 투자, 제작사의 입김은 세다. 좋게 말하면 헐리우드식 경영시스템을 도입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영화의 한 장면, 대사 하나마저 예술보다는 관객의 기호에 맞춰 기획된 상품으로 변했다. 한국영화계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이 해고된 사건은 흥행에 대한 영화사의 강박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한국영화의 크레딧을 유심히 본 적 있는가? 투자제작, 투자총괄, 제작투자 등등 유래를 알 수 없는 직함(?)이 주연배우보다도 가장 먼저 올라간다. 이들은 사실 투자를 책임지는 대기업의 상무급 임원들이다. 방송국 드라마로 치면 책임CP 정도 된다고 할까? 엔딩크레딧에서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나 스탭의 순서는 한참 뒤로 밀린 지 오래다. 유일하게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만 크레딧에서 투자자 이름이 맨 앞에 있지 않았다. 연타석으로 흥행을 해야만 감독도 대우받을 수 있다는 증거다.
결과적으로 투자자와 제작사의 기획 우선의 한국영화 시스템은 올해 좋은 성적을 냈다. 3백만 관객 이상의 흥행을 노리고 들어간 <댄싱퀸>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은 4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했다. 구단주가 적시타를 치라고 내보낸 선수가 기대에 부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감독의 입김이 약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마도 향후 이런 시스템은 더욱 고착화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를 감독이 만들든 제작자가 만들든 영화가 좋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올해 만들어진 흥행작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작들이었다. 아직까지는 제작자의 눈높이와 관객의 눈높이, 그리고 평론가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셈이다. 향후 어떻게 달라질 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당분간은 기획 영화가 스크린을 수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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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흥행순위:
<도둑들>(1298만명) <광해, 왕이 된 남자>(1195만명)
<늑대소년>(518만명)<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1만명)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명)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명) <연가시>(451만명)
<건축학개론>(410만명)<댄싱퀸>(409만명)
<부러진 화살>(344만명) <후궁: 제왕의 첩> (263만명)
<이웃사람> (243만명) <화차> (243만명)
<코리아> (187만명) <러브픽션> (172만명)
<내가 살인범이다> (167만명) <공모자들> (164만명)
<하울링> (161만명) <용의자 X> (155만명) <차형사> (134만명)
<은교> (134만명) <간첩> (131만명) <간기남> (124만명)
<R2B: 리턴 투 베이스> (120만명) <돈의 맛> (116만명) <회사원> (111만명)
<시체가 돌아왔다> (98만명) <원더풀 라디오> (97만명) <점쟁이들> (95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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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 흥행 순위:
<어벤져스>(707만명) <다크나이트 라이즈>(639만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485만명)
<맨인블랙3> (337만명)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249만명) <테이큰 2> (230만명)
<007 스카이폴> (230만명) <배틀쉽> (223만명) <장화신은 고양이> (207만명)
2. 극장 가는 연령대가 넓어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극장에 가는 관객은 20대 위주였다. 물론 지금도 영화는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이자 지갑이 가벼운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문화생활이다. 그러나 극장에 가는 연령대는 10년 전보다 더 넓어졌다. 10년 전 20대였던 관객들이 30대, 40대가 되어서도 극장에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발빠른 영화사들은 이 시장을 놓치지 않았다. 명필름이 만든 <건축학개론>과 영화사 집의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들을 타깃으로 설정한 영화들이다.
1998년에도 이렇게 저변이 넓어지는 계기가 된 영화가 있었다. 강우석 감독, 심혜진 주연의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이 당시 성과 이혼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주부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은 것이다. 이와 함께 <쉬리>가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자처하며 완성도를 한단계 끌어올리면서 한국영화 흥행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98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관객층이 넓어진 것은 장르의 다양성이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아니, 반대로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관객층이 넓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몇 년 전 상상력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충무로는 올해 SF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에서 흥행 영화를 선보였다. 액션, 사극, 로맨스, 갱스터,
에로, 재난, 스릴러, 사회극, 코미디 등이 올해 흥행 순위에 포진해 있다. 콘텐츠 소스도 웹툰이나 일본 소설에서 빌려오던 것에서
벗어나 많은 영화들이 창작 시나리오다. 관객층이 넓어진 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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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연도별 관객수 및 점유율:
년도 편수 관객수 점유율
2006 110편 9174만명 63.6%
2007 110편 7584만명 49.9%
2008 111편 6307만명 42.8%
2009 119편 7564만명 48.7%
2010 141편 6884만명 46.6%
2011 150편 8286만명 51.9%
2012 128편 1억명 59% (11월 20일 기준) / 자료=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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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제불황 속 영화관람 증가
관객 1억 명 돌파는 비단 한국영화만의 성과는 아니다. 영화시장 전체가 커진 결과다. 외국영화 시장을 잠식해간 것이 아니라 전체 파이를 키운 것이다. 즉 미국영화는 미국영화대로 여전히 포션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영화 점유율은 2004년 38.6% 2005년 35.6% 2006년 30.8%로 하락하며 쇠퇴하는가 싶었지만 2010년 <아바타>를 기점으로 다시 50%를 회복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해도 <어벤져스>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이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다. 외국영화까지 포함한 전체 관객수는 (11월 18일 기준) 역대 최다인 1억6882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 가고 있는 것일까? 2008년 말부터 시작된 자본주의 위기 이후 경제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가 줄고 있는 만큼 문화생활에 들이는 비용도 줄어들어야 맞는 것 아닌가? 다들 실제로는 소비를 늘렸으면서 말로만 살기 팍팍해졌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며칠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3분기 가계의 소득과 소비생활 통계가 이 궁금증에 약간의 힌트를 줄 지도 모르겠다. 저축이 늘고 소비지출이 줄어든 '불황형 경제운용'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 통계자료를 자세히 보면 소비축소가 어디에 집중되었는지 알 수 있다.
소비가 줄어든 것은 맞다.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46만7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는데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3분기 실질소비지출은 0.7% 감소했다. 그런데 줄어든 소비의 큰 부분은 무상보육 효과로 인해 복지시설 지출이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복지시설 지출이 46.1%나 급감한 것이다. 또 교육비 지출도 줄었다. 정부의 유치원비 지원, 대학등록금 인하 등에 따라 정규교육 비용은 13.7% 감소했다. 여기에 주류, 담배비가 줄고, 자동차 구입이 줄면서 교통비도 줄었다. 복지, 교육, 교통비의 감소분은 다른 분야에서의 증가로 나타났다. 전세자금 상승으로 주거비가 늘었고 연료비가 늘었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통신비도 7.7% 늘었고, 오락.문화 지출도 4.8% 늘었다. 결국 사람들의 소득은 늘지 않았지만 2010년부터 정치권에서 불어온 복지 바람으로 인해 쓸 수 있는 돈은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 돈 중 일부가 가장 저렴한 문화생활인 영화관람 비용으로 들어왔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그리 큰 비약은 아닐 것이다. 올해 한국인 1명 당 연평균 영화 관람횟수는 3.12회로 미국, 프랑스, 호주에 이어 세계 4위다. (공연 등 다른 문화생활 비용의 통계를 찾아보려 했지만 공연에는 전산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때맞춰 한국영화의 완성도가 향상되면서 관객들은 한국영화의 티켓을 구입했다. 그 시작은 대략 작년부터다. <써니>가 중년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면서 한국영화가 볼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이어 <최종병기 활>이 액션영화에 대한 관객의 눈높이를 맞춰주었으며, <도가니>가 정치, 사회
부패에 할 말 많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모았고, <완득이>가 경쟁사회에서 소외된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이런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져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이왕이면 한국영화를 관람하는 경향을 보였다.
4. 스크린쿼터는 필요 없을까?
한국영화가 관객 1억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보수신문은 스크린쿼터 축소가 독이 아니라 약이었다고 쓰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스크린쿼터를 줄인 덕분에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얻었다고 썼다. 과연 그럴까? 이제 스크린쿼터는 필요 없을까?
그러나 스크린쿼터는 어차피 대형 영화를 위한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만드는 수백만 관객을 모으는 영화는 어차피 대기업에서 스크린을 싹쓸이해간다. 스크린쿼터는 오히려 관객 100만 명 정도를 바라보는 중소규모 영화와 1만 명 정도를 바라보는 독립영화를 위한 것이다. 왜 그런지 한 번 살펴보자.
스크린쿼터는 말 그대로 극장의 스크린에 일 년 중 며칠을 한국영화로 채워야한다는 규정이다. 지난 2006년 1월 참여정부에서 한미FTA 협상을 앞두고 146일을 73일로 줄였다. 즉,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2006년은 앞서 설명했다시피 한국영화 점유율이 피크를 찍은 때였고 보호장치를 줄여도 상관 없을 거라는 정치적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 (직전 4년간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2년 47% 2003년 53% 2004년 54% 2005년 58%로 상승 추세에 있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2007년부터 4년 간 한국영화 점유율이 뚝 떨어지면서 한동안 침체기에 빠지기도 했다.)
스크린쿼터가 있으면 극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 양질의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 어차피 의무상영기간 동안은 한국영화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유수의 제작사와 제휴하거나 한국영화에 투자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도둑들>처럼 천만 관객이 들어주면 스크린쿼터를 채우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모험을 해야 한다. 모험은 큰 돈을 들이는 베팅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일확천금을 꿈꾼다. 즉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성과를 거두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 본성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만들어질 토양이 형성된다. 10억 미만, 1억 미만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가끔 대박을 터뜨리며 투자자를 흡족하게 한다. <부러진 화살> <워낭소리> 같은 영화들이다. 결국 스크린쿼터가 있기에 한국영화는 좀더 추진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크린쿼터가 줄어든 것과 한국영화 관객이 1억 명을 돌파한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까? 보수신문이 주장하는대로 "보호장치를 풀었더니 잠시 주춤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는 그 자체로 보호장치이자 영화제작 추진을 위한 토양이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장치는 아니다. 즉, 이미 한국영화가 매년 20%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확보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스크린쿼터의 조절이 끼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오히려 스크린쿼터가 예전처럼 146일이었다면 지금보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사실 요즘 영화계의 문제는 스크린쿼터보다는 다양성 영화(저예산·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에 모아져 있다. 소수의 대기업에 의한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작은 영화들이 선보일 극장이 점점 줄어드는 탓이다. <터치>의 민병훈 감독은 교차상영조차 막는 CGV에 횡포에 지쳐 지난 15일 스스로 종영을 선언했고 그에 앞서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은 인터뷰마다 다양성 영화의 상영기회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의 영화시장은 점점 대기업 영화와 작은 영화로 나뉘어가고 있고 그 간극은 커져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올해 배급사별 점유율 통계에 따르면 CJ엔터테인먼트 24.7%, 쇼박스㈜미디어플렉스 14.0%, 롯데엔터테인먼트 13.8%로 3대 기업의 배급 점유율이 52.5%에 달했다. 상업영화가 제작비의 3분의 1을 마케팅 비용으로 소모하는 현실에서 마케팅에 최소한 15억 원을 쓰지 못하는 영화는 제대로 알릴 기회도 없이 사라진다. 작년과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영화는 절반 이상이지만 관객 비중은 10%가 안 된다.
한겨레신문이 분석한 내용을 보면 올해 개봉한 58편의 국내 다양성 영화의 총 관객수는 (11월 18일 기준) 100만 명에 그쳤다. 58편 전체 상영횟수가 50,594회에 불과했고 이는 <광해>의 19만회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는 영화계와 논의를 거쳐 최소 1주일 이상 상영을 보장하고, 배급사와 합의하지 않는 한 교차상영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선언문’을 지난 7월 발표했지만 자율 시행에 맡기고 있어 허울뿐인 선언이란 비판이 많다.
최근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 조금씩 안착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가판권 시장은 큰 기대를 하기 힘든 현실에서 대기업의 스크린 싹쓸이는 작은 영화의 설 자리를 완전히 빼앗는 일이다. 또 영화의 순제작비가 10년 전과 비교해 변하지 않았다는 현실은 스태프의 처우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전히 영화는 배고픈 직업이며 개개인의 열정만이 동력이라는 점은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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